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당한 ‘천민’ 여성과 결혼한 인도 경찰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1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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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한 경찰관이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성과 결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주도 아흐메다바드의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간부다. 인도 일간지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11일 정년을 1년 남겨둔 그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30년 전 쯤 구자라트주 주나가드 구역의 한 마을에서 상위 카스트(계급)에 속하는 마을 남성 5명에게 성폭행을 당한 불가촉천민 출신의 19세 여성 사건을 맡았다. 범인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재판이 마침내 끝난 어느날 법원 밖에서 피해자와 작별인사를 하려 했다.

이때 그는 피해자로부터 "경찰관님, 저와 결혼해주실 수 있나요?"라며 뜻밖의 청혼을 받았다. 사건을 맡으면서 피해자의 사연을 자세히 알게 된 그는 이후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가족의 반대가 불 보듯 뻔한데다 성폭행 피해자와 결혼하는 게 꺼림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누군가가 피해자와 결혼하지 않으면 그녀는 평생 사회적 편견 속에 어려운 삶을 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그녀와 결혼하기로 결단했다.

그는 인도 카스트 제도상 브라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크샤트리아에 속한다. 그는 부모에게 결혼 결심을 알리고 절에 가서 식을 올렸다. 그의 아내는 "남편이 '의무감에서 결혼했다'는 느낌을 제가 갖지 않도록 배려했다"고 고마워했다.

아들과 딸을 한 명씩 둔 이들 부부는 자식들이 성인이 된 뒤 자신들의 사연을 다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남편은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조언하기 시작한다"면서 "하지만 조언만 해선 안 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언이 아니라 행동만이 사회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오명을 완전히 제거해 피해자가 사회의 품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인도 사회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도 경찰은 최근 일어난 '버스 성폭행' 사건 이후 그동안 시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호되게 받고 있다.

지난달 16일 밤 수도 뉴델리에서 23세 여대생이 버스를 탔다가 남성 6명에게 잇따라 성폭행당하고 쇠막대 공격으로 내상을 입은 뒤 13일 만에 사망했다.

또 인도 경찰관들이 최근 성폭행 피해자를 또 다시 성폭행하거나 피해자에게 진술을 번복토록 해 2차 피해를 야기했다는 비난을 샀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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