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전문가 3人에게 듣는 ‘시진핑체제 이후의 中과 아시아’

동아일보 입력 2012-12-12 03:00수정 2012-12-1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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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의 중국 전문가들이 모여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집권 이후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외교 정책 및 군사력 증강이 동북아 지역 안보와 세계질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집중 논의하는 세미나가 서울에서 열렸다.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은 11일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전환기의 중국’을 주제로 17개국 200명 안팎의 중국 정책 전문가와 석학이 참가한 가운데 ‘아산중국포럼 2012’를 열었다. 동아일보는 이 포럼에 참석한 미국의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 윌리엄 오버홀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애시연구소 선임연구원과 데이비드 섐보 미국 조지워싱턴대 국제관계대학 중국정책연구소장, 텅젠췬 중국 군비통제 및 군축협회 연구부 주임 등 3명의 전문가를 인터뷰했다. 》

■ 오버홀트 하버드대 연구원 “中-日 ‘경제중심 성공모델’ 스스로 걷어차”

11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아산정책연구원 포럼에서 윌리엄 오버홀트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애시연구소 선임연구원(왼쪽)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은 중국에 많은 영감을 줬다. 주룽지 전 중국 총리는 어느 전문가보다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을 깊이 분석했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가 이끄는 중국은 내수 중심의 경제개혁에 집중하면서 경제 분야에서 촉발된 미국과의 갈등을 완화시켜 나갈 것이다.”

윌리엄 오버홀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애시연구소 선임연구원(67)은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양국의 지도부 교체에 따른 정책 변화를 기대하느냐’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 역시 정책상 중대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환경이 변하고 있다”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중국 중산층의 확대라는 내부환경 변화에 따라 중국의 새 지도부가 수출보다 내수에 집중하는 개혁을 이끌면서 무역불균형이나 환율정책으로 인한 미국과의 갈등이 자연스레 완화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경제 갈등 해결은 바로 양국 관계 개선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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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미중 관계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일어난 지정학적 갈등 역시 ‘경제’가 해결책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아산중국포럼 기조연설에서도 “최근 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정학적 갈등의 해결책은 경제”라며 “경제 중심 정책으로 성공한 ‘아시아 모델’을 창시한 일본과 마지막으로 따라온 중국이 최근 이를 잊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새 지도부가 내외의 도전을 어떻게 극복할 것으로 보고 있나’라는 질문에 “스스로 광범위한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장 정치·경제 개혁이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이뤄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지도부 내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이를 위해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9인에서 7인으로 축소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일본 필리핀 등 역내 국가와 벌이는 영유권 갈등에 대해 그는 “인터넷의 발달은 민감한 영토 문제에 대해 지도자들이 합리적인 타협을 하는 걸 어렵게 만들었다. 사실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갈등은 일본이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 사례라고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중국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면서 국제사회에서 공격적인 성향의 이미지를 얻었다. 새 지도부는 전략적으로 강경 기조를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섐보 조지워싱턴대 연구소장 “시진핑의 개혁, 너무 기대하지 말라”

“중국 새 지도부에 적극적인 개혁을 기대하지 말라.”

데이비드 섐보 미국 조지워싱턴대 국제관계대학 중국정책연구소장(사진)은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체제를 맞은 중국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에 서있다. 하지만 새 지도부가 포괄적이고 대담한 개혁을 실천하는 데 현실적인 장애물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섐보 교수는 “중국의 정치·경제개혁은 공산당 관료와 군부, 독점이익을 취하고 있는 거대 국영기업을 손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문제는 이들이 집권 기반이어서 지도부가 스스로 권력을 약화시키는 개혁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최대 과제로 꼽히는 부정부패 척결에 대해 “시진핑 체제 들어 리춘청(李春城) 쓰촨(四川) 성 당 부서기 등 고위공직자를 잇달아 비리혐의로 체포하는 등 비리 척결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의 부패는 매우 광범위하고 뿌리 깊어 이를 바꾸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비관론을 내놓았다.

시 총서기가 취임 후 첫 지방 시찰로 광둥(廣東) 성을 방문한 것을 두고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강화(南巡講話)를 빗대 개혁개방에 시동을 걸었다는 언론의 분석이 잇따랐다. 섐보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정치적 상징에 불과하다.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대신 섐보 교수는 시 총서기의 취임 후 첫 내외신 기자회견 연설의 마지막 문장을 주목하라고 했다. 시 총서기는 당시 “중국은 앞으로 세계를 더 이해해야 하며 동시에 세계도 중국을 더 많이 이해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이는 “후진타오(胡錦濤) 시대부터 시작된 소프트파워 정책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이라고 섐보 교수는 강조했다.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 급부상한 국력(하드파워)에 걸맞게 이미지를 가꾸고 다른 나라의 편견과 오해를 줄이겠다는 의지라는 것이다.

새 지도부의 정체성에 대해 섐보 교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선언하며 출범한 새 지도부는 반(反)서구와 공산주의 노선을 지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구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칭송한 베이징(北京) 국립중앙박물관 역사전시회를 최근 다녀온 그가 받은 인상이기도 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텅젠췬 中 군축협회 주임 “中, 미국중시 외교전략 재조정 추구”

“중국은 최근 20년간 미국과의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는 외교 정책을 추구해왔지만 앞으로는 러시아 일본 한국 북한 등 미국과 주변국을 모두 중시하는 ‘전략 재조정(Rebalancing Policy)’을 추구할 것입니다.”

중국 군축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자인 텅젠췬(등建群·50·사진) 중국 군비통제 및 군축협회 연구부 주임은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텅 주임은 후진타오(胡錦濤)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에서도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텅 주임은 “시진핑 지도부는 앞으로 국가 간 형평을 추구하는 기초 위에서 외교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라며 “이는 남북한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중국의 이런 새 외교기조는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라는 미국의 새 정책에 따른 대응 전략으로도 분석된다.

그는 주요 2개국(G2)으로 급부상한 중국과 ‘세계 제1의 패권국가’인 미국 사이의 무력 충돌 가능성에 대해 “현재 중국과 미국 사이엔 90여 개의 대화 채널이 있다”며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텅 주임은 또 “중국과 일본 및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영토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분쟁 현장에서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은 있지만 이를 기화로 전면적인 군사 충돌이 일어나거나 중국이 군사력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도(중국명 蘇岩礁·쑤옌자오)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한국의 대륙붕 안에 있다고 하지만 중국은 중국의 대륙붕 가장자리에 있다고 주장한다”며 “이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할 일”이라고 말했다.

텅 주임은 “김정은이 핵개발만큼은 부친인 김정일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며 “북한의 핵개발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제사회가 북핵 억지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지만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클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이날 포럼에서 발표를 통해 “북핵 해결을 위한 과정에서 중국은 2003년 전엔 ‘관망자’였다가 2003∼2008년엔 ‘중재자’였다”며 “하지만 앞으로 중국은 중재자를 넘어 ‘행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오버홀트#샘보#텅젠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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