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유커들 금연 팻말 옆에서 버젓이 뻐끔… 상인들 “실효성 없고 장사 방해” 냉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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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관광객 흡연으로 골치… 금연거리 지정 한달 남대문로 가보니

10월 1일부터 ‘금연거리’로 지정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모습. 금연을 알리는 팻말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10월 1일부터 ‘금연거리’로 지정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모습. 금연을 알리는 팻말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명동 롯데백화점부터 한국은행까지 이어지는 서울 중구 남대문로. 지난달 28일 찾은 이곳은 3m 남짓 간격마다 ‘청정구역(No Smoking)’이라는 금연 팻말이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 일행은 네댓 명씩 모여 행인이 연신 드나드는 백화점 정문 바로 앞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근처에선 금연 팻말 바로 앞에서 흡연 중인 관광객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그간 남대문로는 쇼핑을 하러 명동을 찾아온 ‘유커(游客)’들의 흡연 때문에 골치를 앓아왔다. ‘담배 연기에 숨이 막혀 길을 지나다닐 수 없다’는 민원이 빗발치자 서울 중구는 지난달 1일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한국은행까지 약 490m 직선거리 구간과 맞은편인 한국전력공사와 서울중앙우체국에 이르는 대로변 흡연을 전면 금지했다. 12월까지 계도 기간을 거친 뒤 내년 1월부터는 금연거리에서 흡연하면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할 예정이다.

금연거리 시행 한 달이 됐지만 관광객의 길거리 흡연 행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했다. 한 중국인 관광객은 ‘이곳은 금연구역’이라는 지적에 “옆에서 다들 피우지 않냐”는 반응을 보였다. 흡연 중인 관광객 바로 옆에서 꽁초를 치우던 백화점 소속 청소업체 직원 김모 씨는 “금연거리 한 달이 됐지만 흡연자와 꽁초는 줄지 않았다”며 “처음 일주일간은 ‘노 스모킹’이라고 얘기도 해봤지만 오히려 신경질을 내는 사람도 있어 이젠 지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금연거리 시작 직전 지점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8번 출구 앞은 ‘풍선 효과’가 나타나 ‘너구리굴’로 변했다. 따로 금연 팻말이 없어 근처 직장인은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는 흡연 공간이 된 탓이다.

당장 내년 1월 본격적으로 과태료 부과가 시작돼도 골치다. 현장 단속인력의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않아 자칫 관광객들과 실랑이할 수 있는 데다 대상이 외국인이어서 그들이 제때 과태료를 내고 출국할지도 의문이다. 최근 서울시에서 신용카드로 즉석에서 과태료를 납부할 수 있는 단말기를 자치구에 제공하긴 했지만 이 역시 국내에서 발급한 카드만 해당되고, 이마저도 관광객이 버티면 강제로 납부를 시킬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근 상인들도 ‘단속 실효성이 없는데 괜히 관광객만 내쫓는다’며 냉랭한 분위기다. 남대문로에서 옷을 파는 한 상인은 “단속이 본격화되면 이곳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구 관계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외국어 안내 팸플릿을 만들어 계도하는 방안 등 협조를 구할 다양한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유커#명동#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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