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병 얻는 일 없게… 한 소아과, 두 클리닉… 서울 방배동 GF소아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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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착한 병원]

서울 서초구 방배동 GF소아과는 진료 공간을 분리해 아프지않은 아이들이 병원에 왔다가 감염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위쪽 사진은 아픈 아이들이 주로 가는 ‘Ill clinic’과 검진이나 예방접종을 주로 하는 ‘Well clinic’을 표시한 두 갈래의 갈림길이 표시된 복도, 아래쪽 사진은 신생아 전용 진료실 모습.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울 서초구 방배동 GF소아과는 진료 공간을 분리해 아프지않은 아이들이 병원에 왔다가 감염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위쪽 사진은 아픈 아이들이 주로 가는 ‘Ill clinic’과 검진이나 예방접종을 주로 하는 ‘Well clinic’을 표시한 두 갈래의 갈림길이 표시된 복도, 아래쪽 사진은 신생아 전용 진료실 모습.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흔히 소아과 의원 하면 우는 아기와 달래는 부모, 줄지어 기다리는 아이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GF소아과를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면 적잖이 당황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소아과가 위치한 건물 3층에 도착하면 두 갈래 길이 나오기 때문이다. 표지판에는 왼쪽은 ‘Ill clinic’(아픈 아이들을 위한 병원), 오른쪽은 ‘Well clinic’(건강한 아이들을 위한 병원)이라고 써 있다. 도대체 어디로 가라는 것인가.

○ 하나의 소아과, 두 개의 클리닉

하지만 이 두 갈래 길에는 GF소아과 의료진의 깊은 철학이 담겨 있다. 아파서 병원에 오는 아이와 예방접종, 영유아 정기검진 등을 위해 오는 건강한 아이가 한 공간에 뒤섞여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감염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소아과의 공간을 둘로 구분한 것이다. Ill clinic에서는 보통의 소아과와 같은 진료와 처방이 이뤄진다. 반면에 Well clinic에서는 영양상담, 예방접종, 정기검진 등이 이뤄진다. 하나의 소아과 안에 서로 다른 두 개의 클리닉이 존재하는 셈이다.

GF소아과는 의료진도 2개조로 분리해 운영한다. 가령 아픈 아이들을 돌보는 의사는 한 주 동안은 계속 Ill clinic에서만 생활한다. 의료진이 두 공간을 오고 가다 생길 수 있는 바이러스 전파까지 막겠다는 생각이다.

김우성 GF소아과 원장은 “병원에 가서 오히려 병을 얻어 온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영유아들이 특히 조심해야 할 점이다”며 “감염의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싶어 병원 설계 단계부터 두 공간을 철저하게 분리했다”고 설명했다.

○ 신생아 전용 진료실 구축

신생아 전용 진료실도 GF소아과의 환자 중심 철학이 담긴 공간이다. 대부분의 소아과에서 신생아를 진료하는 침대는 주로 벽 쪽에 붙어 있다. 하지만 GF소아과의 신생아 진료실엔 침대가 진료실 중앙에 있다. 보호자와 의사가 침대에 누운 아기를 가운데 두고 서로 마주 서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료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침대 바로 위 천장에는 진료실의 온도를 섭씨 32도로 유지할 수 있는 온열기구인 태양등이 설치돼 있다. 옷을 벗긴 상태에서 진료를 보는 일이 잦은 신생아들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의료진의 세심한 배려다.

○ 무료 이유식클리닉, 영양상담 진행

GF소아과의 Well clinic에서는 다른 병원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 펼쳐진다. 바로 가정집에서나 볼 수 있는 주방(GF 키치네트)이 병원 안에 있다. 이곳에서는 병원이 채용한 정식 영양관리사가 엄마들과 함께 직접 이유식, 아기 음식을 만들어보는 무료 클리닉이 2주에 한 번 열린다.

영양관리사 김민주 씨는 “많은 엄마들이 아기들에게 균형 있는 식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직접 교육을 경험하면 책이나 인터넷으로 얻는 정보보다 훨씬 생동감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키치네트 바로 옆에는 전용 영양상담실이 꾸며져 있다. 병원을 찾았다가 아기의 영양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경우 수시로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GF소아과는 아토피 클리닉, 알레르기 클리닉 등 다양한 건강 강좌를 개설해 지역사회에 건강 정보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취재를 마칠 즈음 기자는 강한 의구심이 생겼다. ‘임차료가 만만치 않은 공간에 부엌을 만들고, 한 달에 500만 원가량을 임상영양사 2명의 월급으로 주면서 병원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이렇게 답했다.

“처음에 이런 투자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만의 시스템을 갖추고 나니 환자와의 신뢰가 쌓이면서 수익도 늘었다. 뿌린 만큼 거두고 있다.”

▼선정위원 한마디▼

“착한경영-수익모델 확충 두마리 토끼 잡아”

대형병원 환자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 동네 의원들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늘리는 등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착한 경영만으로는 망하기 쉽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냉엄한 현실에서 GF소아과는 착한 경영과 수익모델 확충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균형 있게 추구하고 있었다. 착한병원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실장인 김명애 위원은 “엄마들의 눈은 까다롭다. 깨끗하고 안전한 시스템을 갖추면 입소문이 금방 난다. 한번 단골은 영원한 단골이 되기 쉽다”며 “결국 이 병원은 착한 시스템을 구축하면 환자가 더 오고, 꾸준히 수익이 높아진다는 것을 증명해냈다”고 말했다.

영양상담실, 병원 안의 부엌 등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장기적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됐다는 위원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 ‘우리 동네 착한병원’의 추천을 기다립니다. 우리 주변에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있으면 그 병원의 이름과 추천 사유를 동아일보 복지의학팀 e메일(healt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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