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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출신 ‘안보 4인방’ 막강 영향력 꿈틀

입력 2014-01-03 16:54업데이트 2014-01-0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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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령관 경질사건으로 본 군 인사 난맥상
● 탈락자 구제 수단으로 변질된 임기제 진급
● ‘막강’ 김장수 라인의 수혜자와 피해자
● 기무사 청와대 보고서에 ‘박지만’은 없었다
● “시스템 인사 아닌 유력자 중심 정실 인사”
왼쪽부터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 박흥렬 경호실장.
지난 11월 군 인사를 두고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령관이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당시 기무사령관 장경욱(육군사관학교 36기) 소장은 청와대에 김관진 장관의 ‘부적절 인사’를 직보했다가 전격 경질됐다.

장 소장이 지적한 김 장관 인사의 문제점은 자기 사람 챙기기, 임기제 진급 남발, 관행에 어긋난 구제 인사, 유력자 인맥 특혜 등이다. 장 소장에 대한 김 장관의 분노는 기무사 수뇌부 ‘대학살’로 나타났다. 기무사 2인자인 참모장, 2부장, 국방부 기무부대장 등 주요 보직자가 하루아침에 기무사에서 내쫓기는 수모를 당했다. 2부장 박모 준장은 전방 사단의 부사단장으로 전보되자 항의 차원에서 전역지원서를 냈다.

군 출신을 중용하며 안보지상주의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 군에서 이런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은 뜻밖이다. 김 장관은 신임 기무사령관에게 청와대 직보 관행을 없애라고 지시했다. 겉으로는 기무사를 겨냥한 것이지만 청와대와 군 사이의 채널을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기무사령관이 청와대에 직보하는 것은 오랜 관행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 박흥렬 대통령경호실장은 모두 김관진 장관처럼 육군 대장 출신이다. 육군 대장 출신 4명이 동시에 안보 관련 요직에 오른 것은 문민화의 출발점인 김영삼 정부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은 육사 선후배 관계다. 남 원장이 육사 25기, 김 실장이 27기, 박 실장과 김 장관은 동기인 28기다. 남 원장, 김 실장, 박 실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육군참모총장을 순차적으로 지낸 인연이 있다. 박 실장이 참모총장일 때 김 장관은 합동참모의장이었고 김 실장은 국방부 장관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무현 정부 때 군 최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이 박근혜 정부의 안보 라인을 장악한 것. 군 안팎에선 이들 ‘안보 4인방’이 군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장경욱 소장이 청와대에 올린 보고서에는 김 장관의 부적절한 인사 스타일과 더불어 나머지 세 사람의 인사 개입 의혹, 일선 지휘관들의 일탈 사례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소장은 이 보고서를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

유능한 인재 구제

기무사령관 경질사건이 불거지자 대다수 언론은 기무사 보고서에 무게를 두면서 김 장관 인사에 문제가 많다는 투로 보도했다. 하지만 군 주변에서는 일방적으로 비판할 문제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예컨대 임기제 진급 남용이 문제인 것은 틀림없지만, 유능한 인재의 구제라는 면에서 양면성을 띤다는 것이다. 인사 잡음이란 것이 대체로 진급과 보직에서 밀린 사람들의 불만과 원성에서 비롯된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럼에도 이번 논란이 특별한 것은 안보 4인방의 무게감과,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의 존재감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인사에선 박 씨의 육사 동기인 37기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부적절 인사’로 거론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안보 4인방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입길에 오르내리는 사람은 교육사령관 김종배(육사 36기) 중장. 군 일부에서는 김 중장 인사를 김 실장과 남 원장 간 파워게임의 산물로 보기도 한다.

2013년 4월 현 정부 첫 인사 때 김 중장은 유력한 기무사령관 후보로 거론됐다. 김 실장이 민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기무사령관에 임명된 사람은 남 원장이 천거한 것으로 알려진 장 소장이었다. 이를 두고 김 실장이 남 원장과의 파워게임에서 밀렸다느니 박 대통령이 남 원장을 통해 김 실장의 독주를 견제한다느니 따위의 말이 나왔다.

하지만 다른 얘기도 들린다. 군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남 원장이 김 실장 사람인 김 중장을 반대하는 바람에 장 소장이 어부지리로 기무사령관이 된 걸로 안다”고 귀띔했다. 그에 따르면 장 소장은 남 원장과 특별한 인연은 없으며, 굳이 인맥을 따지자면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 기무사령관 출신인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과 가깝다고 한다.

