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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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와 함께 하는 대한민국 헌법 이야기]8조 1항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동아일보DB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동아일보DB
손상식 책임연구원
손상식 책임연구원
오늘날 우리 사회 중요한 현안들은 정당을 중심으로 논의된다. 정당은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이를 국민 다수가 지지하면 국가의 정책으로 발전시킨다.

선거도 정당을 빼고는 이야기하기 어렵다. 국민을 대신해 국정을 이끌어갈 공직자를 뽑는 선거가 후보자 개인의 인물 평가가 아니라 후보자를 공천한 정당의 정책 평가로 그 성격이 바뀐 것이다.

최근의 정당해산심판청구는 정당에 관한 논의의 정점에 서있다. 통합진보당 소속의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에서 비롯된 이번 사건은 의원 개인의 문제를 넘어 정당 자체를 해산시켜야 한다는 여론으로 발전했다. 정부는 신중한 검토를 거쳐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제소하기에 이르렀다. 정당의 헌법상 지위와 역할, 헌법의 핵심가치로서 자유민주주의의 내용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의미 있는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

정당은 국민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과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다. 정당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한다는 점에서 오로지 특정집단의 이익에만 봉사하는 이익단체 또는 압력단체와 구별된다. 선거에서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어 궁극적으로는 정권 획득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시민단체와도 구별된다. 정당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므로 집권 세력이 정치적인 필요에 따라 만드는 관제정당이나 어용정당 역시 정당으로 볼 수 없다.

정당은 국민과 국가를 연결해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국가의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매개하고, 국정을 이끌어가는 데 적합한 사람을 추천함으로써 국가기관을 구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헌법은 이와 같은 정당의 역할과 기능을 보호하기 위해 정당의 자유로운 설립과 활동을 보장하고, 정당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국가예산으로 보조하고 있다.

정당설립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일당 독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치적 다원성을 본질로 하는 복수정당제 또한 당연히 보장된다. 정당을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목적·조직·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정당은 그 자체로 독재정당이 되기 쉽고, 정당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정당에 대한 특별한 보호는 정당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의 국고 보조 외에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만 정당을 강제로 해산시킬 수 있는 위헌정당해산제도로 나타난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헌법적 의미가 있다.

첫째로는 정당해산이 정부나 여당에 의하여 야당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되거나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둘째로는 정당의 활동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우리 헌법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적 내용이다. 그것은 사람의 지배가 아닌 법의 지배를 의미하는 법치주의 원리와 국민에 의한 통치를 의미하는 민주주의 원리로 이루어진다. 즉, 법치주의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은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정당에는 더이상 헌법적 보호가 필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 해산시켜야 하는 것이다.

현실정치에서 정당의 역할이 증가함에 따라 오늘날 민주주의는 정당제 민주주의로 불린다. 하지만 국민을 대표해야 할 국회의원은 소속 정당 당론에만 충실하게 따르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국회는 오히려 행정부와 결합되어 가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정당의 공천을 받은 자도 먼저 국민 전체 이익을 희생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속 정당의 정책과 결정에 따라야 한다. 당선자가 당원이라고 해서 국민 전체 이익보다 소속 정당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는 없다.

손상식 책임연구원
#민주주의#정당#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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