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병기]닫힌 정치에 발목 잡힌 투자

동아일보 입력 2013-11-28 03:00수정 2014-07-2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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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는 경제는 항상 성장하는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지금까지 오랜 기간 높은 성장률을 달성해 온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 경제는 성장이냐 정체냐 침체냐 하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 이 문제는 새뮤얼 헌팅턴의 지적처럼 한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의 문제와 관련된다. 파이를 나누는 경제민주화에 치중할 것인가 아니면 파이를 키우는 성장전략에 진력할 것인가.

지금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 수준에서 6년 동안 정체하고 있다. 그런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우리나라 경제의 장기 전망은 매우 비관적이다. 우리 경제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국가에 비해 잠재성장률 하락속도가 빠르고 2038년도에 가면 성장률은 0.8%에 머무른다는 예상이다. 지금도 성장률은 10년마다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현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지속 성장하려면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거나 투자를 더 하는 것이다. 우선 중요한 것은 고용비중이 높지만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다. 사실 혁신의 정도 차이가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생산성 격차를 가져온 원인이다. 두 차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삼성과 현대차가 좋은 성과를 보인 근본 이유는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혁신하여 성장하는 기업은 더욱 혁신하도록 해주고 혁신에서 뒤처지는 기업은 혁신이 가능하도록 뒷받침을 해주는 것이 경제전반의 경쟁력 향상과 선순환을 위해 바람직하다. 기업이 더욱 혁신하도록 정책과 제도를 바꿔야 생산성 향상이 가능해진다.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또 다른 방법은 투자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민간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에서는 국가 간 자본이동이 쉽기 때문에 기업들이 돈 벌 수 있는 나라로 얼마든지 이동한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일이 많고 외국인기업이 국내로 많이 들어오지 않는 것은 국내의 기업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해진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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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투자환경을 글로벌 기준에 맞도록 정비해야 한다.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투자에 따른 걸림돌이 낮아지도록 규제를 푸는 일은 그래서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경제규제가 대폭 증가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기업투자를 어렵게 하는 각종 규제들이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속속 법률로 만들어지고 있고 정작 경제활성화에 필요한 법률안 마련은 지체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서비스산업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울 서비스산업발전법 개정안이다. 이 법률안은 상정된 지 오래 되었지만 아직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최근에 문제가 되는 것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 100%를 갖는 경우에만 증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규제다. 이 때문에 국내의 기업들이 해외 유수의 외국인기업 투자유치를 통해서 합작투자 기업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당장 GS칼텍스와 SK종합화학의 2조 원대 투자가 묶여 있다. 국내 석유화학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이런 외국인투자가 가능하도록 외촉법의 조속한 개정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의 번영을 가져오고 투자를 활성화하느냐의 판가름은 국회가 제도개선을 제대로 해 내느냐에 달려 있다. 정쟁의 늪에 빠져있는 국회가 민생을 생각하는 열린 국회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경제#투자#혁신#투자 인센티브#서비스산업발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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