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탑마을 성공비결은 ‘다함께 잘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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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 73가구 사는 마을… 이장에 귀향한 자영업자 뽑고, 주민-출향인사들 조합 설립
한우직판장 열어 매출 대박 “두레 공동체정신으로 뭉쳐”

전남 나주시 세지면 송제리 화탑마을. 나주시 세지면과 영암군 신북면을 연결하는 국도 13호선에서 벗어나 500m 정도 들어간 곳에 위치한 평범한 농촌마을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7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농촌 발전의 모범사례로 이 마을을 언급했다. 화탑마을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이 마을에는 73가구 주민 135명이 살고 있다. 주민공동체 농촌마을의 모델이 된 첫걸음은 2006년경 시작됐다. 도시에서 자영업을 하다 귀향한 김종원 씨(68)는 2006년 1월경 마을 이장에 추천됐다. 김 씨는 마을총회에서 “주민 모두가 잘사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사업에 참여한다고 동의하면 이장직을 맡겠다”고 했다. 이장이 된 그는 주민과 함께 전국의 잘사는 농촌마을을 찾아다니며 앞선 경영을 배웠다. 귀향한 40, 50대 6명도 큰 힘이 됐다.

주민들은 우선 마을 분위기부터 바꿨다. 그 결과 2008년 4월 마을가꾸기 우수사례로 선정돼 나주시에서 4억 원을 지원받았다. 여기에 주민과 출향인사 등 80명이 10만∼100만 원씩 내 총 3700만 원으로 화탑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이렇게 마련한 종잣돈으로 한우직판장을 겸한 음식점을 열었다. 정성껏 기른 한우의 우수한 육질은 화탑마을의 오랜 자랑거리였다.

화탑마을 한우직판장은 문을 연 지 1년 만에 값싸고 육질이 좋은 고기 맛에 반한 손님들이 몰리면서 2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 나주에 한우직판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는데도 지난해 13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화탑마을 주민들은 2010년부터 친환경 쌈 채소 수확하기, 당나귀 마차 타기, 고구마 캐기. 자전거 하이킹 등 각종 농촌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화탑마을 주민들은 한우직판장에서 번 수익금과 농촌체험 사업으로 수확한 농산물 등 시가 7000만 원어치를 소외계층을 위해 썼다. 5년째 수익을 함께 나누고 있다. 또 주민 14명이 한우직판장에서 일하고 체험학습장인 고구마 밭, 비닐하우스 9900m²(약 3000평)를 함께 가꾸고 있다. 주민 전체가 수익사업에 참여해 이익을 함께 나누는 농촌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김병한 화탑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주민 전체가 영농조합 사업에 참여해 수익을 마을공동체를 위해 쓰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큰 인상을 남긴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화탑마을을 찾은 외지 손님은 4만5000명에 달한다. 주민 김경호 씨(43)는 “고향인 화탑마을은 모두가 하나 돼 사는 두레 공동체 정신이 강해 살기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나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화탑마을#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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