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서로 다른 장르가 결합한 복합장르가 대세를 이루면서 작가가 총괄 기획하고 타 분야 전문가들의 힘을 빌리는 일이 잦아졌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최종 결과물은 작가 혼자의 몫이다. 한데 이 전시는 협업자를 주인공으로 앞세운다. 음악 건축 안무 분야에서 역량을 인정받은 권병준, 데이비드 디그레고리오, 장영규, 정영두, 최춘웅 씨의 고유한 영역과 내공을 접하는 기회다. 8월 25일까지. 1000∼2000원. 02-2020-2050
‘더불어 작업’이 갖는 다양한 층위를 보여 주는 또 다른 전시가 있다. 서울 청담동 하이트컬렉션에서 열리는 사진가 염중호 씨(48)의 ‘예의를 잃지 맙시다’전. 그는 도시에서 곁방살이하듯 사는 식물들을 사진으로 채집한 뒤 그와 협업한 작가 7명이 이미지를 선택해 자기 작업으로 재해석하도록 했다. 그래서 개인전인 동시에 7명이 우정 출연한 그룹전이다. 8월 10일까지. 무료. 02-3219-0271

1층에는 안무가 정영두 씨가 김소라, 서도호 씨와 협업한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추상적으로 걷기’라는 김소라 씨의 난해한 제의를 그가 야외 퍼포먼스로 구현한 영상을 볼 수 있다. 건축가 최춘웅 씨는 김범 씨와 협업으로 상하농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된장공방은 이웃집 할머니, 미니 축사는 동네 처녀 등 건물을 사람 캐릭터로 접근해 흥미를 더했다.
음악 분야에선 영화 ‘복수는 나의 것’과 안무가 안은미 씨 작업에 참여한 작곡가 장영규, 이주요 김성환 씨와 협업한 디그레고리오, 임민욱 씨의 영상에서 퍼포먼스를 펼친 권병준 씨가 참여했다. ‘삐삐 롱스타킹’의 뮤지션이자 사운드 아티스트 권 씨는 3층 전체를 무대로 영상 사운드 설치가 결합한 18분 길이의 작품을 선보였다. 전기와 전자에 대한 기술과 지식을 활용한 아날로그형 결과물이 인상적이다.
○ 미술과 현대미술 사이

쓰러진 나무를 벽화로 그린 최대진, 조경 식물의 무기력함을 캔버스에 담아 낸 강석호 김수영 권경환, 잡지에서 식물 이미지를 오려 팝업북처럼 전시한 로와정, 버려진 손톱으로 꽃을 만든 리오넬 사바테, 드로잉 그림편지의 박진아 씨. 이들은 한 이미지가 어떻게 다른 이미지로, 혹은 다른 장르로 발전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전시를 보려면 사무실 출입구를 이용해야 하는 점이 번거롭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