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작가 “1980년대 아픔과 고뇌, 이제 말할 수 있어요”

박훈상기자 입력 2014-10-23 03:00수정 2014-10-23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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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작가, 신작 ‘청동정원’ 펴내… “88년 초고… 26년만에 숙제 끝내”
“1980년대를 생각하면 쇠붙이로 무장한 전경들이 교정의 푸른 나무들 앞에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이 떠오릅니다. 단단한 철의 장막과 푸른 생명의 대비가 강렬해서 제목도 ‘청동정원’이라고 지었습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 작가(53·사진)가 자전적 성격의 두 번째 장편소설 ‘청동정원’(은행나무)을 출간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1년간 계간지 ‘문학의오늘’에 ‘토닉 두세르’란 이름으로 연재한 소설을 다듬어 단행본으로 묶었다. 맛있는 음식과 옷에 탐닉하고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던 80학번 여대생 ‘애린’이 격동의 시대에 휘말려 변모하다가 작가가 돼 자기 목소리를 찾아가는 청춘소설이자 성장소설이다.

최 작가는 1988년 여름 원고지 450장 분량의 초고를 썼으나 25년 동안 비밀 일기처럼 남몰래 보관해 두었다.


그는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낸 1994년엔 1980년대와 너무 가까웠다. 그래서 손대기가 너무 뜨거웠다. 지금에야 비로소 80년대가 제대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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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강물이 흘러가고 나니 작은 물줄기들이 보여요. 운동을 한 사람들은 완벽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약하고 불완전한 존재였죠. 애린이처럼 주변부에서 묵묵히 도와주는 사람들의 고민이 더 깊었습니다. 시대에 묻힌 주변부의 작은 목소리들을 제 문장으로 복원하고 싶었어요.”

1985년부터 1990년까지를 다룬 5장 ‘쇠와 살’ 부분은 연재할 때도 쓰지 못했다가 단행본 출간을 앞두고서야 겨우 담았다.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든 자전적 소설이지만 개인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그는 기자나 역사학자처럼 이 소설을 썼다. 그는 신문사 자료실을 찾아 당시 기사를 꼼꼼히 찾아 읽고, 1980년 광주항쟁을 묘사하기 위해 현장에 있었던 동창을 찾아가 녹취했다. 그는 “한 문장을 쓰기 위해 한 권의 책을 읽듯이 꼼꼼하게 고증을 했다”며 “80년대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도 책을 읽으면서 당시를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26년 만에 숙제를 끝내니 후련하다는 그는 직접 고른 소설의 문장을 인용해 달라고 했다.

“스무 살의 자유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었다. (중략) 이십여 년의 시행착오를 겪고서야 나는 자유를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노는 법을 터득했다.”(46쪽)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최영미#청동정원#서른#잔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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