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체회의를 처음 주재하면서 “중소기업을 살리는 일이 굉장히 중요한데 중소기업중앙회 분들을 만나면 계속하는 얘기가 ‘이런저런 정책보다 손톱 끝에 박힌 가시 하나 빼 줬으면 좋겠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손톱 끝에 박힌 가시’라는 수사(修辭)를 통해 피부에 와 닿는 현장 밀착형 대안 마련을 주문한 것이다.
박 당선인의 ‘가시’ 발언은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언급한 ‘전봇대’ 발언과 빼닮았다. 2008년 1월 18일 이 당선인은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불합리한 규제와 공무원의 무사안일을 꼬집으며 전남 영암군 대불산업단지의 전봇대를 지목했다. 산업단지 도로 옆 전봇대로 인해 대형 트럭이 커브를 틀 때 힘들다는 것이다. 이 전신주는 이 당선인의 문제 제기 뒤 이틀 만에 뽑혔다.
박 당선인은 ‘가시’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12월 26일 박 당선인이 첫 정책 행보로 중기중앙회를 방문했을 때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경제민주화 이슈와 함께 출자총액제한이나 순환출자금지 등의 정책 논의가 나오는데 사실 중소기업은 거창한 정책보다 당장 현실에 닥친 문제를 해소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라며 “납품단가 정상화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 현재의 애로사항부터 해결해 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박 당선인의 이날 발언은 새 정부에서 대기업 규제 강화보다는 중소기업을 지원할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당선인은 앞서 중기중앙회에 보낸 신년인사회 축사에서 “불공정 거래, 불합리 제도, 불균형 시장 등 중소기업의 경제 3불(不) 문제 해소에 전력을 다해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가 정착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대통령후보 시절인 지난해 8월 30일 중소기업인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정부의 역할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손톱 밑에 있는 가시를 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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