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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축구 뒤에 숨은 ‘협잡 패밀리’

입력 2014-06-14 03:00업데이트 2014-06-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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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 마피아/토마스 키스트너 지음·김희상 옮김/456쪽·2만 원·돌베개
FIFA의 추악한 민낯
돌베개 제공
2010년 7월 11일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 넬슨 만델라가 휠체어에 태워져 이끌려 나왔다. 만델라는 원래 월드컵 행사에 일절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의 사랑하는 증손녀가 월드컵 개막축제에 참석했다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파(FIFA·국제축구연맹)는 만델라가 반드시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고 윽박질렀다.

그렇다. ‘피파 위에는 오로지 하늘만 있다.’ 피파 마피아다. 단 한 명의 보스가 군림하는 패밀리. 돈과 부패의 악취가 진동하는 철권통치조직. 제프 블라터 회장은 피파가 벌이는 모든 사업의 결재 권한을 자신만 행사하도록 못 박아 놓았다. 그의 연봉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월드컵으로 벌어들이는 40억 유로(약 6조 원)의 지출명세도 밝혀진 적이 없다.

독일의 열혈 기자 토마스 키스트너는 20년째 피파의 음험한 구석을 파헤치고 있다. 이 책은 그 끈질긴 열정의 산물이다. 월드컵은 더이상 ‘한여름 밤의 동화’가 아니다. 그건 피파의 꼭두각시놀음이요, 주사위놀음이다.

피파는 변호사, 참모, 수사관, 홍보 등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블라터는 사석에서 뇌물을 ‘산소’라며 낄낄댄다. 비밀요원과 스파이 활용, 도청과 협박, 폭로, 회계 조작, 각국 심판과 피파 위원 매수는 흔한 일이다. 그는 말한다. “우리는 패밀리다. 패밀리는 모든 문제를 오로지 패밀리 안에서 해결한다.”

블라터는 1998년 6월 8일 프랑스 월드컵 개막 직전 선출됐다. 선거 전날 밤 아프리카 대표들이 묵고 있던 파리호텔에서는 두툼한 봉투가 어지럽게 오갔다. 어떤 이는 호텔을 떠나면서 돈봉투 챙기는 것을 깜빡 잊었다. 이 돈은 나중에 피파 직원이 되찾아갔다.

피파의 언어는 ‘돈’이다. ‘전문 돈 배달부’도 있다. 장마리 베버라는 남자다. 그는 ‘정확한 순간에, 귀신같이 돈이 필요한 사람을 알아내’ 봉투를 나눠준다.

월드컵 개최지 선정은 올림픽보다 훨씬 더 썩은 냄새가 풀풀 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는 선거인단 110명 중 과반수가 필요하지만 피파에서는 13표면 충분하다. 24명의 집행위원이 투표하기 때문이다.

2022 월드컵이 어떻게 사막 한복판의 불가마 국가 카타르에 돌아갔는지 금세 이해할 수 있다. 카타르 월드컵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함께 개최국 선정 투표(2010년 12월 파리) 3주 전에 이미 승자들과의 거래가 마무리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최근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카타르의 뇌물 스캔들’을 폭로했다.

2002 한일 월드컵도 예외가 아니다. 정몽준은 축구라는 경로를 통해 한국의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피파 회장 아벨란제는 일본의 단독 개최를 강력하게 지지했다. 정몽준은 아벨란제의 사위 테이셰이라를 공략했다. 결국 테이셰이라는 현대자동차의 브라질 영업권을 따냈다.

피파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무엇을 노리고 있을까. 두말할 것도 없이 ‘흥행(돈)’이다. 하지만 내심 켕기는 것도 있다. 브라질 국민의 저항이다. 더이상 축구라는 마약이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피파 수뇌부는 늘 월드컵에서 개최국이 마지막 4강에 들도록 일을 꾸며왔다. 실제로 개최국이 조별 예선에서 탈락한 경우는 거의 없다(2010년 남아공 예외). 2002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개최국 한국은 두 번이나 모호한 심판 판정 덕을 보았다. 이탈리아와의 16강전, 스페인과의 8강전이 그렇다. 한국-이탈리아전의 모레노 주심은 월드컵 전만 하더라도 빚이 많아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월드컵 후엔 갑작스레 돈을 펑펑 물 쓰듯 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피파의 관심은 온통 개최국 브라질의 결승 진출에 쏠려 있다. 만약 브라질이 일찌감치 탈락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수십조 원의 세금으로 지은 경기장에서 외국 팀들만 경기를 벌인다? 브라질의 가난한 대중은 ‘내 월드컵은 빵과 교육과 건강이다!’라고 외치고 있다. 브라질 국민은 삼바와 축구와 비키니에만 열광하는 게 아니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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