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바닷새의 낙원’ 칠발도 아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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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비금도 인근 칠발도 전경. 정부기관과 자치단체, 환경단체의 식생 복원 노력으로 국내 해양성 조류 최대 번식지로 다시 태어났다. 동아일보DB
전남 신안군 비금도 인근 칠발도 전경. 정부기관과 자치단체, 환경단체의 식생 복원 노력으로 국내 해양성 조류 최대 번식지로 다시 태어났다. 동아일보DB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서 서북쪽 10km 해상에 있는 칠발도는 면적이 3만6994m²로 축구장 3개 정도의 크기다. 크고 작은 7개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고 가장 높은 105m 봉우리에는 1905년에 세워진 등대가 있다. 무인도인 칠발도에는 바다제비, 바다쇠오리,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섬개개비, 매, 칼새 등이 번식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아 2009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고 2011년 국제철새네트워크에 가입됐다. 바닷새들의 보금자리인 칠발도가 행정기관과 환경단체의 식생 복원 노력 덕에 국내 해양성 조류의 최대 번식지로 주목받고 있다.

○ 바다쇠오리 보금자리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11년부터 지난달까지 남해안 무인도를 대상으로 조류 서식지를 조사한 결과 칠발도에서 2000여 쌍의 바다쇠오리가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칠발도에서는 1920, 30년대 바다쇠오리 수천 쌍이 번식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1979년 조사에서는 100쌍 미만으로 개체 수가 크게 줄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바다쇠오리 알의 부화율을 조사한 결과 둥지 65개 중 52개에서 부화가 이뤄져 80%의 성공률을 보였다. 2월 말부터 산란을 시작하고 4월 말이면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이 모두 둥지를 떠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새끼 바다쇠오리가 포식자를 피해 밤에 둥지를 떠나 바다로 들어가는 장면을 처음으로 촬영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신용석 국립공원연구원장은 “무인도에서 번식하는 해양성 조류를 연구하는 게 쉽지 않은데 이번 조사 결과가 후속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칠발도가 바다쇠오리의 최대 번식지가 된 것은 ‘칠발도 바닷새 번식지 복원협의체’가 벌이고 있는 위해식물 제거 작업이 큰 몫을 했다. 2011년 결성된 복원협의체에는 문화재청과 국립공원관리공단,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 계획(MAB) 한국위원회, 전남도, 신안군, 목포지방해양항만청, 목포해경 등 8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 위해식물과의 전쟁


칠발도에 서식하는 바닷새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쇠무릎, 쑥, 억새, 무화과나무 등이다. 바닷새는 해안 절벽 등에 자라는 밀사초 하부에 구멍을 파고 둥지를 틀어 번식하는데 초본류와 목본류가 밀사초 자생을 막는다. 특히 쇠무릎은 열매가 긴 갈고리 모양으로 맺히면서 바다제비 날개가 쉽게 걸린다. 높이가 2m까지 자라는 무화과는 밀사초에 내리쬐는 햇빛을 가려 고사시킨다.

협의체는 매년 10여 차례 칠발도에서 위해식물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1년에는 위해식물 면적이 25% 정도 됐으나 지금은 15%로 줄었다. 협의체는 올해 처음으로 밀사초를 육지에서 키워 섬에 이식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 5∼10월 매달 한 차례 칠발도에서 바닷새 번식밀도와 개체 수, 둥지 굴, 밀사초 범위 등을 모니터링해 연구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칠발도는 국제 조류 전문가들이 협의체의 식생 복원 노력을 높이 평가해 2011년 국제철새네트워크에 가입했다. 신안군 환경공원과 이경규 환경연구사(42)는 “칠발도는 경사가 급하고 바위가 많아 위해식물을 제거하기가 쉽지 않지만 국제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아 장기간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d@donga.com
#칠발도#유네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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