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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삼촌 놀던 압구정… 스타일 아는 조카들로 ‘르네상스’

입력 2013-09-02 03:00업데이트 2013-09-0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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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오렌지족 주무대, 교통불편으로 매력 잃어
분당선 연장에 1020 유입, 유명브랜드 입점 잇달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7월 문을 연 ‘리복클래식’ 매장. 압구정로데오역 개통 호재에 맞춰 20대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 거리에 아시아 최초의 단독 부티크를 열었다. 리복 제공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의 ‘리복클래식’ 매장. 트렌디한 옷차림의 20대 고객들이 매장 내 ‘익스클루시브 존’ 앞에서 복작거리고 있었다. 한국에선 유일하게 이 매장에서만 한정된 수량이 판매되는 제품들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리복은 7월 초 아시아 최초로 ‘리복클래식’ 단독 매장을 열면서 압구정 로데오거리를 거점으로 정했다. 한국의 ‘베벌리힐스’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로데오거리가 옛 명성을 되찾기 시작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리복뿐 아니라 유명 국내외 브랜드의 단독 매장, 제품체험 센터 등도 최근 속속 이곳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1990년대 ‘오렌지족(族)’의 주 활동 무대로 꼽히며 ‘원조 강남스타일’의 메카로 불렸던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부활의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로데오거리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사거리에서 학동 사거리 입구까지 이어지는 ‘ㄱ’자 형태의 상권. 이곳은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등 주변 상권에 밀려 최근 10년 새 명성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로데오거리가 자존심을 회복하게 된 데는 분당선 연장선 압구정로데오역 개통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하철 개통에 따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유동 인구가 최소 하루 3만 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조춘식 강남구청 지역경제과 신성장동력팀장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이후 강남북 교통이 단절되면서 처음 악재를 만난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지하철역 공사가 장기화돼 상권으로서의 매력을 일부 잃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하철역 개통은 10, 20대 ‘뚜벅이족’이 유입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대가 주요 타깃인 ‘리복클래식’도 이런 점을 고려했다. 이나영 리복 마케팅담당 이사는 “이 거리가 20대를 타깃으로 한 편집숍 및 정보기술(IT) 전문숍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복합 상권으로 발전하면서 젊은 세대들이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진 것도 호재”라고 평가했다.

코오롱스포츠도 이르면 11월 말 이 지역에 단독 매장을 연다. 젊은층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 거리를 낙점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청담동, 압구정동을 아우르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패션성이 더욱 강조된 트래블 라인 중심의 매장으로 꾸밀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데오거리 안쪽에도 아기자기한 신규 브랜드 점포와 편집숍들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다. ‘유러피안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을 표방하는 LG패션의 ‘라움에디션’과 디지털 기기 관련 액세서리 및 패션 아이템을 판매하는 ‘인케이스’는 올 5월 초 문을 열었다. 국내 천연화장품 브랜드 ‘카오리온’은 지난해 말 싸이의 ‘강남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매장을 열었다.

LG패션이 5월 문을 연 ‘라움에디션’ 매장 내부. 20, 30대를 주요 타깃으로 ‘헌터’ ‘리포’ ‘벤시몽’ 등 유명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숍이다. LG패션 제공
가로수길의 인기가 급등하면서 매장 평균 임대료가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2배 이상으로 오른 것도 로데오거리 부활의 호재가 됐다. 가로수길이 대형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및 국내 대기업 브랜드만 살아남게 돼 개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 ‘아베다’도 지난달 중순 국내 첫 로드숍 매장을 압구정 로데오거리 중앙 도로에 열었다. 가로수길은 주로 중·저가 브랜드가 밀집돼 고급 이미지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리테일팀 이사는 “가로수길이 대중화된 곳이라면,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청담동 상권에 근접해 ‘프리미엄’한 상권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크다”며 “유동 인구가 늘면서 이 거리가 1990년대의 아성을 조만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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