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말더듬, 여든까지 간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7일 06시 55분


■ 말더듬 고치려면…

자연치유 시기 놓치면 성인돼서도 증상
사회생활에서도 정신적 스트레스 심해
6개월 이상 음성언어치료로 치료 가능


‘세살 말더듬, 여든까지 간다?’

말더듬이란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것은 정상이지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때 말이 막혀 잘 안나오는 것을 말한다. 이런 증상은 보통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3∼4세 아이들에게 나타났다가 성장과 함께 언어조절능력이 생기면서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도 말을 더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말더듬 치료의 세계적 권위자 밴 리퍼 교수(언어치료사·미국)에 따르면, 어릴 때 말을 더듬었던 사람의 37%는 자연치유가 되지 않고 성인이 된 후에도 말더듬 증상이 계속된다. 이런 사람은 어릴 때 말 더듬는 증상을 고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말을 더듬는 증상을 방치하면 대인 기피로 이어지거나, 취업 등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한 취업포털이 면접 경험이 있는 구직자 58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면접 울렁증 경험 여부’에 따르면, ‘말을 더듬는다’고 대답한 사람이 56.7%로 가장 많았다. 물론 면접이나 프레젠테이션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말을 더듬는 것은 긴장감이 큰 원인이지만, 성인의 경우 인지하지 못했던 말더듬이 특수한 상황에서 증폭되는 사례가 많다.

● 말더듬, 증상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말더듬의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언어 중추조절 이상이 주원인이며, 2차 심리적인 요인이 더해지면서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을 배우는 유년기에 말더듬 증상을 강하게 질책을 받으면, 말하는 것에 대한 공포나 불안감이 생겨 청소년기 이후에도 말을 더듬게 되기도 한다. 이와 함께 말을 할 때 턱 밑 근육이 긴장돼 혀에 경직을 초래하는 조음(調音)도 원인 중 하나다

말더듬이 시작되면 말 막힘, 주저, 말 반복, 눈 깜박임과 같은 부수적인 행동이 동반되고, 증상에 따라 본인이 말더듬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는 ‘수용 말더듬(acceptable stutter)’과 남들은 눈치 채지 못하지만 본인만 알아 스트레스를 받는 ‘조절된 말더듬(controlled stutter)’이 나타나기도 한다.

수용 말더듬은 평소에는 감춰져 있다가 특정상황에서 발현되어 순간적으로 증폭되는 증상이다.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는 괜찮지만 업무 미팅이나 발표 때 순간적으로 말더듬이 심해진다. 반면 조절된 말더듬은 말이 막히는 증상을 환자 본인만 알고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은 인지하지 못한다. 정상적으로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환자 본인은 원래 말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서적인 스트레스가 매우 심하다.

● 6개월 이상 꾸준한 음성언어치료로 개선 가능

말더듬은 대인관계에 자신감을 잃게 하고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성인 환자들의 60% 정도는 연축성 발성질환이나 근긴장성 발성질환 등의 구조적 음성질환을 동반하기 때문에 이비인후과적인 원인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더듬은 음성기관의 구조와 기능적인 부분을 검사해 정확한 상태를 파악한 후 음성언어치료를 하면 개선될 수 있다. 음성언어치료는 ‘호흡→발성시작→읽기→신체감각 느끼기→심리상태조절→독백→대화→환경인식→직면’의 단계로 진행된다. 증상에 따라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하거나, 더듬는 말을 천천히 부드럽게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음성언어치료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언어치료사의 협진을 통할 때 효율적인 치료가 가능하며, 3개월 이상 꾸준히 치료해야 개선효과를 볼 수 있다. 음성언어치료전문 프라나이비인후과 안철민 원장은 “말더듬은 어릴 때 치료를 시작할수록 효과가 더 좋은데 이는 어릴수록 잘못된 발성습관이나 말더듬 습관이 덜 굳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라며 “만약 아이가 말더듬 증상을 보인다면 이비인후과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성인 말더듬을 예방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 우리 아이가 말더듬으면…

1. 인내심을 갖고 아이 말을 끝까지 듣고 부모가 끼어들어 대신 말하거나 걱정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2. 아이가 흥분하거나 더듬거리면 “편안하게 말해”, “시간이 많아” 같은 말로 안정을 시켜주고 야단을 치거나 벌을 주지 않는다.
3. 아이가 즐거웠던 경험을 주제로 이야기해 정서적인 안정감을 유도한다.
4. 쉽고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많이 한다.
5. 목소리를 높이도록 요구하거나, 더듬는 단어 대신 다른 단어를 쓰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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