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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여행, 나를 찾아서]떴다! 떴다! 안성 로컬푸드 새벽시장

입력 2014-06-23 03:00업데이트 2014-06-2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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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값싸고… 사람냄새 물씬
경기 안성시 아양로(주공아파트 뒤) 300여 m의 길바닥에 펼쳐진 농산물직거래 로컬푸드 새벽시장. 상추 가지 아욱 비름나물에서부터 참기름 깻잎모종 자연산우렁이까지 없는 게 없다. 마치 옛날 시골장터가 되살아난 듯 삶의 활력이 넘친다. 농민들은 안정된 판로를 확보해서 좋고, 도시주민들은 싱싱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값싸게 사서 좋다. 역시 안성맞춤 고을이다.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요즘 안성(安城)의 새벽이 시끌벅적하다. 지난해부터 문을 연 농산물직거래 로컬푸드시장이 붐비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새벽(4시 30분∼9시)마다 농산물을 가지고 나온 농민들과 이를 사려는 도시주민들이 어우러져 한바탕 시골장터를 이룬다.

이완기 씨(48·양성면)는 경력 6년째의 귀농인이다. 직장생활도 해보고, 해외에서 사업도 하다가 쫄딱 망했다. 이곳에 내려와 여러 농사를 지었지만, 서울가락시장의 널뛰기 경매가격에 생산량을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안성로컬푸드 시장에 참여하면서부터 안정을 찾았다.

왼쪽부터 안성로컬푸드 직매장의 상품라벨, 로컬푸드 비닐봉투 디자인, 로컬푸드 사용업소 인증마크.
“자정쯤 자리에 누웠다가, 새벽 3시쯤 일어나 이곳에 나온다. 잠이 늘 모자라지만 정신적으로 만족한다. 보통 완숙토마토 50여 상자(한 상자 1만 원)를 파는데, 휴일에는 80상자까지 나간다. 이젠 단골도 많이 생겼다. 로컬푸드는 가격이 비교적 안정돼 있기 때문에 기획생산이 가능하다. 지난해엔 2시간이면 다 팔았는데, 올핸 그게 어렵다. 그만큼 이곳도 경쟁이 심해졌다는 얘기다.”

이영이 씨(56·미양면)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한다. 집안 텃밭에 온갖 채소를 심어 그걸 가지고 나온다. 아욱 쑥갓 가지 오이 감자 양파 참기름 들기름 검은콩 흰콩 찹쌀…. 그의 좌판은 만물상이다. 웬만한 농산물은 다 갖춰져 있다. 농사는 전적으로 남편 책임. 농산물을 다듬어 로컬푸드시장에 내다 파는 게 이 씨의 일이다.

“하루 매출이 20만 원쯤 된다. 새벽 1시까지 이것들을 다듬느라 잠이 부족하지만, 이곳 로컬푸드시장에 나와 파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이 들어 집에서 놀면 뭐하나. 몸을 움직이는 게 건강에도 좋다. 노후를 생각해 적금도 들고, 자식들한테 손 내밀지 않아서 좋고….”

안성시 로컬푸드시장 무대는 아양로(아양주공아파트 뒤) 300여 m의 길바닥이다. 안성시에서 2, 3년 준비 끝에 2013년 5월 문을 열었다. 최근엔 입소문이 퍼져 서울 등 인근 지역에서까지 이곳을 찾는다. 서울에선 찾기 힘든 것들을 이곳에선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가격도 싸다. 유정란, 자연산우렁이, 개똥쑥, 개복숭아, 손두부, 완숙토마토….

품질은 안성시가 보증한다. 소정의 교육과 농산물품질 조사를 받은 270개 농가만 이곳에 좌판을 펼 수 있다. 교통도 편리하다. 경부고속도로 남안성 나들목에서 승용차로 5분밖에 안 걸린다. 안성버스터미널에서도 택시로 5분 거리. 보통 오전 6∼7시까지가 가장 붐비고 직장인들이 출근하는 오전 8시쯤 되면 파장분위기가 된다.

