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착한 병원]“환자들에 무공해 채소”… 병원內 수경재배 텃밭 조성

최지연 기자 입력 2014-09-29 03:00수정 2014-09-2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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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은 환자들을 위한 무기농 무농약 채소를 매일 60∼80kg가량 수경재배 하고 있다. 사진은 한 재배사가 재배 중인 채소들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위 사진). 각 과 의사들이 환자와 면담을 하기 전 환자 데이터를 보며 함께 논의하고 있다. 이 병원의 전이·재발암병원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와 가정의학과, 한방내과 등 여러 과 의사들이 환자들을 위해 협진 진료를 한다(아래 사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제공
인천 서구에 위치한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에는 조금 특별한 공간이 있다. 바로 병원 본관 옆 건물 지하 1층에 꾸며 놓은 760m²(약 230평)의 인공 텃밭이다. ‘마리스 가든’이라고 불리는 이곳에선 일반 텃밭의 주성분인 흙을 찾아볼 수 없다. 물과 수용성 영양분으로 만든 배양액으로 수경재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첨단 재배농법은 산성비와 중금속 등에 식물이 오염될 우려가 없고 영양소 보존율도 높은 편이다.

○ 환자들을 위한 원내 수경재배 텃밭

병원 내 적지 않은 공간을 이같이 특별한 텃밭으로 가꾸는 이유는 환자들에게 신선한 식자재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올해 2월 병원 개원에 맞춰 선보인 마리스 가든에선 매일 60∼80kg에 이르는 채소를 공급한다. 풍을 막아준다는 방풍나물은 물론이고 청경채, 상추, 치커리, 케일 등 종류도 30여 가지에 이른다.

오정심 국제성모병원 의생명미래전략원 이학박사는 “환자들은 ‘이곳 채소를 한 번 맛보고 나면 다른 채소들은 입에 못 대겠다’고 말하는 등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무농약 무공해 채소를 직접 먹어 보니 일반 채소보다 연하고 아삭아삭했다. 오 박사는 “깨끗한 공간에서 재배되는 채소들은 환자의 면역력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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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은 세균 감염 방지 등 위생관리를 위해 유리벽으로 둘러쳐져 있어 환자가 직접 식물을 재배하거나 만질 순 없다. 하지만 개원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녹색식물을 환자가 바라보고 즐길 수 있는 것 자체가 원예치료 효과가 있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오 박사는 “환자들이 링거 거치대를 끌고 산책하러 나와 5단 높이(2m 정도)의 수경재배 틀에서 재배되는 채소를 구경하고 돌아가곤 한다”며 “병원에서 채소를 직접 재배해 공급하는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고 전했다.

○ 말기 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병동

마리스 가든뿐만 아니다. 여생을 6개월 남짓 남겨둔 말기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병동도 특별한 공간이다. 이곳엔 호스피스 병상이 40개에 이른다. 호스피스 병동이 잘 갖춰진 서울 굴지의 대학병원도 21병상이 최대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서현정 국제성모병원 사회복지사는 “호스피스 병동은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이 머무는 곳으로, 수익성이 좋지 않아 타 병원들은 나서서 투자하지 않는다”며 “국제성모병원은 말기 환자들을 위한 공간이 이윤 추구보다 우선이라는 신념 때문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환자를 위한 심리상담과 음악 및 미술 치료, 환자 가족을 위한 집단 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한다. 말기 환자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소원 들어주기’ 프로그램도 인상적이다. 지난주에는 대학 졸업이 꿈이었던 23세 골육종 말기 환자를 위해 대학 측에 명예졸업장을 의뢰해 수여식을 갖기도 했다.

호스피스 병동에 머무는 환자들은 재원 기간에 제한이 없다.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 수 있다. 서 복지사는 “이전에 근무했던 다른 대학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은 재원 기간을 2, 3주로 제한해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전전하는 등 수고로움이 따랐지만 국제성모병원은 그렇지 않다”며 “중증 암환자가 대부분이어서 오래 머물러도 가격 부담은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 협진진료, 대면진료 이뤄지는 전이·재발암병원

그 밖에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내에 있는 전이·재발암병원도 마땅한 치료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암 환자들에게 큰 힘이 된다. 정신건강의학과와 가정의학과, 혈액종양학과, 한방내과 등 5개 분야의 의사들이 환자 한 명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특히 환자 데이터를 두고 의사들끼리 논의한 뒤 환자와 의사 4, 5명이 직접 대면해 진료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다른 과 의사들끼리 협진하는 병원은 많지만 환자와 여러 의사들이 직접 대면해 상담하는 곳은 거의 없다.

직장암 말기로 2년 4개월간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이모 씨(54)는 “센터에 오기 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다녔는데 그곳에선 더이상 쓸 수 있는 약이 없다며 치료를 거부했었다”며 “이곳 전이·재발암병원에선 각 과의 의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내게 건강 상태를 물어보고 필요한 치료법 등을 자세히 설명해줘 힘이 났다”고 전했다. 기선완 국제성모병원 기획조정실장은 “치료 성공률이 낮은 3, 4기 암 환자들은 암 세포가 전이, 재발될 확률이 높지만 적극적으로 진료에 나서는 병원이 드문 편”이라며 “전이·재발암병원은 이런 환자들도 통증을 이겨내고 면역력을 키울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 [선정위원 한마디]“수경재배 정원, 他병원들도 벤치마킹을” ▼

착한병원 선정위원들은 환자들을 위해 특별한 텃밭을 가꾸고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김명애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인증사업실장은 “환자를 위한 수경재배 정원이 성공적으로 이어져 다른 병원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이·재발암병원의 협진 진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장동민 전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한방과 양방의 협진 진료 등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돋보인다”며 “말기암 환자 치료의 실적이 통계로 나와 정부 보조로 이어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병원협회 사업이사 유인상 위원(뉴고려병원 의료원장)은 “남들이 적극적이지 않은 호스피스 병동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는 환자를 위한 희생과 봉사 정신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우리 동네 착한병원’의 추천을 기다립니다. 우리 주변에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있으면 병원 이름과 추천 사유를 동아일보 복지의학팀 e메일(healt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인천=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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