김 중장은 김장수 라인으로 분류되지만 김관진 장관, 박흥렬 실장과도 가깝다. 김 실장과는 2001년 7군단장, 작전참모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두 사람을 잘 아는 군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김 실장은 ‘고르고 골라’ 김 중장을 작전참모로 발탁했다고 한다. 김 중장과 김 장관의 인연은 1990년대 초 맺어졌다. 김 장관이 수도기계화사단(수기사) 보병여단장일 때 부하장교였다. 박 실장과도 각별한 친분이 있다. 박 실장이 노무현 정부 말기 육군참모총장을 지낼 때 김 중장이 비서실장으로 보좌했다.

김 중장은 동기생보다 한 해 늦게 2009년 소장으로 진급했는데, 사단장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한직인 부사관학교장에 부임했다. 임기제 진급이었다. 이어 2011년 교육사 훈련부장에 임명되면서 임기가 연장됐다. 군인사법(24조 2항)에 따르면 임기제 진급은 전문인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임기를 정해 1계급 진급시키는 것이다. 임기는 2년이고 임기가 끝나면 전역해야 한다. 다만 그 직위에 다시 임명되거나 유사한 계통의 직위로 전직한 경우에는 2년 내에 국방부 장관이 정하는 기간이 지났을 때 전역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남재준의 힘

군 인사 문제점을 청와대에 직보했다가 전격 경질된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
김 중장이 임기제 진급으로 부사관학교장이 된 데는 별 논란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 그는 또 한 번 임기제 진급으로 교육사령관에 올랐다. 소장, 중장을 모두 임기제로 진급한 것이다. 편법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은 이 때문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의 인재 활용’이라는 임기제 진급제도의 취지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솔직히 보병 병과에 무슨 전문성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김 중장은 이제 대장까지 올라가도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 2년 내에 진급하면 임기제 진급의 전역 규정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법무장교는 “임기제 진급을 두 번 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군에서 ‘진급은 경쟁, 보직은 전쟁’이라는 말이 있다. 진급과 보직은 군 인사의 양대 축이다. 고위직에 오르려면 영관장교 시절부터 진급과 보직이 다 잘 풀려야 한다. 진급이든 보직이든 한번 뒤처지면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 병과마다 ‘이번에 여기면 다음엔 저기’라는 식으로 인사 패턴이 정해진 데다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기 때문이다. 밀린 선배가 뒤늦게 자리를 차지하면 후배가 피해를 보게 마련이다. 능력이 아까워서든 인사권자와의 친소관계에 의한 것이든 나중에 구제하려다보면 편법인사 논란이 빚어진다.

김 중장의 진급은 전형적인 구제 인사라는 게 중론이다. 김 중장 주변 인사는 “그는 딱히 누구의 라인이라기보다 선배들로부터 두루 신임을 받았던 유능한 군인”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김 중장은 노무현 정부 때까지만 해도 잘나갔다. 그런데 2008년 정권이 바뀌면서 먹구름이 끼었다. 요직인 합참 작전처장으로서 유력한 진급 대상자로 꼽혔지만 그해 10월 인사에서 소장 진급에 실패했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주도했던 당시 인사는 “김장수-박흥렬 색채를 확 빼낸 인사”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두 사람의 신임을 받았던 장교들이 불이익을 받았다. 또한 실력 있는 장교들이 노무현 정부 때 요직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진급에서 탈락하거나 한직으로 밀려났다. 김 중장 주변에서는 “능력이 아깝긴 하지만 편법인사로 승진을 한 건 그것대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중장 못지않게 이번 인사에서 주목받은 사람은 ‘8차 진급’을 한 고명현(육사 37기) 준장. 고 준장은 남재준 국정원장의 측근이다. 남 원장이 노무현 정부 첫 참모총장을 할 때 수석부관이었다. 남 원장은 취임 직후 모 사단 부사단장으로 근무하던 고 대령을 준장 자리인 국정원 국방보좌관에 앉혔다.

장성 진급은 통상 3회에 걸쳐 이뤄진다. 두 기수 후배들과 경합하는 세 번째 인사에서도 탈락하면 진급 적기가 지났다고 본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다음에야 진급이 거의 불가능하다. 8년 만에 별을 단 것은 이변 중의 이변이다.

고 준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웠던 남재준 총장이 물러난 후 인사가 풀리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진급 적기가 지났다는 이유로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군 인사통인 현역 대령은 “고 준장은 훌륭한 장군감”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아래 기수에서는 장군 자리 하나를 빼앗긴 셈이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불운의 장교들

남 원장은 취임 직후 자신과 인연이 있는 예비역 장교들을 국정원으로 불러들였다. 소장 출신인 김규석(육사 29기) 3차장은 남 원장의 오랜 측근이다. 육군본부 지휘통신참모부장을 끝으로 예편한 후 국방과학연구소(ADD) 자문위원, 삼성탈레스 사업본부장을 지냈다.

