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선 어디서 잡았을까?”… 먹거리 ‘뒤’를 캐는 소비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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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식품 찾는 ‘퍼슈머’ 급증
천일염-한우-유기농 농산물 등 생산 환경부터 방법까지 추적
식품업체선 ‘이력시스템’ 구축… 가공식품은 직접 체험 행사도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과 직원이 스마트폰 등으로 수산물 이력을 조회해보고 있다. 동아일보DB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과 직원이 스마트폰 등으로 수산물 이력을 조회해보고 있다. 동아일보DB
#1. 한 살배기 딸을 둔 직장인 임채민 씨(32·여)는 아이가 먹을 쇠고기를 살 때 어느 지역에서 누가 키운 한우인지를 확인한다. 항생제를 쓰지 않고 풀과 보리 등 여물만 먹고 자란 소를 찾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인터넷으로 경기 연천군의 한우 농장에서 고기를 직접 주문하거나 백화점에서 생산자를 확인할 수 있는 제품만 구입한다. 고기뿐만 아니다. 야채와 과일도 유기농 매장에서 친환경 재배 농법을 쓴다는 설명과 함께 농부의 실명이 붙은 것을 사야 안심이 된다.

#2. 가정주부 조수경 씨(36)는 중국산 소금을 국내산으로 속여 팔다 적발됐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자 원산지 표시에도 불신이 생겼다. 이제는 ‘생산 이력’이 달린 천일염 제품만 고집한다. 조 씨는 “스마트폰으로 겉포장에서 붙은 QR코드를 찍어보고 ‘신안군 도초면 염전의 김지운 생산’이라는 식의 내용을 확인한 뒤 국내산 천일염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임 씨와 조 씨 같이 식품을 살 때 국내산, 외국산만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생산 지역과 생산자 개인까지 확인하는 ‘퍼슈머(Pursumer)’가 늘고 있다. 이들은 제품의 겉면에 적힌 표시를 확인하는 데 만족하지 못하고 유기농 재배, 무(無)항생제 축산 등을 고집하는 생산자를 직접 추적한다. 식품업체와 유통업체 등은 이런 퍼슈머를 붙잡기 위해 생산자 이력 조회가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생산 현장에 소비자를 초대하는 등 안심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먼저 자리 잡은 곳은 백화점이다. 2008년 광우병 소동 등으로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우 판매 코너 등에서 생산자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다. 올해 4월부터는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정부가 운영하는 수산물 이력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일본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 수산물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고등어 갈치 명태 등 20여 종의 생산·유통·판매 이력 정보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식품업체들도 고객 신뢰 쌓기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대상 청정원은 지난해 8월 ‘신안섬보배’ 제품의 생산이력을 QR코드로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적용한 이후 4분기(9∼12월)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가량 증가했다. 대상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일일이 QR코드를 찍어보지는 않지만 생산자 실명을 밝힐 정도면 믿을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식품업체의 유기농 브랜드 매장인 초록마을(대상홀딩스), 올가홀푸드(풀무원 계열) 등도 이 같은 생산자 이력제를 도입하면서 최근 매출이 크게 늘었다. 두 브랜드 모두 지난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초록마을 관계자는 “친환경 농산물에는 생산 이력 시스템이 붙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가공식품 업체는 제조공장으로 고객을 불러 직접 제조공정을 확인시키기도 한다. 과일가공업체 복음자리는 질이 낮은 과일로 잼을 만든다는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충남 논산시의 딸기잼 제조공장으로 매년 고객을 초청한다. 정찬수 복음자리 사장은 “고객 체험 행사를 하면 직후 매출이 전월 대비 평균 40%가량 증가할 정도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rews@donga.com  

:: 퍼슈머(Pursumer) ::

영단어 ‘pursue’(추적하다)와 ‘consumer’(소비자)를 합쳐 만든 신조어. 농·축·수산물이나 가공식품을 고를 때 어디서 어떻게 생산됐는지, 뒤를 캐듯이 이력을 꼼꼼히 추적해 확인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퍼슈머#원산지#정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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