윤성근 안성시 로컬푸드팀장은 “다른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러 자주 온다. 가격이 서울가락동농수산물 경매가격보다 30∼40%는 싸다. 매월 두 차례(출하 이전, 유통단계) 10개 농가씩 무작위로 뽑아 농약검사도 하는 데 아직까지 한 건도 적발된 게 없다. 원산지와 생산자 표시제, 생산자 리콜제는 기본이다. 그만큼 상품이 신선하고 질이 좋다. 인근 아파트주민들의 반응도 좋아 점차 다른 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인근 로컬푸드 사용 식당들엔 마크를 붙여주며 다른 식당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새벽시장이 끝나면 안성로컬푸드 직매장(농협하나로마트)을 이용하거나, 토·일요일 주말장터(공도 도서관옆 도시공원)를 활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안성 새벽 로컬푸드장터는 활기차다. 삶의 활력이 넘쳐흐른다. 텃밭에서 갓 거둬온 농산물도 파릇파릇 싱싱하다.

안성은 역시 ‘안성맞춤’이다. 방짜놋그릇도 쏙 맞고, 옷도 몸에 딱 들어맞고, 음식도 입에 쩍 달라붙는다. 황은성 안성시장은 “편안한 땅, 주민들이 두 발 뻗고 살 수 있는 곳이 안성이다. 그러려면 우리가 먹는 농산물도 안전해야 한다. 안성로컬푸드 새벽 직거래시장은 안성시민들의 안전한 밥상을 꿈꾼다. 맛있고 싱싱한 밥상이 곧 안성맞춤이다”라고 말했다.

▼ 바우덕이의 恨서린 안성남사당놀이 ▼

안성하면 단연 남사당놀이다. 남사당은 조선후기 유랑예인집단. 조선팔도 장터와 마을을 떠돌며 춤, 노래, 곡예를 하며 살았다. 사람들은 남사당패 중에서도 단연 안성을 으뜸으로 쳤다. 1865년 대원군의 경복궁중건 때 안성 청룡사 ‘바우덕이 남사당패’가 천하에 이름을 떨친 것이다. 공사판일꾼들의 최고 인기를 끌었다. 대원군은 정3품에 해당하는 옥관자를 상으로 내렸다.

‘안성청룡 바우덕이 소고만 들어도 돈 나온다/안성청룡 바우덕이 치마만 들어도 돈 나온다/안성청룡 바우덕이 줄 위에 오르니 돈 나온다/안성청룡 바우덕이 바람을 날리며 떠나가네’

바우덕이는 안성남사당을 이끌었던 꼭두쇠(우두머리) 여인의 별명. 본명은 김암덕(金岩德 1848∼1870). 겨우 열다섯 어린 나이에 남자들 세계인 남사당에서 꼭두쇠로 만장일치 추대됐다. 여자가 꼭두쇠가 된 것은 이례 중의 이례. 미모도 빼어나고 성격도 시원하고 화통했다. 풍물(농악), 버나(접시, 대접 돌리기),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 덧뵈기(탈놀이), 덜미(꼭두각시놀이) 등 모든 분야에서 신기에 가까운 재주를 펼쳤다.

하지만 폐결핵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스물둘 꽃다운 나이에 눈을 감아야만 했다. 그를 짝사랑했던 서른 살 위의 뜬쇠사내 이경화는 바우덕이 곁에서 2년 동안이나 병시중을 들었다. 청룡사 부근의 청룡리 불당골에 그의 사당과 무덤이 있다. 청룡사는 안성남사당패의 본거지였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조선팔도를 떠돌다가, 추워지면 청룡사에 돌아와 겨울을 났다. 안성시는 바우덕이의 뜻을 기려 해마다 ‘바우덕이 축제(10월)’를 연다. ‘시립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을 만들어 돔형 실내공연장에서 상설공연(매주 토, 일)까지 하고 있다. 올핸 세월호 참사사건으로 잠시 중단됐다가 6월 7일부터 공연을 재개했다. 031-678-2518

‘임꺽정’ 무대 칠장사… 유기천국 안성맞춤박물관 ▼
안성의 볼거리들

칠장사=안성에서 칠장사를 빼놓을 수 없다.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의 무대로 이름난 곳이다. 임꺽정(?∼1562)이 스승으로 모셨던 갖바치출신 병해대사가 바로 칠장사 스님이다. 지금도 칠장사 홍제관에는 임꺽정이 나무를 깎아 만들어 공양했다는 ‘꺽정불상’이 봉안돼 있다. 칠장사 나한전은 입시철 기도처로 유명하다. 조선시대 암행어사 박문수(1691∼1756)가 나한전에 기도를 드리고 장원급제했다는 이유다. 공양물엔 초코파이 등 과자가 많다. 박문수의 ‘조청유과(油菓)’ 공양을 따른 것이다.