총무국장을 맡은 해병대 준장 출신 K씨도 남 원장의 측근이다. 국정원 살림을 책임지는 총무국장에 외부 인사를 임용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 내부 직원들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특별보좌관 오연택(육사 38기) 씨는 남 원장이 참모총장으로 재직할 때 수석부관을 지냈다. 고명현 준장의 후임자였던 그는 2004년 국방부 검찰단의 육군 진급비리 수사 때 남 원장과 거의 한 몸으로 움직였다. 2008년 장성 2차 진급 시기에서도 탈락하자 전역지원서를 냈다.

대통령비서실 국방비서관 연제욱(육사 38기) 소장도 ‘부적절 인사’의 사례로 거론된다. 연 소장은 이번에 진급한 건 아니지만, 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사건으로 야당의 공격을 받는 와중에 두 차례 임기제 진급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2011년 11월 사이버사령부 초대 사령관으로 부임하면서 임기제 진급으로 별을 달았다. 이어 2012년 11월 소장으로 진급하면서 국방부 정책기획관에 임명됐는데, 역시 임기제 진급이었다.

연 소장이 눈총을 받는 건 김관진 장관의 독일 육사 인맥이기 때문. 육사는 매년 한 기수에 한 명을 선발해 독일 육사로 보낸다. 대체로 우수한 생도가 선발된다. 이들은 독일 육사에서 3년 동안 배운 후 돌아와 4학년에 편입해 동기생들과 같이 졸업한다. 이번에 교육사령관에서 국방부 정책실장으로 승진한 류제승(육사 35기) 중장도 독일 육사 출신이다.

2010년 12월 김 장관이 부임한 이래 진급한 독일 육사 출신 장성은 모두 6명. 박지만 씨 동기인 7군단장 박찬주(육사 37기) 중장도 독일 육사 출신이다. 군 관계자는 “독일 육사 출신들은 대체로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김 장관 전임자인 김태영 전 장관도 독일 육사 출신이다.

연 소장의 이력도 독특하다. 노무현 정부 때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파견 근무하면서 ‘우수 자원’으로 평가받던 그는 정권이 바뀐 후 거의 정치적 보복 수준의 불이익을 받았다. 준장 진급에서 네 번이나 탈락했던 것. 그가 별을 단 것은 김 장관이 부임한 이듬해였다.

연 소장 후임으로 국방부 정책기획관에 임명된 장혁(육사 39기) 소장과 국방정보본부장 조보근(육사 37기) 중장도 임기제 진급을 했다. 두 사람 다 김 장관 라인으로 분류된다. 특히 장 소장은 준장도 임기제로 진급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상황실에 파견됐던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여러 차례 진급에서 탈락했다.

포병장교 출신으로 인사 문외한인 모종화(육사 36기) 중장이 한 기수 후배의 뒤를 이어 인사사령관에 임명된 데 대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전남 영암 태생으로 목포고를 나온 그는 3군 사령부 화력부장을 거쳤다.

역차별 논란

박선우(육사 35기)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은 김장수 라인의 대표적 인물로 거론된다. 합참 작전본부장을 하다 이번에 대장으로 진급했다. 합참 작전본부장은 작전 특기 장교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요직으로 대장 진급 1순위로 꼽히는 자리다. 박 대장은 사단장을 두 차례 지내며 이라크 자이툰부대 지휘관을 거쳐 합참 군사기획부장, 군단장 등 작전통의 정통 코스를 밟아왔다. 김장수 실장의 광주일고 후배다.

김장수 라인의 또 다른 축인 육군참모차장 황인무(육사 35기) 중장은 대장 진급에 실패했다. 충북 옥천 태생으로 대전고를 나온 황 중장은 노무현 정부 때 국정상황실 파견근무를 하며 동기생 중 선두주자로 꼽혔다. 김 실장이 참모총장일 때는 비서실장으로, 국방부 장관을 지낼
때는 군사보좌관을 맡으면서 김 실장의 최측근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노무현 정부 말기 사단장으로 진출했으나 정권이 바뀐 뒤 제동이 걸렸다. 사단장을 마친 후 맡는 소장 2차 보직부터 꼬였다. 요직인 합참 부장이나 육본 부장으로 못 가고 교육사 전력발전부장을 거쳐 육군대학 총장을 지냈다. 2011년 2차로 중장이 됐는데 1차 보직인 군단장으로 나가지 못하고 2차 보직인 교육사령관으로 직행했다. 관례에 비춰 군단장을 거치지 않으면 대장 1차 보직인 군사령관에 오르기 힘들다. 지난해 11월 참모차장으로 이동한 그는 이번 인사에서 대장에 오르지 못한 채 유임됐다.

