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권복경 前치안본부장 “전두환, 6월항쟁 부산에 軍투입 명령”

동아일보 입력 2013-06-10 03:00수정 2013-06-1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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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당시 경찰 총수였던 권복경 前치안본부장 인터뷰
민족민주열사 추모제 6월 민주항쟁 26주년을 기념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제22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 추모제’가 열렸다. 이날 추모제에는 유족과 추모객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추모제 개최에 반대하며 행사장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각하(전두환 전 대통령)는 1987년 6월 시위대가 부산 거리를 가득 메우자 군을 투입해 진압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나라가 뒤집힐 수 있는 결정이었습니다.”

민주화를 향한 국민적 열망이 절정에 달한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경찰총수였던 권복경 전 치안본부장(82·사진)은 5월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권 전 본부장은 6월 민주항쟁 26주년을 맞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시위 현장에 군을 출동시키고 민주화 세력의 ‘보루’였던 서울 명동성당에 경찰력을 투입해 일망타진하라고 명령했던 일촉즉발의 상황을 상세히 털어놨다.

“6월 19일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궁정동 안가에서 회의가 있다기에 갔더니 이미 회의 전에 부산에 군을 투입하기로 결정이 내려진 상태였다. 그런데 회의 직전 각하로부터 전화가 왔다. ‘국내 상황이 어떤가’라고 물어와 ‘부산이 좀 심각하지만 경찰력으로 책임지고 막겠다’고 했다. 그러자 각하가 ‘그래? 알았어’라며 출동 명령을 갑자기 유보했다. 몇 분 뒤 안현태 경호실장이 ‘오늘 회의는 없는 것으로 하라’는 각하의 지시를 전달했다.”

―그런 중대 결정을 왜 쉽게 바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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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의아했지만 다행스러웠다. 각하가 다른 참모들에게서 ‘경찰로는 시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 군 출동 명령을 내렸다가 경찰 의견을 뒤늦게 물어보고 결정을 바꾼 것 같았다. 당시 육군에 따르면 이미 그 시간에 의정부 26사단 병력이 부산행 열차를 타기 위해 트럭으로 의정부역으로 이동하고 있었다고 한다. 군 출동이 취소되자 회의에 와 있던 노태우 민정당 대표는 내 손을 잡고 ‘경찰력으로 막기로 한 거 잘했다’며 고마워했다.”

권 전 본부장은 당시 전 대통령이 명동성당 경찰력 투입을 명령했다고 털어놓았다.

“6월 14일 아침이었다. 각하가 집으로 전화를 걸어와 ‘명동성당에 학생들 시위하고 있지? 경찰력 투입해서 진압해’라고 지시했다. 나는 깜짝 놀라 ‘각하, 명동성당에는 들어가면 안 됩니다’라고 만류했다. 각하는 또다시 ‘왜 못 들어가. 진압해’라고 명령했다. 6월 민주항쟁 당시 명동성당은 ‘시위대의 심장’ 같은 곳이었다. 거기서 진압을 하려면 시위대가 숨어 있을 만한 사제실이나 수녀실까지 다 때려 부숴야 한다. 김수환 추기경은 경찰 진입 계획을 전해 듣고 ‘성당에 들어오려면 나를 밟고 지나가라’며 강하게 반대했다고 들었다.”

―명령에 따랐나.

“그럴 순 없었다. 정권이 왔다 갔다 할 사안이었다. 각하의 형인 전기환 씨와 평소 친분이 있어 명동성당에 경찰을 투입하기 어려운 이유를 각하에게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음 날 청와대 회의에 갔는데 각하가 불쑥 ‘이 중에 말이지. 안일주의가 있어’라고 말해 참모들이 잔뜩 긴장했다. 그러곤 ‘명동성당을 경찰력으로 진압하려는 건 취소하라’고 했다.”

권 전 본부장은 6월 민주항쟁 직후 급증한 노사분규 대처 과정에서의 비화도 들려줬다.

“그해 9월쯤 울산에서 현대중공업 공장 점거시위가 장기간 이어졌다. 한 번은 정주영 회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공장 안에 핵심 주동세력이 있으니 경찰이 들어가서 잡아 달라’는 거였다. 공장에 위험 장비가 많아 ‘회장님이 대화로 먼저 해결해보라’며 끊었는데 몇 시간 뒤 또 전화가 왔다. ‘노동자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주는 게 도저히 불가능하니 도와달라’고 했다. 결국 진압작전은 성공했고 얼마 후 이명박 당시 현대건설 사장(전 대통령)이 전경들 위문금이라며 5000만 원을 들고 찾아왔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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