조병화문학관(031-674-0307)과 박두진문학관=안성은 한국시단의 거목 혜산 박두진(1916∼1998)과 편운 조병화 시인(1921∼2003)의 고향. 박두진 시인은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의 ‘해’를 쓴 청록파시인으로 유명하다. 안성시립보개도서관 3층에 시인의 작품과 시인 생전의 소장품들이 전시돼 있다. 매년 10월 혜산문학제가 열린다.

조병화 시인의 고향은 양성면 난실리. 시인은 그곳 동산에 어머니와 나란히 누워있다. 매년 5월 조병화시축제가 열린다. 육필시 원고와 그림, 유품 등을 볼 수 있다. 그는 죽기 얼마 전 ‘버릴 거 버리며 왔습니다/버려선 안 될 것까지 버리며 왔습니다/그리고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라는 ‘나의 자화상’이라는 시를 발표했으며, 그의 묘비엔 ‘꿈의 귀향’이라는 그의 시가 돌에 새겨져 있다. ‘어머님 심부름으로 이 세상 나왔다가/이제 어머님 심부름 다 마치고/어머님께 돌아왔습니다.’

안성맞춤박물관=안성맞춤은 안성유기(鍮器)에서 나왔다. 유기는 놋쇠로 만든 기물. 구리를 기본으로 거기에 다른 비철금속을 배합한다. 가령 ‘주석+구리는 청동, 구리+아연은 황동, 구리+니켈+아연은 백동’하는 식이다. 그 유명한 방짜놋그릇은 ‘구리 78%(한 근=600g)+주석 22%(4냥 반=168.7g)’를 벌겋게 달군 뒤 두드려서 만든다.

놋그릇은 따뜻하다. ‘여름엔 시원한 사기그릇, 겨울엔 따스한 놋그릇’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은은하면서도 아침이슬처럼 빛나는 광택과 중후하면서도 학 같은 우아한 품격이 귀티가 난다. 소리가 맑고 영롱해 악기로서도 안성맞춤. 대장균 100%, 비브리오균 90%를 살균하기도 한다. 독립운동가 남강 이승훈 선생(1864∼1930)이 바로 놋그릇 등짐장수 출신이다. 그는 그렇게 돈을 모아 오산학교를 세워 수많은 인재를 길렀다. 안성맞춤박물관은 안성 중앙대캠퍼스 들머리에 있다. 월요일 휴무. 031-676-4352

■Travel Info

교통 ▽승용차=서울∼경부고속도로∼안성, 서울∼중부고속도로∼서안성, 남안성 ▽고속버스=서울강남고속버스터미널, 서울남부터미널, 동서울터미널∼안성버스터미널(1시간 30분 소요)

먹을거리=안성은 조선의 3대 시장으로 이름난 곳. 안성장터국밥(031-674-9494)은 1930년대부터 4대가 이어온 국밥집이다. 거대한 무쇠솥과 유기그릇 등 60년대 사용하던 물건들이 식당 한쪽에 전시돼 있다. ‘가장 편안한 집이라는 뜻’의 안일옥(安一屋)이 전신. 따끈한 국밥엔 시래기, 대파, 토란, 고사리, 콩나물 등의 야채와 잘게 찢어 넣은 소고기가 소복하게 담겨있다. 무청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 국물이 살짝 매콤하지만, 맛이 구수하면서도 깔끔하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배추김치와 깍두기도 맛있다.

▽된장, 청국장정식 서일농원(031-673-3171) ▽누룽지닭백숙 장수촌(031-674-2821) ▽한우 청정한우마을(031-672-1224) ▽한우생등심 안성맞춤한우촌(031-673-5550) ▽한우생고기 안성마춤한우명품관(031-656-5285) ▽홍삼한우탕 약산골(031-674-1771) ▽한우탕 송삿갓(031-672-3838) ▽보리밥 풍물기행(031-677-5288) ▽해물탕 태평관(031-676-3007)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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