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카니의 연출력 건재… 음악은? 나쁘진 않음, 딱 거기까지

정양환기자 , 임희윤기자 입력 2014-08-19 03:00수정 2014-08-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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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영화 ‘비긴 어게인’을 본 영화-음악 기자의 평 《 ‘원스’의 존 카니 감독이 ‘비긴 어게인’으로 돌아왔다. 세계 영화와 음악 팬을 사로잡았던 원스는 2007년 국내 개봉해 저예산 영화 최초로 관객 20만 명을 넘겼고, 사운드트랙 앨범은 9만 장 이상 팔렸다.
당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주인공들의 내한공연도 엄청난 화제였다.
13일 개봉한 비긴 어게인은 감독이 미국 할리우드로 건너가 찍은 음악영화. 상처 입은 이들의 사랑을 얘기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귀를 사로잡는 건 원스 때와 비슷하다. 원스를 감명 깊게 보고 들었던 영화 기자와 음악 기자가 비긴 어게인을 함께 봤다. 》      
        

팝스타 데이브(애덤 러바인)는 최고급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자기 앨범을 전 여자친구이자 무명 가수인 그레타(키라 나이틀리)에게 들려준다. ‘비긴 어게인’은 우리에게 음악이 뭐였냐고 묻는다. 새삼스럽되 생뚱맞지 않다. 올댓시네마 제공
○ 영화는 이렇다

원스는 제작비가 15만 달러(약 1억5000만 원)였다. 쓸쓸한 아일랜드 더블린의 거리 연주자를 담는 데 캠코더 2대밖에 쓰질 못했다. 물론 작품은 애절하고 근사했지만, 감독으로선 인프라에 대한 목마름이 컸을 게 분명하다.

그랬던 그가 미국 할리우드의 넉넉한 자본으로 찍은 영화가 비긴 어게인이다. 출연진만 봐도 상전벽해다. 키라 나이틀리와 마크 러펄로, ‘마룬5’의 보컬 애덤 러바인까지 나온다. 영상의 화려함이나 세련됨은 말할 것도 없다. 제작비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원스의 수백 배가 들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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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분인지 할리우드 취향 때문인지 모르나 영화는 전체적으로 밝다. 댄(마크 러펄로)은 뉴욕에서 한땐 잘나갔지만 지금은 퇴물 취급받는 음반 프로듀서. 아내와 별거했고 딸과도 소원하며, 자기 회사에서 쫓겨났다. 그레타(키라 나이틀리) 역시 상황은 별로다. 음악적 성공을 거둔 남자친구(애덤 러바인)를 따라 영국에서 왔지만, 그의 외도를 눈치 채고 친구 집에 얹혀산다. 그런 그들이 우연히 마주치며 앨범을 만들려 의기투합한다.

영화는 로맨틱 분위기가 짙다. 전작에서 봤던 애한을 기대했던 팬은 실망이 클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작품 자체만 본다면 꽤나 짜임새가 쫀쫀하다. 나이틀리가 노래하는 모습도 은근 매력적이고, 러바인도 연기가 된다.

“음악을 만나면 인생의 시시함도 사라진다”는 댄의 대사처럼 이 영화가 관객에게 얼마나 마법을 부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댄과 그레타가 추억 어린 옛 노래를 이어폰으로 함께 나누며 뉴욕의 밤거리를 헤매는 장면은 뭉클함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다. 이젠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영화를 찍긴 해도, 음악과 영상을 맛깔스럽게 버무리는 카니 감독의 능력은 여전히 살아있다. 원스만큼의 절절함은 아닐지라도.

○ 음악은 이렇다

눈 감고 보면 비긴 어게인은 원스의 무릎쯤 온다. 원스의 서걱대는 포크 음악이 주는 특별한 감흥을, 매끈하게 다듬어진 비긴 어게인의 팝이 따라가는 데 숨이 찬다.

나이틀리가 통기타 한 대 치며 부르는 ‘어 스텝 유 캔트 테이크 백’에 러펄로가 머릿속으로 여러 악기의 선율과 리듬을 입히는 장면처럼 비긴 어게인의 음악은 빈 공간을 채우는 편곡에 집착한다. 멜로디와 가사의 힘으로 촌스럽게 밀어붙인 원스가 오랜만에 먹는 집 밥이라면 비긴 어게인은 프랜차이즈 전문점 죽 같다. 러바인은 배역 자체로 영화의 이야기를 짊어진다. 나이틀리의 목소리는 하이틴 팝 가수 같다.

비긴 어게인의 음악이 곤죽은 아니다. 러바인이 부른 ‘로스트 스타스’는 백미다. 마룬5가 만들 수 없는 곡을 마룬5가 마룬5 스타일로 부르는 이 노래는 영화가 아니라면 존재할 수 없었을 거다. 뛰어난 기술이 노래의 감정선을 증폭할 수 있음을 워터파크 미끄럼틀 같은 러바인의 팔세토(가성)가 증명한다.

음악감독은 미국 록 밴드 ‘뉴 래디컬스’ 출신 작곡가 그레그 알렉산더다. 그가 친한 미국, 영국 작곡가 4명과 대부분의 노래를 만들었다. 원스의 음악은 영화의 주연이자 실제 가수인 글렌 한사드, 마르케타 이르글로바의 솜씨였다.

원스에 나온 ‘폴링 슬롤리’ ‘이프 유 원트 미’ ‘웬 유어 마인즈 메이드 업’ ‘라이스’의 압도적인 혼성 듀엣도 비긴 어게인에는 없다. 이르글로바가 주도하는 ‘이프 유 원트 미’ ‘더 힐’이 1980년대 단조 가요처럼 한국 감성에 붙은 것도 국내에서 원스를 본 관객 둘 중 하나가 사운드트랙 앨범을 사는 데 기여했다.

비긴 어게인은 나쁘지 않은 노래 모음집, 딱 거기까지다. 스토리와 영상, ‘로스트 스타스’를 걷어낸다면.

정양환 ray@donga.com·임희윤 기자
#존 카니#비긴 어게인#원스#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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