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서 아르마니-키플링 싸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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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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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행수입 브랜드-물량 대폭 늘려

대형마트들이 해외 주요 브랜드에 대한 병행수입(Parallel Importation)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도 나선다.

이마트는 병행수입 물량과 대상 브랜드를 대폭 확대해 5월 1일부터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7일 “올해 초 해외 브랜드 관련 기업들과 계약해 올 가을겨울 신상품 물량을 대거 확보했다”며 “백화점 쇼윈도에 처음 내걸리는 신상품 가운데 상당수를 이마트에서 최대 50% 싸게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쌤소나이트, 캘빈 클라인, 컬럼비아, 지 쇼크, 키플링, 헌터, 라코스테, 리바이스, 뉴 발란스, 스와로브스키 등 30여 개 해외 브랜드를 수입해 판매한다. 이들 상품에는 정부가 진품임을 인증하는 통관표지 QR코드를 붙여 공신력을 높이기로 했다.

롯데마트도 병행수입을 확대하기로 하고 관세청에 관련 서류를 냈다. 롯데마트는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에 QR코드를 붙일 예정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QR코드 한 장에 160원가량의 비용이 드는 만큼 중고가 이상 브랜드에만 붙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병행수입 제품은 독점 수입업체의 견제와 ‘짝퉁’ 논란 등으로 지금껏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소규모 영세업체 위주로 병행수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최근 수입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대형마트에 병행수입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고 관세청이 진품을 보증하는 스마트폰 QR코드까지 보급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독점 수입업체들은 대형마트의 참여 확대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국내 정식매장과 같은 시기에 같은 제품이 훨씬 싸게 판매되는 만큼 독점적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병행수입이 활성화돼 있는 일본은 전체 수입 판매액 가운데 40% 이상이 병행수입 물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부 해외 가방 및 화장품 브랜드들은 지난해 높은 수익을 냈으면서도 올해 초 일제히 값을 올릴 정도로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 왔다”며 “대형마트처럼 폭넓은 유통망을 가진 경쟁자의 출현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독점 수입업체들은 홈페이지에 ‘병행수입 시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엄포를 놓으면서 병행수입에 대해 반발해 왔다. 병행수입 업체들이 어떠한 비용도 지불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이 구축한 브랜드 가치에 편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전용 포장지를 만들어 ‘포장지가 없으면 가짜’라는 마케팅을 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들이 대형마트에 상품을 공급하기로 한 해외 판매처를 찾아내 상품 공급 중단을 종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병행수입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상품을 공급받는 경로가 해당 브랜드 국내 독점 수입업체에 노출돼 엄청난 곤욕을 치렀다”고 털어놓았다.

:: 병행수입 ::

독점 수입권을 가진 회사가 아닌 다른 유통업체가 외국 수출도매상 등과 계약해 국내로 들여온 다음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현지에서 구입해 들여오기 때문에 독점 수입업체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고 국내 유통, 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아 정식 수입제품보다 30∼70% 싸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병행수입#해외브랜드#대형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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