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의 힐링투어]인도네시아 발리 섬 신비 속으로

동아일보 입력 2013-06-21 03:00수정 2013-07-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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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밀림 속 힌두사원을 원숭이 친구삼아 터벅터벅
‘몽키포리스트’라고 불리는 우붓의 숲에선 사람과 ‘게 잡아 먹는 원숭이’가 이렇듯 무탈하게 공존한다. 관광객들이 열대우림의 밀림 그늘 아래서 힌두 사원을 향해 걷고 있다. 발리=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지난 3월 11일. 취재를 마치고 발리국제공항으로 가는 도중 곳곳에서 ‘Nyepi(녜피)’라고 쓴 플래카드를 볼 수 있었다. 또 동네마다 ‘오구오구’라는 도깨비 조형이 화려하게 치장된 것도 보았다. 다음 날 자정(12일 0시) 시작될 새해맞이 준비다. 녜피는 힌두력(曆) ‘설날’로 발리 최대의 명절이란다. 기왕이면 녜피를 한번 봤으면 했는데 그런 나를 현지인 운전사는 오히려 ‘운이 좋다’고 했다.

그 이유가 재밌다. 새해 전야, 즉 이날 해진 후 발리에선 그 누구도 집 바깥에 나올 수 없어서다. 외국인 관광객도 예외는 아니어서 호텔에 머물러야 한단다. 응급환자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니 이런 경우엔 경찰차가 호송해 준단다.

그뿐이 아니다. 불도 켜면 안 된다. 공습경보 때 등화관제와 똑같은 상황인데 공항도 마찬가지. 그래서 11일 일몰 후 발리공항은 다음 날 일출 때까지 폐쇄된다.

불을 끄고 거동을 삼가는 이유. 여기 아무도 없다고 신을 속이는 것으로 신이 악귀(오구오구)를 쉽게 찾아 벌주게 하려는 조치다. 오구오구를 치장하는 것도 금방 눈에 띄게 하려는 것. 그 오구오구는 태워 없애는데 이게 발리의 신년 액땜 풍습. 과연 신들의 섬 발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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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는 인도네시아에서도 특별하다. 지구상의 이슬람 주요 49개국 중 신자 수가 최대인 인도네시아에서 거의 유일하게 힌두교를 믿는 섬이라서다. ‘신들의 섬’이란 별명도 힌두교의 수많은 신이 2000년간 이 섬의 토속신과 접목해 셀 수 없이 늘어난 데서 왔다. 힌두교는 질서(다르마)와 무질서(아다르마)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데 변형된 발리 힌두교는 끊임없이 육신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느라 매일 수시로 각자 자기 신에게 공양을 바친다. 거리에서 만나는 수많은 신의 조상은 거기서 왔다. 또 시시때때로 볼 수 있는 마을축제도 같다. 그 때문에 섬은 늘 잔치로 들썩이고 거리에선 온종일 신께 바치는 공양이 목격된다.

그런 발리의 모습이 가장 잘 정비된 곳은 누사두아 비치 진입로변. 누사두아는 메리엇 클럽메드 웨스틴 등 최고급 체인 리조트로 이뤄진 리조트비치로 진입로 길가엔 여신상이 줄지어 있다. 정면의 분수대 뒤엔 탑도 조성됐다.

하지만 발리 힌두교의 정수를 보자면 힌두 사원으로 가야 한다. 그중엔 우붓의 ‘판당테갈 만달라 위사타 와나 원숭이 숲 보전지구’가 압권이다. 몽키포리스트라고 불리는 이곳에선 열대우림 속의 힌두 사원을 원숭이와 함께 거닐며 탐방한다.

원숭이들은 그늘져 시원한 숲의 산책로에서 어슬렁거리는데 사람을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안경 모자 등을 날치기하기도 한다. 원숭이의 이름은 ‘게를 먹는 마카크(Crab-eating Macaque)’.

하지만 이름만 그렇지 게를 먹진 않는다. 발견 장소가 해변이라 이렇게 불린 것이다. 키 38∼55cm에 무게 5∼9kg의 작은 체구로 독특한 습성이 있다. 동물계에선 희귀한 ‘매춘’이다. 털을 골라주는 대가로 성을 상납한단다.

