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야권 단일후보 패배… 친노 책임론 거셀듯

동아일보 입력 2012-12-20 03:00수정 2012-12-2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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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앞날은
떠나는 文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0일 새벽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차를 타고 당사를 나서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19일 오전 7시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의 한 아파트 경로당에서 투표를 마친 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진인사(盡人事)했으니 대천명(待天命)해야죠”라고 말했다. 역전승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드러낸 발언이지만, 막판 뒤집기는 현실화되지 못했다.

대선에서 패한 문 후보는 일정 기간 휴식기를 가진 뒤 훗날을 기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구(부산 사상)를 가진 현역 국회의원이고, 아직 59세로 젊기 때문이다. 그러나 ‘패장’인 문 후보가 범야권이나 민주당의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반여(反與) 정서가 높은 상황에서 범야권이 총력 체제로 문 후보를 지원했음에도 패한 것은 좀처럼 회복하기 힘든 큰 상처일 수밖에 없다.

당장 민주당 내에선 친노(친노무현) 책임론이 거세게 일면서 당이 친노 대 비노(비노무현)로 갈려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문 후보는 9월 당 대선후보 확정 직후부터 모든 계파, 세력이 어우러지는 ‘용광로 선대위’를 표방했지만 실상 선거는 친노 몇 사람이 주도하다시피 했다. 다수의 비노 인사들은 이렇다 할 직함도 맡지 못한 채 밖에서 맴돌았다. 문 후보는 시종 ‘국민통합’을 강조했지만 정작 ‘당 통합’에는 실패한 것이다. 과거 민주당에서 당 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인사들이 줄줄이 ‘적진’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측으로 가는 데 대해서도 속수무책이었다. 심지어 문 후보는 “마음 아프게 생각하지 않는다”고까지 했다.

이런 점을 들어 당내에선 선거 전부터 “민주당을 위해서는 이기는 게 능사만은 아닐 것”이란 얘기마저 돌았다. ‘친노의 득세’로 대선에서 승리한들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겠느냐는 얘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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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의 ‘분신’과도 같은 문 후보에게 친노란 친위세력이 전면에 나서면서 여당이 내세운 ‘노무현 정부 시즌2’ 비판에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선거를 앞두고 일부 비주류 의원은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가 “집권 시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것처럼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지만 친노 핵심들은 “그렇게는 못 한다”며 일축했다고 한다. 한 비주류 인사는 “친노 그룹이 지나치게 안이했다. 친노에 대한 국민적 반감과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조치가 전혀 없었다”며 “핵심 보직을 맡은 인사들도 집권 시 친노 핵심들이 자신의 입각 등을 반대할까 봐 ‘꿀 먹은 벙어리’로 지내더라. 집권을 해야 입각도 가능한 것인데…”라며 혀를 찼다. 당 일각에서는 폐족 위기에 몰렸다가 노 전 대통령 서거를 통해 일시 탈출했던 친노들이 영원히 퇴출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가 현재 공백상태란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해찬 전 대표 등 지도부가 일괄사퇴한 당의 상황은 야권의 새판 짜기를 가속화할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문 후보가 지난달 18일 이 전 대표의 사퇴 이후 겸해온 당대표 권한대행직을 내놓을 경우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면서 당내 권력투쟁도 조기에 촉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내년 1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새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가 민주당의 새로운 권력지도를 가늠하는 1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비주류 일각에서 안철수 전 후보를 상수로 놓고 야권의 새판 짜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을 공산도 크다. 안 전 후보는 단일화 이전 친노 그룹의 계파주의를 맹비판하면서 이 전 대표 등의 용퇴를 직간접으로 요구했고, 민주당 비노 그룹이 안 전 후보의 주장에 동조했다. 일각에선 친노 그룹만 배제한 신당이 출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에선 더이상 단일화에 매몰되지 않고 자력으로 승부를 낼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선거 때마다 정책은 도외시한 채 ‘닥치고 단일화’를 외치며 지나치게 힘을 빼다 보니 정작 본선에선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야권 단일대오를 형성하고도 4월 총선에 이어 대선에서도 패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선거에서는 졌지만 폭넓은 중도층을 파고드는 현실성 있는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문재인#대선#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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