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제주]“전남지역 천주교 역사의 길로 초대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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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소통과 화합의 깊은 울림을 남기고 18일 바티칸으로 돌아갔다. 한국에서 보낸 4박 5일 동안 교황은 소탈한 행보와 낮은 곳을 향한 발걸음으로 종교와 세대를 넘어 ‘교황 신드롬’을 일으켰다. 교황 방한 이후 천주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전남지역 천주교 순례 코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전남지역 주요 성지를 돌아보는 도보 순례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나주 노안성당∼이별재 광장∼옥산∼울음재∼경현동∼나주성당(12.9km) △나주 노안성당∼월암로 사거리∼나산성당∼문장성당∼이흥서원 입구∼영광 순교자 기념성당(35.8km) △곡성 옥과성당∼삼오마을 입구∼창정사거리∼청계동 계곡∼정선교차로∼곡성성당(23.1km) 등 세 가지다.

나주지역 최초의 천주교회인 노안성당은 1927년 지어졌다. 등록문화재 44호로, 붉은 벽돌과 붉은색 아스팔트, 싱글 지붕 단층 건물이다. 6·25전쟁 당시 영광 불갑사에 본부를 둔 빨치산이 성당에 불을 지르려고 마을에 들어섰다가 붉은색 외형을 보고 불길에 휩싸인 것으로 착각해 돌아간 일화가 있다.

1934년 설립된 나주성당에는 성역화 사업으로 나주 순교자기념 경당과 하롤드 대주교 기념관, 까리따스수녀회 한국 첫 본원이 조성돼 있다. 영광순교자 기념성당은 신유박해(1801년)와 병인박해(1866년) 때 순교한 이들을 기리고 있다. 곡성성당은 정해박해(1827년)의 진원지다. 당시 전라도 신자 500여 명이 체포돼 이 중 15명이 옥사하거나 처형됐다. 1958년 본당이 설립되고 2008년 옥사를 복원하는 등 가마터와 성당을 잇는 기념성지를 조성 중이다.

전북도는 2009년 전주∼완주∼익산∼김제 등 4개 시군을 잇는 240km 구간의 ‘아름다운 순례길’을 개통했다. 이 길은 김대건 신부가 머문 나바위 성지(익산시)와 병인박해 때 희생된 순교자 10여 명이 묻힌 천호성지(완주군), 불교문화의 정수인 미륵사지 석탑(익산시), 호남 최초로 1893년 설립한 서문교회(전주시), 신라 때 세워진 송광사(완주군) 등 가톨릭뿐 아니라 불교 성지로 구성돼 있다. 전북은 지난해 세계순례대회를 열어 ‘아름다운 순례길’을 종교 화합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교황의 파격적이고 진실한 모습을 본 지역민들이 가톨릭에 입교하거나 교황 방한 기념주화와 교황 관련 서적, 티셔츠, 캐리커처 등을 구입하는 등 열기도 뜨겁다. 천주교 광주대교구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 성당 130곳에 입교를 문의하는 전화가 하루 평균 10여 통씩 걸려오고 있다. 교황의 방한을 기념하는 주화를 구입하려는 시민도 많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기념주화 판매처 중 하나인 농협은행 광주본부에는 은화 1204건, 황동화 1097건, 전남본부에는 은화 1193건, 황동화 1106건의 예약이 접수됐다. 판매 가격은 은화 6만 원, 황동화 1만4500원이다.

교황 관련 서적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광주에서 가톨릭용품과 책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동구 장동 카리타스서점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저술한 ‘복음의 기쁨’과 ‘세상 끝에서 온 교황 프란치스코’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서점을 운영하는 이레네오 수녀는 “교황 방한 이전부터 신자뿐 아니라 시민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과 기도문이 적힌 액자나 조각상, 책갈피 등 성물을 찾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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