이 숲은 ‘발리의 인사동’인 우붓 중심가 근방. 30여 년 전 원주민 예술가들이 시원한 숲을 찾아 모여들면서 형성됐는데 이젠 제법 큰 타운을 이뤘다. 관광객들은 그들의 작품(그림 조각 공예품)을 파는 거리에서 눈요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큰 힌두 사원도 있다.

   
■ Travel Info


발리 ▽항공: 인천 직항, 7시간 소요.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www.garuda.co.kr 080-773-2092) 대한항공(www.koreanair.co.kr 1588-2001) ▽입국비자: 현장 발급(25달러) ▽통화:루피아. 달러당 1만 루피아. 현지에서는 미국달러를 받지 않으니 출발 전 환전(인천공항 가능). 통화변환기 ko.coinmill.com ▽발리공항 이용료: 출국 시 현지 통화로 납부(15만 루피아·약 15달러)하니 미리 준비. ▽기후: 열대, 연중 20∼33도. 계절은 건기(4∼10월)와 우기(11∼3월). 우기에는 매일 한두 시간 소나기 내리는 정도. ▽종교: 인도 힌두교와 다른 발리식 힌두교. 인도네시아 국민 88%는 이슬람교인 ▽발리 섬: 제주도 2.8배 크기, 주민 300만 명 ▽위치: 남위 8도   

발리 섬의 누사두아 비치에 지난해 말 개장한 최고의 럭셔리 리조트호텔 물리아 발리의 풀 사이드 바. 하얀 모래해변과 산호초 바다가 리조트의 수변공간과 연결된 대규모 호화 리조트다. 물리아발리 리조트 제공
▼ 발리 누사두아 비치 ‘물리아 리조트’ ▼


유럽 취향의 바캉스 천국… 해변경치-식도락-휴양시설 특A급

발리는 책으로 치면 스테디셀러에 해당한다.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 비결은 과연 뭘까. 첫째는 거리다. 일곱 시간의 비행은 지루하지도 아쉽지도 않게 오랜만의 탑승을 즐기게 하는 적당한 거리다. 둘째는 휴식과 관광이 적절히 조화된 섬이란 점이다. 열대우림과 더불어 힌두교와 혼합된 전통문화에서 풍겨 나는 묘한 향취가 매력이다. 셋째는 월드클래스 비치리조트에서 보장되는 편안한 휴식이다. 핵심은 발리 최초로 개발된 누사두아 해변. 메리엇 웨스틴 노보텔 클럽메드 등 오성급 리조트호텔이 즐비하다.

누사두아 비치의 개발이 시작된 건 1974년. 설계는 바캉스 문화의 원조 프랑스가 맡았다. 이게 유럽 취향의 럭셔리 자연친화형으로 개발된 배경이다. 이곳의 흰모래는 발리에서 흔치 않다. 청정한 바다도 늘 잔잔해 편안한 수변 휴양을 보장한다. 앞바다의 수중 산호가 방파제 역할을 한 덕분이다. 세계적인 리조트그룹과 체인이 앞다퉈 진출한 건 이런 매력 덕분이다.

그래서 누사두아는 전 세계 리조트 패션의 각축장이었다. 그런데 이런 첨예한 기 싸움이 올 초 종결됐다. ‘리조트호텔에 더는 럭셔리가 없다’라는 메시지를 넌지시 날리며 비치 최남단에 개관한 ‘더 물리아’와 ‘물리아 리조트&빌라’가 그 주인공이다. 이곳은 누사두아의 수 km 해변에서도 가장 자연환경이 좋은 곳. 게다가 다른 리조트와 동떨어져 호젓하다. 그래서 여기서만은 발리 섬을 혼자 세낸 듯한 느낌 속에서 휴식한다.

