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문가 빅터 차 인터뷰 “한반도 통일은 中 활용해야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2일 2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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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전문가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대북 전문가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한반도 통일은 중국을 활용할 때만 가능합니다. 북한보다 한국과 더 가까이 지내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중국 측이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조지 W 부시 미국 정권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를 지낸 대북 전문가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52)가 들려주는 통일을 앞당기는 법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차 교수는 컬럼비아대학에서 정치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이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NSC에서 일하며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을 수립했고 현재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실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내한한 차 교수는 2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코리아 프로젝트 : 한반도 통일에 대비한 장기대책 모색' 보고서를 발표한 뒤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4대 강국 중 중국만이 북한과의 관계, 통일 후 중국의 영향력 약화 등을 이유로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한반도 통일이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하며 특히 북한보다 남한과 더 가까이 지내는 게 중국에게 더 좋다는 인식을 꾸준히 심어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상(FTA) 체결 논의는 북한보다 한국이 중국에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만드는 좋은 예이며 FTA와 같은 한중 경제협력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차 교수는 1992년 한중수교 후 경제 교류 확대를 바탕으로 줄곧 우호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왔던 양국이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을 기점으로 친구이면서 동시에 적이기도 한 '프레너미(frenemy)' 관계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천안함 사건 당시 중국이 북한의 도발이 명백해 보이는 상황에도 노골적인 '북한 편들기'로 유엔 안전보상이사회의 대북 제재안을 무산시켰고,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도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 채택을 무산시킨 바 있다.

그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보다 미국에 치우친 외교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었고 중국이 이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서 양국의 협력관계가 퇴색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원점에서 한중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기 때문에 이명박 정권 때보다는 한중관계가 좋아질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대북 전문가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대북 전문가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차 교수는 "북한이 한국의 새 정권 출범 16~18주 안에 항상 무력도발을 해왔다"며 "박근혜 정권 출범 후에도 비슷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이 이에 너무 놀랄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이 언제 붕괴할지, 한반도 통일이 언제 이뤄질지 예측하는 일은 현재로선 무의미하다"면서도 "통일 시점을 전망하기 어렵다고 해서 통일을 준비하지 않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준비 안 된 통일은 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남북통일 이후 한반도 재건 시나리오에 대한 연구와 정책 대비를 꾸준히 하라고 조언했다.

차 교수는 "한국 내에서 막대한 통일비용에 관해 우려하는 의견이 많은데 숫자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아무 일도 못한다"며 "미국 정부가 1조 달러라는 막대한 규모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당장 미국이 망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통일은 단기적으로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혜택을 가져오는 작업"이라며 "통일로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북한 변수를 감안해 한국 금융자산, 기업, 제품 등을 저평가하는 행위)'가 사라지고 더 많은 일자리, 더 큰 내수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통일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강조했다.

하정민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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