황 중장의 유임을 김 실장의 배려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정권 실세인 김 실장과의 관계 때문에 역차별을 당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군 관계자는 “황 중장은 유능한 군인인데 ‘김장수 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에 오히려 피해를 보는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황 중장은 군 안팎에서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언론은 장경욱 소장이 청와대에 박지만 씨의 인사개입 실태를 보고했다가 ‘괘씸죄’로 역풍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기무사 관계자는 이를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박지만 씨는 민간인”이라며 “기무사에서 민간인 동향 보고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소장의 한 지인도 “당사자에게 확인해봤는데 박 씨 관련 내용은 없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다만 기무사가 박 씨의 육사 37기 동기생인 일부 야전지휘관의 ‘부적절한 처신’을 파악하고 청와대 보고서에 담았던 건 사실이다. 기무사가 언급한 ‘부적절 야전지휘관’ 중에는 신원식 중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11월 중장으로 진급하면서 수도방위사령관에 부임했던 신 중장은 1년 만에 요직인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영전해 눈길을 끌었다.

37기 중 지금까지 중장에 오른 사람은 모두 8명. 신임 기무사령관에 박 씨의 육사 동기이자 ‘절친’인 이재수 중장이 임명된 사실을 들어 박 씨의 숨은 영향력이 드러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이 중장은 인사사령관을 맡은 지 6개월 만에 군 실세 자리를 꿰찼다.

유력자와의 근무 인연

기무사령관의 청와대 직보에 대해선 찬반양론이 있다. 다만 장 소장의 행위에 정치적 의도나 사심이 없었다는 것은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는 깐깐하고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로 알려졌다. 장관과 충돌한 것도 옳은 일이라 생각하면 윗사람 눈치 보지 않는 곧은 성격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 기무사 주변에 따르면 그는 사령관에 취임한 후 오로지 업무에 몰두하면서 외부 인사 만나는 것을 자제했다고 한다. 또 오후에 외출했다가도 꼭 부대로 돌아와 퇴근을 하는 등 자신에게 엄격했다고 한다. 그의 오랜 지인은 “장경욱은 김장수, 김관진, 박흥렬 세 사람에게 빚진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장 소장에 대한 동정론이 이는 가운데 이번 기회에 현 정부 군 인사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군사전문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김종대 씨는 “기무사령관 경질사건을 통해 군 인사의 근본적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유력자와의 근무 인연을 중시하는 정실 인사가 문제의 본질이다. 이는 법치와 시스템보다 인치(人治)를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맞닿는다. 아버지대(代)에선 그게 옳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적 절차가 강조되는 요즘 시대엔 맞지 않는 방식이다. 군 출신을 요직에 앉히면 안보가 튼튼해지고 군이 안정될 거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파벌주의와 줄서기, 사적 인맥의 폐해가 더 심해져 군의 전문성을 잠식시키고 나아가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도 있다.”

군 출신의 중용은 군사주의 확산을 불러왔다. 대통령 경호실의 경우 육군참모총장 출신이 책임자가 된 후 일부 간부의 직급이 상향 조정됐다. 국가안보실에서는 현역 장교 수가 늘었다. 국정원도 원장과 가까운 예비역 장교들이 영입되면서 군 출신 간부들이 우대받는 분위기다. 남 원장은 취임 직후 계룡대를 방문해 장성들을 대상으로 ‘군인의 길’에 대해 강연하기도 했다.

군사주의 확산 우려

유력자 중심의 정실 인사를 바로잡으려면 근본 처방이 필요하다.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안보 요직에 군 출신을 임명하는 것의 장점과 단점을 잘 따져봐야 한다. 전역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은 군을 잘 아는 장점이 있지만 인맥에 얽매이는 단점이 있다. 현역 장교들과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전역한 후 10년 이상 지나지 않은 사람은 국방부 장관이 될 수 없다. 군 출신들을 정부 요직에 지나치게 중용할 경우 군 인사 질서가 흐트러질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저마다 자기 사람을 챙기려들면 그만큼 피해를 보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군 사정에 정통한 예비역 장교의 말이다.
“인사의 룰이 깨졌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룰이 깨지면 군이 관료화한다. 관료화한 군은 외부의 침입세력에 맞서 싸울 힘을 상실한다. 자기 사람을 챙기더라도 ‘깜’이 되는 사람을 앉히는 건 문제가 안 된다. 깜이 안 되는 사람을 시키는 게 문제다. 인사참모부장을 지낸 사람이 인사사령관이 못 되고 인사 문외한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특전사령관을 마친 사람이 특별한 이유 없이 1군 부사령관으로 좌천됐다. 인사엔 최소한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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