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푸틴 재벌 베레좁스키 런던서 의문사… 암살? 病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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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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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英-러 언론 엇갈린 해석
90년대 혼란기 틈타 富축적… 푸틴 1기 초반 우호적 관계
2001년 사정대상 오르자 협력자에서 원수지간으로
10여년간 英서 反푸틴 활동… 러 언론은 “신병 비관 자살”

러시아의 대표적 올리가르히(신흥 재벌)이자 ‘반(反)푸틴’ 인사인 보리스 베레좁스키(사진)가 망명지인 영국에서 사망했다. 영국 텔레그래프지 등은 올해 67세인 베레좁스키가 23일 런던 교외의 부촌인 버크셔 주 애스콧 마을의 자택 욕조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지 경찰은 그의 죽음에 의문이 있다고 보고 ‘화학 생물 방사능 핵(CBRN) 전문가’를 사망 현장에 파견해 감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24일 “경찰이 독살에 의한 사망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6년에는 베레좁스키와 가까운 반푸틴 성향의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런던에서 폴로늄210이란 방사성 물질에 중독돼 3주 만에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베레좁스키의 오랜 친구이자 대변인을 맡았던 로드 벨 씨는 “베레좁스키는 푸틴과 적이 됐다는 사실 때문에 오랜 기간 공포를 느끼며 살아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사건 현장에서 방사성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장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몇 주 전 그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용서를 빌며 조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도와달라는 편지를 보내왔다”고 밝히며 타살 가능성을 부인했다.

리아 노보스티 등 러시아 언론은 자살 혹은 지병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리아 노보스티는 베레좁스키 측근의 말을 인용해 “그의 사망 원인이 심근경색으로 보이며 심장병을 앓고 있던 그가 최근 이스라엘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영 뉴스 채널인 로시야24는 베레좁스키의 변호사였던 알렉산드르 도브로빈스키 씨의 말을 인용해 “늘어나는 빚과 우울증에 시달리던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다”라고 보도하며 자살설을 제기했다. 베레좁스키는 동업자이자 친푸틴 인사인 영국 프로축구 첼시의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지난해 65억 달러(약 7조2700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벌이다 패한 뒤 파산 상태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1년에는 두 번째 부인인 갈리나 베샤로바 씨와 이혼에 합의하면서 수억 파운드의 위자료를 지불해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고 지인들이 밝히기도 했다. 베레좁스키는 최근 포브스 러시아어판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67세인데 이제부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더이상 삶에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자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대계 러시아인으로 태어난 베레좁스키는 소련 붕괴 후 1990년대 혼란기에 민영화되는 국영기업을 챙기는 등의 방법으로 큰돈을 벌었다. 1995년 시베리아의 석유 기업인 시브네프트를 1억 달러에 매입하기도 했다. 포브스는 1997년 그의 재산이 30억 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에 이어 그의 후계자로 등장한 푸틴 대통령과도 집권 초기에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이 같은 혼란기에 갑작스럽게 부호로 떠오른 베레좁스키와 같은 신흥 재벌 개혁에 나서면서 서로 원수가 됐다. 베레좁스키는 ORT 방송을 통해 푸틴 대통령을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다 돈세탁, 불법사업 활동 등의 혐의로 2001년 수사가 진행되자 도망치듯 런던으로 망명했다. 그 후 베레좁스키는 반푸틴 야당 인사들에게 자금을 제공하고 푸틴을 비난하는 등 반푸틴 활동의 대명사가 됐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푸틴#의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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