택시 운전자 보호격벽 설치, 승객·운전자 모두 ‘윈윈’

  • 동아닷컴
  • 입력 2014년 12월 4일 14시 17분


코멘트
보호격벽이 운전자의 후면과 측면을 감싸고 있다. (출처= 서울시 제공)
보호격벽이 운전자의 후면과 측면을 감싸고 있다. (출처= 서울시 제공)
“저는 올해 쉰 살인 15년차 여성 택시 운전자입니다. 지난달엔 술 취한 남성 승객이 유흥가 골목으로 들어가 달랬더니 ‘같이 술마시자’면서 잡아 끌어 한참 곤욕을 치렀습니다. 이런 일은 한 달에 꼭 한 두 번은 겪을 정도로 일상입니다. 자괴감이 큽니다”

승객의 폭력이나 성추행 등에 노출된 택시 여성운전자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불특정 승객을 차량 안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서비스하는 택시 운전자들은 운행 중 위협을 받았을 때도 도움을 요청하기가 어렵다. 운행 중인 운전자에 대한 폭행이나 위협을 처벌할 법률조항은 있지만 상습법인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벌금 100만 원 정도의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 이는 사후적 제재로서 현실적인 위험을 최소화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택시 운수종사자 보호를 위해 택시 운전석 보호격벽 설치를 지원한다”면서 “우선 여성 운수종사자 차량 35대에 시범 설치하고 운영한다”고 4일 전했다.

서울시는 “시내버스의 경우 운전가 보호격벽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는 반면 택시는 관련 규정이 없어 여성 운수종사자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면서 “택시에도 시범적으로 보호격벽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서울시는 개인 및 법인택시 여성 운수종사자 총 803명을 대상으로 보호격벽 설치에 관한 자체 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여성 운수종사자의 34.5%가 ‘설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시는 설치 비용의 50%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실제 설치 신청을 한 여성 35명의 택시 내부에 격벽설치를 지원했다.

보호격벽은 망치로 쳐도 깨지지 않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로 설치됐다. 폴리카보네이트가 운전석의 측면과 뒷면을 모두 감싸는 형태다.

김규룡 서울시 택시물류과장은 “운행 중인 운수종사자에게 폭력을 행사할 경우 운전자뿐 아니라 승객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면서 “보호격벽 설치로 그간 심야시간 주취 승객으로부터 고충을 겪은 여성 운수종사자의 애로점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도깨비뉴스 임성엽 기자 lsy8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