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백화점 푸드코트 갔다가 우연히 맛있는 곳 찾은 기분… 안드로이드폰 앱의 재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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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스마트폰이 요새 좀 똑똑해졌습니다. 집에 도착하면 건망증 심한 주인에게 다음 날 들고 나가야 할 물건을 미리 챙기도록 알람으로 알려줍니다. 운전을 하려고 차에 타면 자동으로 차와 블루투스로 연결되면서 음악을 재생합니다. 동시에 내비게이션 프로그램도 자동으로 열려 목적지 입력을 기다리죠.

이런 기능은 최근 알게 된 ‘태스커’라는 앱(응용프로그램) 덕분입니다. 태스커는 사용자가 각종 명령어를 미리 입력해 두면 미리 정해 놓은 조건에서 스마트폰이 특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앱입니다. 위의 예는 제가 미리 ‘내 차의 블루투스에 연결된 경우’라는 조건을 정하고 이 조건이 충족되면 ‘음악 재생’과 ‘내비게이션 앱 열기’를 실행시킨 겁니다.

이미 수많은 태스커 사용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태스커를 씁니다. 매일 아침 스마트폰이 기상청 날씨 정보를 읽어 눈이나 비 예보가 있을 때 ‘우산을 챙기라’고 알려준다거나 운전 중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을 받으면 이를 자동으로 음성으로 읽어주는 식이죠.

그런데 이 태스커 앱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는 스마트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애플의 아이폰에선 안 됩니다.

어느 한쪽이 옳고 다른 쪽은 그른 문제가 아닙니다. 안드로이드폰은 기술에 대한 지식이 좀 있는 사람들이 온갖 실험을 해가며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쓰도록 만든 것이고, 애플은 일반인들도 쉽게 스마트폰을 쓰게 했을 뿐입니다. 게다가 사용자가 기계를 더 많이 통제할 수 있다는 건 사용자를 가장한 해커가 악성 앱을 몰래 설치할 위험도 높아진다는 뜻이거든요.

그래도 이번엔 안드로이드폰을 써볼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는 2009년 말 국내에서 아이폰이 처음 판매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아이폰을 써왔습니다. 안드로이드폰이 더 낫다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LG전자와 구글이 함께 만든 ‘넥서스4’를 써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태스커는 물론이고 키보드가 정말 좋더군요. 아이폰의 키보드는 몇 년째 그대로인데 안드로이드폰은 키보드를 앱으로 내려받아 골라 쓸 수 있거든요. 저는 최근에 ‘스위프트키’라는 키보드 앱을 쓰는데 정말 편합니다. 이 앱은 제 사용 패턴을 분석해 자동 입력을 지원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동’만 입력하면 이 앱은 다음 단어를 유추해 ‘동아일보’, ‘김상훈입니다’를 보여줍니다. 저는 키보드를 한 글자씩 입력하는 대신 선택만 하면 됩니다. 뒤이어 ‘전’을 입력했더니 ‘전화’, ‘가능하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가 이어집니다. ‘동’과 ‘전’ 단 두 글자로 긴 문자메시지를 쓰게 된 거죠.

그러니까 아이폰은 요리를 잘하는 유명 요리사의 식당 같습니다. 맛은 최고인데 주는 것만 먹을 수 있죠. 반면 안드로이드폰은 백화점 푸드코트 같습니다. 뭔가 어지럽고 복잡한데 선택의 폭이 넓고, 사람들이 잔뜩 몰리다 보니 간혹 맛있는 식당도 입점합니다. 요즘 맛이 별로라며 백화점 푸드코트를 무시하다가 우연히 그곳에 생긴 진짜 좋은 식당을 발견한 기분입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안드로이드#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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