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당시 현장 첫 도착 헬기조종사 “승객들 물에 뛰어들기만 했어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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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구조현장 초기 급박했던 상황

“승객들이 물에 뛰어들기만 했어도 많이 구했을 텐데….”

세월호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할 당시 현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구조에 나선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목포항공대 소속 512호 헬기 조종사 김재전 경위(45)는 “안타깝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사고 이후 매일 세월호가 가라앉은 해상에서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는 김 경위는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김 경위는 사고가 난 16일 오전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조업 중국 어선 단속을 벌이고 있었다. 서해해경 상황실로부터 사고 해역으로 출동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은 오전 9시 2분. 김 경위는 최고 시속 250km로 130km 정도 떨어진 사고 현장에 25분 만에 도착했다. 서해해경 소속 513호와 511호도 도착해 함께 구조에 나섰다. 당시 세월호는 왼쪽으로 60도 정도 기울어져 있었고 선체의 3분의 1 정도가 물에 잠긴 상태였다. 구명조끼를 입은 승객들이 선체 오른쪽 난간에 힘겹게 매달려 있었다. 몇몇 승객이 바다에 뛰어든 게 보였다.

“배가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여객선에 500명 가까이 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상공에서 봤을 때 밖으로 나온 승객이 몇 명 되지 않아 조바심이 났다.”

김 경위는 “물이 상당히 들어차 선내 상황이 급박하다고 느꼈다”며 “‘배가 저 정도 기운 상태에서는 승객들이 물속에 뛰어들어야 살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번뜩 스쳤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와 교신도 되지 않아 답답했다고 한다. 김 경위는 “선장과 교신만 됐어도 승객들을 빨리 탈출시키라는 말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김 경위는 “승객 10명을 호이스트 바스켓으로 끌어올려 서거차도로 이송하고 다시 와보니 배가 선수 바닥만 남긴 채 가라앉았다”며 “더 많은 생명을 구하지 못한 게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김 경위는 당시 구명벌을 떨어뜨려 10명을 추가로 구조했다.

목포=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헬기조종사#세월호 침몰#김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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