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맞은편 벽면의 아날로그 시계 두 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분침 시침과 함께 시계 몸체가 통째로 돌아간다. 하나는 시계 방향, 다른 하나는 시계 반대 방향. 분주하게 돌아가지만 어느 쪽 시계를 봐도 지금 몇 시인지 알 도리가 없다.
공간 중앙에는 벽돌 4000여 장으로 높이 1.8m, 너비 6m 벽 두 개를 60cm 간격으로 나란히 쌓았다. 전시 기간 내내 한쪽 벽 끄트머리 벽돌을 조금씩 덜어내 다른 벽 끄트머리에 옮겨 쌓는다. 두 벽은 각각 반대 방향으로 이동한다. 부지런히 이동할 뿐, 그로 인한 ‘결과’는 없다.
“이미 충분히 우울한 사람들을 더 우울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전시는 이어진 2층 공간에서 실패를 위로한다. 폴란드 시인 아담 자가예프스키를 인용한 설치작품을 통해 ‘결국 오직 타인만이 우리를 구원한다’고 속삭인다. 작가 스스로의 실패와 모순을 솔직히 고백함으로 인해, 아무것도 아닌 듯하면서 비로소 아름답다. 29일∼12월 13일 서울 강남구 하이트컬렉션. 02-3219-0271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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