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슈트 마니아 본드, 슈트 잘 만드는 여자를 만나다! Bond and Tailor... 블로거 본드의 특별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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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4월 18일 1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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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Specialist
남성의 슈트 하면 모노톤 컬러에 각진 어깨 등 대부분 비슷한 디자인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테일러나 지역, 입는 사람 등 환경에 따라 그 모양새는 다르다. 나는 슈트를 좋아해 국내의 유명 테일러는 물론, 세계 곳곳의 유명 테일러 숍을 찾아다니며 직접 슈트를 맞춰 입어 보았다. 슈트는 남자가 입는 옷이라 대부분 남성 테일러였는데 한국에 여성이 만드는 슈트 브랜드가 있다는 소식에 호기심이 생겼다. 여성의 손길을 거친 슈트는 어떤 모습일까? 오랫동안 유명 셀레브러티의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해온 슈트 디자이너 김민정 대표가 이끄는 로드앤테일러가 궁금해진 이유다.


Q 여자로서 입을 수 없는 남자 슈트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 아름답게 웨딩드레스를 차려입은 신부의 짝은 그에 어울리는 멋진 모습의 신랑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느 여자나 나만큼 나의 파트너도 주목받길 원하잖아요. 제가 결혼할 때도 느꼈지만 여자만큼 남자에게도 중요한 결혼식에 남자들이 평소와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아요. 인생의 짧은 한순간, 턱시도 한 벌로 멋진 이미지를 보여주기엔 고를 수 있는 폭이 너무 좁더라고요. 결혼을 앞둔 우리나라 예비 품절남을 백마 탄 왕자로 만들어주기 위해 시작했답니다.

Q 남성이 만드는 슈트와 여성이 만드는 슈트의 매력, 다른 점이 있나요.
A 옷이란 기능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우선 아름다워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동성이 아닌 이성이 바라봤을 때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경우, 그 옷의 미적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하죠. 남성의 관점이 아니라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남자의 아름다움이 있어요. 그 기준을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 여자가 만드는 슈트의 매력 아닐까요?


Q 그런 센스 덕분에 인기 있는 남자 연예인의 슈트를 많이 맡게 됐나 봐요.
A 로드앤테일러를 운영하기 전 스타일리스트로 일한 경험이 한몫했던 것 같아요. 그때 쌓은 인맥으로 남자 연예인의 슈트를 많이 맡게 되네요. 여자연예인은 럭셔리 기성복을 협찬받을 수 있는 곳이 많아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하지만 국내 남성복 시장은 마켓이 작아 기성복 스타일링에 한계가 있어요. 스타일리스트로 일할 때 그런 상황을 많이 봤기 때문에 틈새시장을 공략한 저의 전략이 딱 들어맞은 거죠.

Q 특별히 추구하는 하우스 스타일이 있나요.
A 옷이란 면과 선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것이죠. 여기에 다양한 컬러와 소재를 활용한 질감을 더해 이미지를 만들어내요. 파티나 예식에서 입을 수 있는 턱시도의 경우, 남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단단한 느낌의 콘케이브 숄더(concave shoulder, 소매산이 올라간 유럽 스타일 어깨)로 남성성을 극대화해요. 허리 라인을 잘록하게 잡으니 어깨가 더욱 도드라지게 표현돼요. 비즈니스 슈트는 고객에 따라 중점을 두는 부분이 달라요. 직업이나 체형, 피부톤 등을 고려해 라인, 소재, 컬러를 선정하죠. 자주 손이 갈 수 있도록 개인의 취향을 반영해요. 직접 말로 주고받진 않지만 저는 옷보다 옷에 가려진 남성 고객의 섹시함을 찾아내 강조하려고 해요. 옷차림은 첫인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매개체잖아요.

Q 예복 위주의 비즈니스가 메인이라고 들었어요. 우리나라는 서양과 달리 턱시도나 모닝코트 같은 예복 문화가 자리 잡지 않았는데 대표님 생각은 어떠세요.
A 문화가 발전하고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복식 문화도 발전해간다고 생각해요. 최근 우리나라도 블랙 타이(보타이와 턱시도를 입는 드레스코드)를 드레스 코드로 하는 모임이 점점 늘어가고 있어요. 블랙 타이, 화이트 타이를 드레스 코드로 하는 격식을 갖춘 파티에 맞는 옷차림을 가이드하는 것, 그런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 지금 제 임무이자 풀어나가야 할 숙제 같아요.

Q 앞으로 로드앤테일러의 계획이 있다면요.
A 지금까지는 눈으로 보았을 때 아름다운 옷을 추구했어요. 여자가 아무리 추워도 짧은 미니스커트를 포기할 수 없고, 발이 아파도 하이힐을 고집하듯, 남자 역시 더 멋져지고 싶다면 약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고는 생각했거든요. 앞으로는 입기에도 편안한 옷을 만들고 싶어요. 멋진데 편안함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 아닐까요? 무대에서 예복을 입고 연주해야 하는 용재 오닐, 디토와 같은 클래식 뮤지션들과 협력해서 편안한 움직임을 선사하는 옷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또 맞춤 슈트인 비스포크로만 진행되어왔던 라인업을 기성복으로 확대하고, 합리적인 가격대로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려고요.

Q 마지막으로 김민정 대표가 생각하는 클래식이란 무엇인가요.
A 전 디자이너이자 스타일리스트예요. 로드앤테일러는 슈트 업계에서 말하는 소위 정통 클래식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저는 이것이 저만의 클래식이라고 생각해요. 음악도 그 시대의 연주가나 환경에 따라 곡의 해석이 변하듯 지금 시대에 가장 조화로운 최선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제가 해석한 클래식이죠. 또 클래식의 사전적 의미는 ‘고전적인’이라는 뜻도 있지만 ‘최고의 것’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으니까요.

김민정 대표와의 만남을 통해 새삼 느낀 것이지만 자신을 꾸미는 것의 원초적인 이유를 찾아본다면 아마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스스로의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도 있지만 결국 타인의 시선이 중요한 셈. 그런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여성이 만드는 남성복은 상당한 매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커플이 웨딩마치를 울리게 되는 따뜻한 봄날, 남성적 매력을 물씬 뿜어내는 내 남자로 만들어주고 싶다면 그의 어드바이스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도 좋겠다.


전정욱 패션 블로거·CEO
남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패션 고수다.
‘본드’라는 이름으로 블로그 앤디즈 룸(www.etchbond.com)을 운영하는 그는 연 매출 8백억원에 육박하는 기업을 이끄는 CEO다. 단순히 디자인이 예쁜 옷보다는 역사적 배경이 있는 클래식한 아이템을 좋아한다.

기획·이성희 | 글·전정욱 | 사진·박해윤 기자,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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