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최연혁]이케아 상륙, 한국 가구업계 괜찮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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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주문 판매 동네가구점, 13만명 종업원 둔 대기업 변신
최신 디자인의 모든 것 총집합… 매장 구경하는 즐거움 선사
유아용품서 노인용품까지 다양… 매장엔 사시사철 고객 문전성시
국내 가구업계, 만반의 준비해야

최연혁 스웨덴 쇠데르퇴른대 교수 정치학
최연혁 스웨덴 쇠데르퇴른대 교수 정치학
필자는 지금 스웨덴의 남부 소도시 엘름훌트에 와 있다. 이곳은 잉바르 캄프라드가 세운 세계적 가구회사 이케아 1호점이 있는 곳이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450km 떨어져 있는 이 작은 도시에서 이케아의 신화가 시작된 것이다. 엘름훌트는 소도시이지만 본사가 1980년대 네덜란드로 이전한 지금도 이케아의 디자인과 카탈로그 제작, 상품 기획 등 핵심 활동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53년 우편 주문을 받아 제작해 판매했던 작은 동네 가구점이 전 세계 26개국 280여 개의 매장과 13만 명이 넘는 종업원을 둔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공한 배경은 무엇일까.

뭐니 뭐니 해도 트렌드를 주도하는 실내 디자인 감각을 빼놓을 수 없겠다. 주방용품에서부터 목욕용품은 물론이고 거실 서재 침실 인테리어가 완벽하게 구성되어 있는 이케아 매장에 가보면 최신 실내 디자인의 모든 것이 총집합해 있다. 굳이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매장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고객들은 즐거움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케아 매장 규모는 어마어마한데 이는 거실 부엌 침실 공부방 등 실제와 똑같이 실내 장식을 하고 가구를 배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공간에서 고객이 직접 체험하도록 한다. 전 세계 이케아 매장 중 최대 규모인 스톡홀름 매장을 가보면 고객의 동선을 따라 만들어진 거실 침실 작업실 부엌 등이 스웨덴 가정생활 디자인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전략의 이면에는 이 회사의 ‘견물생심’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 그냥 구경삼아 와봤다가 디자인에 매료돼 물건을 구입하게 되는 사람들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또 모든 연령대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다 보니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사시사철 문전성시를 이룬다. 또 다양한 고객층의 수요를 생각해 상품을 진열해 놓아 자석이 철가루를 끌어가듯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특정 소비자를 겨냥했다기보다 유아용품부터 노인용품까지 모든 세대를 충족시키는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매장 코너마다 어린아이들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만족시키는 ‘가족 종합 놀이터’ 개념이야말로 이케아가 전 세계 어디서나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쇠다.

매장을 돌아다녀 보면 내구성이 있는 제품임을 보여주기 위해 기계적으로 열고 닫는 장치를 곳곳에 만들어 유리장에 진열해 놓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수십만 번씩 열고 닫아도 마모되지 않고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매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직접 눈으로 확인시켜 주는 절차다. 고객은 싸면서도 튼튼한 제품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제품을 다시 보게 된다.

이케아 제품 중 ‘스웨덴제(메이드 인 스웨덴)’는 별로 없다. 거의 모든 제품이 세계 곳곳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중국제도 많다. 하지만 모든 제품 뒷면에는 한결같이 디자인은 스웨덴에서 했다는 뜻인 ‘디자인드 바이 스웨덴(Designed by Sweden)’이 표기되어 있다.

고객들은 비록 만들기는 다른 나라에서 만들었어도 디자인만큼은 스웨덴에서 했다는 것이 확인되기 때문에 무엇을 사도 스웨덴제를 산다는 기분을 갖게 된다. 애플 제품들도 중국에서 조립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하지만 중국에서 만들었다고 해서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애플이란 브랜드를 보기 때문이다.

이케아 창업자 캄프라드의 자서전을 보면 그의 기업 철학이 자세하게 밝혀져 있는데 이 중 눈에 띄는 것이 “고객 만족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종업원 만족 전략”이라는 대목이다. 그는 자서전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 가치는 직원들이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직장, 또 고객들이 이케아만 오면 즐겁고 재미있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적고 있다. 이런 그의 철학을 반영하는 이케아 매장만의 특징이 바로 카페테리아와 어린이 놀이터다.

세계 어디를 가도 이케아 매장에서는 쇼핑 온 사람들에게 맛좋은 간식과 커피와 빵을 저렴한 값에 제공한다. “배고픈 사람에겐 물건을 팔지 않는다”는 창업자의 철학에 따라 6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또 매장 입구에는 넓은 어린이 놀이터 공간을 만들어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을 안심시킨다. 직원을 상시 배치해 안전사고에도 철저히 대비하도록 했음은 물론이다.

내년 말 이케아 1호점이 한국(경기 광명시)에도 상륙한다고 한다. 벌써부터 대형 가구업체는 물론이고 동네 영세 가구업체들의 반발이 거세다고 들었다. 사실 이케아가 세계 곳곳에 매장을 낼 때마다 자국 가구 회사들의 반발은 컸다. 이들은 나름대로 만반의 방어 준비를 하며 “이케아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방어는 쉽지 않았다. 이케아가 고객들에게 가져다주는 쇼핑의 즐거움을 이미 입소문으로 들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무대에 올려진 한국의 가구 산업이 어떻게 생존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최연혁 스웨덴 쇠데르퇴른대 교수 정치학
#이케아#가구#마케팅#가구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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