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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바민국, 아웃도어 스타일로 변신

입력 2013-05-14 03:00업데이트 2013-05-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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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형 기능성 아웃도어, 의류산업 지형까지 바꿨다
12일 오후 2시 서울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앞. 길가를 오가는 중장년 남성들의 옷차림을 관찰하다 보니 재미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10명 중 절반 정도는 산에 가는 것도 아닌데 아웃도어용 바람막이 재킷을 입고 있었다. 전통적인 외출 복장인 ‘잠바(점퍼)’를 입은 남성은 10명 중 2명 정도밖에 안 됐다. 나머지 3명은 정장 스타일의 재킷을 걸쳤다. 자세히 지켜보니 여성들 중에도 바람막이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

이런 모습은 최근의 의류 소비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상당수 사람들이 아웃도어 의류를 ‘등산복’이 아닌 ‘일상복’으로 입고 있다. 그 이면에는 아웃도어 열풍이 의류시장 전반에 일으키고 있는 엄청난 지각 변동이 숨어 있다.

○ 골프웨어와 ‘잠바’의 수난

최근 의류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골프웨어와 남성 캐주얼의 쇠퇴다. 특히 골프웨어는 아웃도어 의류가 ‘대체재’로 등장한 뒤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의 신세계, 롯데, 현대 등 유명 백화점에서만 올해 들어 골프웨어 매장 10여 개가 매출 부진을 이유로 퇴출됐다. 그 자리는 아웃도어 매장이 차지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아웃도어 의류 매출은 최근 몇 년간 계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골프웨어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까지 한 자릿수에 머물다 올해 들어선 4월 말까지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0.7%)로 전환됐다.

남성 캐주얼에선 특히 봄가을 철의 대표적인 외출복이었던 잠바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의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환절기가 짧아진 것이 부진의 원인”이라면서도 “아웃도어 의류가 특유의 기능성에다가 좋은 디자인의 패션성까지 겸비하면서 기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의 남성의류 바이어는 “소비 침체가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이 다기능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고 아웃도어 의류의 인기 이유를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방수·방풍 등 기능적 측면 이외에 입기 편하다는 점을 꼽는다. 직장인 김진욱 씨(40)는 “아웃도어 의류는 착용감이 좋은 데다 쉽게 구겨지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 남성 캐주얼 매장서 바람막이 추천

아웃도어 업계는 이른바 ‘도심형 아웃도어’를 표방하고 일상생활에서 입을 수 있는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밀레는 이달 초 아웃도어의 기능성에 도심형 패션을 결합한 ‘엠리미티드(M-Limited)’를 단독 브랜드로 론칭했다. K2는 최근 출시한 트레킹화 ‘플라이워크 레이서’의 홍보활동에서 아예 아웃도어란 말을 생략하고 있다. 플라이워크 레이서는 기존의 등산화를 경량화하고 색상을 화려하게 바꿔 일상생활에서도 무리 없이 신도록 한 제품이다. 박용학 밀레 마케팅본부장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20, 30대 이상으로 고객층을 확대하고,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선아 인터패션플래닝 책임연구원은 “패션성의 강화는 소비자들이 아웃도어 의류를 일상복으로 받아들이게 한다”며 “아웃도어 의류는 이미 ‘기능성 일상복’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기존 의류 업계는 ‘아웃도어 스타일 따라 하기’를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12일 찾은 서울 강동구 천호동 ‘2001 아울렛’ 남성캐주얼 매장의 직원은 기자가 점퍼를 찾자 생활방수 기능이 있다는 바람막이를 추천했다. 최근에는 겨드랑이나 허리 부분에 통풍용 지퍼가 달린 제품도 등장했다고 했다. 심지어 아동복 매장들에도 바람막이 재킷이 빠짐없이 갖춰져 있었다.

아웃도어 업계는 캐주얼 업체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별로 위협적이지 않다”는 반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능이나 봉제기술 등의 측면에서 캐주얼 제조사가 아웃도어 전문 업체를 따라오기는 어렵다”며 “수천 m의 고산지대에서 입는 옷은 무엇인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제조유통일괄형(SPA) 의류의 도전은 위협적이다. 대표적인 SPA 업체인 유니클로는 지난해 500만 벌을 판매한 히트텍 속옷과 패딩점퍼, 폴라플리스 재킷 등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켰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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