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꼼짝마” 집단지성으로 뿌리 뽑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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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후스콜’ KT ‘후후’ 등… 스팸차단 서비스 인기몰이

회사원 김준수 씨(34)는 얼마 전 전화를 받다가 재밌는 경험을 했다. 휴대전화가 울려서 보니 스마트폰 메인화면에 모르는 전화번호가 떴는데 그 옆에 ‘전화 받지 마’라는 메시지가 함께 나타났기 때문이다. 자신에 앞서 같은 번호에서 온 전화를 받은 누군가가 화가 나 해당 번호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남긴 모양이었다. 김 씨는 피식 웃으며 망설임 없이 통화 차단 버튼을 눌렀다.

김 씨가 직접 전화를 받아보지 않고도 해당 번호가 스팸 전화임을 알 수 있었던 건 스마트폰에 일명 ‘스팸 탐지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았기 때문이다. 스팸 탐지 앱은 해당 앱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특정 번호에 대해 남긴 평판을 종합해 전화가 왔을 때 알려준다.

김 씨는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스팸 전화에 짜증 날 때가 많았는데 앱을 깐 뒤 불필요한 전화를 상당히 차단할 수 있었다”며 “어쩌다 스팸 전화를 받게 될 때는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라고 번호에 대한 평가를 열심히 남긴다”고 말했다.

○ 집단 평가 모아 스팸 퇴치

잇따르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개인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가 세간에 떠도는 요즘 스팸 전화와 메시지를 막을 대안으로 집단 지성을 활용한 스팸 탐지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네이버의 ‘후스콜’을 비롯해 KT 자회사 KTcs의 ‘후후’ 등 앱 형태의 스팸 탐지 서비스가 50개 가까이 나왔다. 최근에는 SK텔레콤의 ‘T전화’처럼 이동통신사의 전용 플랫폼 내에 스팸 식별 기능을 탑재한 서비스도 등장했다.

‘후스콜’을 깔면 전화가 걸려올 때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된 해당 번호에 대한 다른 이들의 평가가 함께 뜬다. 인터넷상에 해당 번호와 관련된 콘텐츠가 있을 경우 인터넷 검색 결과도 함께 노출된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10초 정도면 스팸 여부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전화를 끊은 뒤엔 화면에 ‘스팸 유형 선택하기’ 메뉴가 뜨고 △스팸 △텔레마케팅·광고 △상담센터 △불법도박 콘텐츠 △성인 콘텐츠 △보이스피싱 △기타 중에 하나를 골라 분류하고 상세한 평가도 남길 수 있다. 주부 이지은 씨(32)는 “예전엔 보이스피싱 같은 전화를 받고도 짜증을 풀 길이 없었다”며 “그런데 요즘엔 평가라도 남겨 남들에게 알려줄 수 있으니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 “스팸 차단 시장, 신성장 기대주”

스팸 차단 서비스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2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스콜은 1년 반 만인 지난달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건수 1000만 건을 돌파했다. KTcs의 ‘후후’도 최근 국내 다운로드 건수 500만 건을 돌파하며 인기 몰이 중이다.

KTcs 측은 “매일 신고되는 스팸 건수가 하루 7만 건, 월평균 스팸 식별 건수는 2억 건에 달한다”며 “‘신호위반 과태료 청구’ 문자나 ‘연말정산 안내’와 같이 교묘히 포장된 스미싱 문자도 탐지해 각종 사기 사건을 미리 방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후스콜은 원래 대만 벤처기업인 고고룩이 내놓은 서비스였는데 네이버가 지난해 12월 고고룩을 인수했다. 당시 업계는 네이버의 고고룩 인수금액이 18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IT업계가 스팸 차단 서비스에 주목하는 건 국적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원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이미 후스콜 같은 서비스가 있었지만 네이버가 거액에 고고룩을 인수한 데는 고고룩이 갖고 있던 6억 건 규모의 전화번호 DB가 큰 역할을 했다”며 “이 같은 중국권 전화번호를 발판으로 네이버가 라인의 중국권 진출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T전화’ 서비스를 내놓은 것은 자사 가입자들에게 차별화된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업계는 해석한다. 모바일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 모바일 운영체제(OS) 공급사인 구글도 최신 스마트폰 OS인 ‘키캣’에 전화번호 식별 서비스를 내장했다”며 “DB 구축이 본격화되면 관련 시장의 강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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