이 리조트는 규모가 엄청나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상단엔 풀빌라 108채가, 해변과 그 사이의 언덕 중턱엔 객실 526개의 물리아 리조트호텔이, 그리고 바로 옆엔 객실 111개가 몽땅 스위트룸인 부티크 호텔 ‘더 물리아’가 자리 잡았다. 전체적으로는 전원 타운의 모습인데 세 종류가 두루 갖춰진 만큼 부티크 호텔에서 쉴지, 풀빌라에서 머물지 고민할 이유가 여기선 없다. 그리고 이 시설은 자연스레 비치로 연결되는데 그 중간엔 다양한 스타일의 야외 풀과 열대정원, 원래 이곳에 있던 힌두사원이 배치돼 있다. 해변도 투숙객만 이용하는 전용 비치로 파라솔과 선베드 등에서 휴식하며 풀과 바다를 마음대로 오간다. 해변의 정취와 리조트 라이프를 동시에 즐기기에 그만이다.

그러면 물리아 발리의 시그니처(가장 자랑할 만한)시설은 뭘까. 식음료다. 이곳은 어떤 리조트보다도 식당 바 카페가 많다. 빌라와 리조트, 부티크 호텔 등 세 시설이 통합됐으니 당연하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든 곳은 메인 레스토랑인 ‘더 카페’였다. 세계 각국 요리가 뷔페로 제공되는데 꽤 수준이 높다. 그중에서도 난 현장에서 구워 주는 갈비에 매료됐다. 국내 최고급 식당에 견줄 정도인데 자카르타의 유명 한국식당에서 초빙해 온 경험 많은 현지 요리사가 직접 조리한 것이다. 마늘 풋고추는 물론이고 상추 깻잎 등에 쌈장까지 모든 게 완벽하다. 생선회와 초밥을 포함한 일본 요리도 품격 있다. 아이스크림 팔러와 베이커리를 통째로 옮겨 온 듯한 디저트 코너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를 감동시킨 것은 곳곳의 휴게 공간이다. 대개 리조트는 전망이 좋은 자리에 식당 카페 등 시설부터 들인다. 그런데 여긴 반대다. 그런 시설은 뒤로 물리고 소파에 앉아 편안히 쉴 수 있은 공간이 우선이다. 이건 식음료에 대한 자신감인 동시에 휴식 효과의 극대화를 겨냥한 공격적인 전략이다. 게다가 거기엔 늘 좋은 그림이 걸려 있고 가구 또한 고급이다.

오후에 제공되는 애프터눈 티 서비스도 물리아 발리의 시그니처 서비스 중 하나다. 점심식사 대용으로도 훌륭한 다양한 한입거리 음식이 세 단 접시에 담겨 케이크 음료와 더불어 제공된다. 영국 왕실의 환대도 이 정도일까 싶을 정도로 고급스러우니 꼭 체험하길 권한다.

그리고 반드시 주말을 끼워 투숙하길 바란다. 시푸드를 내는 해변 레스토랑 ‘솔레유’의 ‘선데이 브런치’를 위해서다. 이걸 봐야 서울 강남의 선데이 브런치가 얼마나 황당무계한지 깨달을 터인데 다양한 와인과 망고 등 생과일주스가 생굴 스테이크를 포함한 각종 해물 고기요리와 더불어 네 시간 동안 원하는 만큼 제공된다. 백사장과 코발트빛 바다를 응시하며 즐기는 멋진 레스토랑에서 브런치. 단돈 60달러에 이런 행운을 낚는다는 건 이 발리, 거기서도 여기 물리아 발리에서만 가능하다. 또 스파의 얼음 사우나(ice fountain) 역시 열대의 열기를 이기기에 기막힌 곳이니 꼭 한번 들러 보시기를.
   
■ Travel Info

물리아 발리: 세계적인 여행잡지 콩데나스 트래블러(영국)로부터 올 ‘베스트 핫 리스트’에 오른 6성급 럭셔리 리조트호텔. 정식 명칭은 ‘The Mulia, Mulia Resort & Villas-Nusa Dua, Bali’. 발리국제공항에서 남쪽으로 30분 거리. 물리아 발리 리조트 한국대표사무소 02-2010-8829 www.themulia.com

발리=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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