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답한다]늙을수록 시간 빨리간다? 나이따른 속도차이는 미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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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따른 속도차이는 미세… 되레 ‘바쁘게 살았다’는 증거

《 Q: 연말연시에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한 해가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는 사람이 많다. 사람은 왜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빨리 흐른다고 느낄까. 》

김영진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김영진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우선 우리가 느끼는 주관적인 시간 경과는 우리가 살아온 세월의 비율로 계산된다고 설명할 수 있다. 즉 스무 살에게 1년은 20분의 1이고, 환갑 어르신에게는 60분의 1이 되어 1년을 더 짧게, 즉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살아온 세월이 왜 분모가 되는지를 다시 설명해야 하지만 말이다.

특히 장년 이후의 어른들이 주로 하는 말이기에 ‘늙어서’라고 설명할 수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대뇌의 활동을 좌우하는 신경세포들 간의 전달 속도가 떨어져서 신체 리듬, 시간 지각, 주의 집중력 등 대부분의 심리적 기능이 느려진다. 그리고 이런 기능 저하가 오히려 외부 변화를 빠른 것으로 느끼게 만든다. 우리가 천천히 걸을 때 정상적인 속도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반대로 빨리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는 것과 같다.

좀 더 세련된 설명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여러 새로운 경험이 젊었을 때보다 줄어들어 머릿속에 특별히 남는 기억이 적을 수밖에 없다. 한 해 동안의 특별한 기억이 없다 보니 빨리 지나간 것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는 시간 흐름에 대한 느낌은 회상해 낼 수 있는 기억 흔적에 의존한다는, 여러 심리학자들이 받아들였던 설명이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 갈 것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세월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낀다는 것이 과연 사실일까. 네덜란드와 뉴질랜드 연구자들은 16∼80세 1865명에게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지난 일주일(혹은 한 달, 1년, 10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갔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응답 내용과 나이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모든 연령의 사람들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으로 응답했으며, 나이에 따른 차이는 아주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 나이 탓만은 아님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느낌은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이 연구자들은 ‘시간 압박(time pressure)’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주어진 시간 안에 여러 일을 마무리 짓기 어려울 때 사람들은 시간 흐름에 민감해진다. 그리고 시간이 충분치 않아 일을 마치지 못했던 경험이 반복되면서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아주 바빴던 해일수록 유독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끼는 현상이 이 설명과 잘 맞아 떨어진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이 나이를 먹어가며 복잡하고 머리 아픈 일들에 치여 살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끼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다. 더구나 이 설명은 시간적인 압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노후에 오히려 시간이 더 늦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낄 수 있음도 시사한다.

지난해가 너무 빨리 지나갔다고 느끼는 독자가 있다면 ‘내가 점점 늙어가고 있구나’라고 한탄하지 말고, ‘내가 지난해를 바쁘게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구나’라고 여기며 스스로를 칭찬해도 좋을 것 같다.

※인지심리학을 연구하는 김 교수는 ‘언어심리학’ ‘인지심리학’ ‘현대심리학개론’ 등의 저서를 썼으며 ‘네이버캐스트’에 ‘생활 속의 심리학’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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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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