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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콧대 납작해진 명품백

입력 2014-08-18 03:00업데이트 2014-08-1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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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뷔통 프라다 구치 매출 제자리걸음… 영업익은 확 줄어 글로벌 명품 업체들의 올 상반기(1∼6월) 실적이 초라하다. 세계 명품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루이뷔통모에에네시그룹(LVMH그룹·루이뷔통의 모기업)과 케링그룹(구치의 모기업)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각각 3.0%, 1.5% 성장해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 영업이익은 각각 5.0%와 3.9% 줄어들었다.

프라다그룹의 하락세는 더 가파르다. 2012년 상반기(2∼7월·프라다그룹 자체 회계 기준)만 해도 36%에 이르렀던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12%에 이어 올 상반기에는 1%로 내려앉았다.

이 명품 기업들은 그동안 매년 20%씩 성장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적자가 아니면 다행인 상황에 처해 있다. ‘명품의 전성시대’가 사실상 끝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핸드백이 안 팔린다

주요 명품업체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는 아시아 시장에서의 핸드백 판매 감소가 꼽힌다. 핸드백은 그동안 루이뷔통, 프라다, 구치의 ‘성장엔진’ 역할을 해 왔다. 루이뷔통의 ‘스피드’ 백은 3초마다 거리에서 볼 수 있다는 뜻에서 ‘3초 백’이란 별칭을 얻을 정도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중국, 일본 등 한국 이외의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LVMH의 2010, 2011년 영업이익 성장률은 29%, 22%에 달했다. 프라다그룹의 2010∼2013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21%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명품백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핸드백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프라다그룹의 올 상반기 가죽 상품 부문 매출은 5% 감소했다. 아시아 시장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 줄었다. 프라다그룹은 이달 초 실적 발표에서 “한국과 싱가포르, 홍콩 시장에서의 실적이 예전만 못해 매출이 정체됐다”고 밝혔다. 프라다그룹의 1분기(자체 회계 기준) 영업이익은 약 20%나 줄어들었다. 구치도 상반기 매출이 4.5%, 영업이익이 5.1% 줄었다.

이에 대해 명품업체들은 상반된 해법을 내놓고 있다. 루이뷔통은 ‘스피드’ 백 같은 중가 제품 비중을 줄이고 300만∼400만 원대 고급 가죽가방 생산을 늘리고 있다. 반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46%나 감소한 영국 브랜드 멀버리는 올 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방 라인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패션업계에서는 소비자의 취향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두 가지 방안 모두 효과가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의 루이뷔통 매장 전경. 동아일보 DB
○ 아시아 소비자가 변했다

명품 시장의 정체는 아시아 소비자들의 과시소비 성향을 믿고 가격 올리기에만 급급했던 명품 회사들이 초래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명품 업체들은 고급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가격을 올렸지만 그만큼의 희소가치 창출에는 성공하지 못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며 “과시소비 성향이 강하던 아시아 소비자들은 이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제품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소비자들 역시 최근 들어 명품으로 부를 드러내기보다 자기만의 독특한 취향을 표현하는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 한 국내 백화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남들도 다 가지고 있는 뻔한 명품 대신 새로운 것을 찾으면서 주요 백화점은 최근 잘 알려지지 않은 패션 브랜드 매장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루이뷔통처럼 눈에 띄는 브랜드나 고급 시계 브랜드에 불똥이 튀었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의 분석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LVMH 시계 및 주얼리 부문의 영업이익은 무려 31%나 줄어들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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