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당선인 “손톱밑 가시 빼주는 것이 정부 역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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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회의서 中企 애로 해소 강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체회의를 처음 주재하면서 “중소기업을 살리는 일이 굉장히 중요한데 중소기업중앙회 분들을 만나면 계속하는 얘기가 ‘이런저런 정책보다 손톱 끝에 박힌 가시 하나 빼 줬으면 좋겠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손톱 끝에 박힌 가시’라는 수사(修辭)를 통해 피부에 와 닿는 현장 밀착형 대안 마련을 주문한 것이다.

박 당선인의 ‘가시’ 발언은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언급한 ‘전봇대’ 발언과 빼닮았다. 2008년 1월 18일 이 당선인은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불합리한 규제와 공무원의 무사안일을 꼬집으며 전남 영암군 대불산업단지의 전봇대를 지목했다. 산업단지 도로 옆 전봇대로 인해 대형 트럭이 커브를 틀 때 힘들다는 것이다. 이 전신주는 이 당선인의 문제 제기 뒤 이틀 만에 뽑혔다.

박 당선인은 ‘가시’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12월 26일 박 당선인이 첫 정책 행보로 중기중앙회를 방문했을 때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경제민주화 이슈와 함께 출자총액제한이나 순환출자금지 등의 정책 논의가 나오는데 사실 중소기업은 거창한 정책보다 당장 현실에 닥친 문제를 해소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라며 “납품단가 정상화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 현재의 애로사항부터 해결해 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박 당선인의 이날 발언은 새 정부에서 대기업 규제 강화보다는 중소기업을 지원할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당선인은 앞서 중기중앙회에 보낸 신년인사회 축사에서 “불공정 거래, 불합리 제도, 불균형 시장 등 중소기업의 경제 3불(不) 문제 해소에 전력을 다해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가 정착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대통령후보 시절인 지난해 8월 30일 중소기업인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정부의 역할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손톱 밑에 있는 가시를 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김지현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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