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英 신경외과 名醫 마시의 ‘환자를 해하지 말지어다’

동아일보 입력 2014-04-19 03:00수정 2014-04-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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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지 못한 환자들에 대한 告解
인간적이고 솔직한 모습에 뭉클
“성공한 수술보다 실패한 수술을 더 잘 기억한다”는 고해성사를 한 영국 신경외과 전문의 헨리 마시. 사진 출처 가디언
영국에서 가장 존경받은 신경외과의사. 지난달 출간된 ‘환자를 해하지 말지어다(Do No Harm)’의 저자 헨리 마시(64)에게 붙은 수식어다. 영국 성 조지 병원의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마시는 우크라이나에 선진화된 신경외과기술을 전수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국소마취 수술의 일인자로 그의 수술 장면을 담은 BBC의 다큐멘터리 ‘당신의 생명은 그들의 손에 달렸다’는 2004년 로열 텔레비전 소사이어티 금상을 수상했다. 또 2010년에는 평생에 걸친 신경외과의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 훈작사(勳爵士·CBE) 작위를 받기도 했다. 30년의 외과의사로서의 삶을 마감하고 은퇴를 앞둔 그가 출간한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책 제목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일부로 의사는 그의 환자를 해하지 않고 병을 치유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마시는 역설적으로 ‘하지만 외과의사는 그들이 사망케 한 환자들의 수만큼 성장한다’라고 고백한다. 이 책에서 마시는 신경외과의사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고통스러울 정도로 솔직하게 써내려간다. 때로는 기적처럼 생존한 환자들 이야기도 있지만 이 책의 대부분은 의사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마시의 마음속 깊이 자리한, 그가 살리지 못한 환자들에 대한 고해성사다.

사랑스러운 세 딸을 가진 행복한 아버지, 한 달도 채 못 살 것을 알면서도 종양 수술을 받기를 원하는 젊은 여성, 젊은 호기에 과욕을 부려 마시 자신이 억지로 수술을 하다 그만 뇌사 상태에 빠뜨려 버린 남자 환자…. 책에 소개된 환자는 하나같이 안타까운 사연을 지녔다. 저자는 책에서 “최고의 외과의사는 대체로 기억력이 좋지 못하다. 나는 뛰어난 의사지만 최고의 의사는 아니다. 왜냐하면 내가 기억하는 수술들은 성공한 것이 아니라 실패한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털어놓는다. 자신이 사망케 한 환자의 수만큼 더욱더 뛰어난 외과의사로 성공했지만 그 죽음은 항상 그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다.

저자의 마음속에 남은 실패한 수술들은 때로는 감동적으로, 때로는 슬픔으로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그의 고백이 감동적인 이유는 그가 단순히 의사의 입장에서 지난 이야기들을 회고하기 때문이 아니다. 마시는 의사였지만 동시에 생후 3개월의 나이로 뇌종양 수술을 했던 아들의 아버지였고, 불치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둔 아들이었고, 그 자신 또한 양쪽 눈 모두 망막 박리 수술을 받아야 했던 환자였다. 이를 통해 마시는 의사 또한 인간이라는 것, 그리고 그들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불안함과 걱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의사로서 자신감보다는 불완전함과 실패를 중점적으로 고백한 그이지만, 반어적으로 독자들은 이러한 인간적이고 솔직한 모습에 그를 더욱더 신뢰하게 된다. 인디펜던트지의 레일라 사나이 기자가 “마시에게라면 기꺼이 내 머리를 맡기겠다”라고 말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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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안주현 통신원 jenniifera@usborne.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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