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답한다]포식자 많은 육상에 적은 수 알 낳는 조류, 암수 함께 양육 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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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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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맞벌이 부부가 늘었지만 부부가 자녀 양육의 임무를 동등하게 분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동물의 세계에서 새끼 양육에 부부 양쪽의 참여도는 어떤가. (ID: titus****)

박시룡 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동물행동학)
박시룡 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동물행동학)
인간을 포함한 많은 동물은 부모가 새끼를 돌본다. 동물행동학에서는 부모가 새끼를 돌보는 행동을 양육행동이라고 한다. 이 양육행동은 새끼를 적게 낳는 동물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한 번에 수억 개의 알을 낳고 기르는 청어는 부모가 새끼를 돌보지 않는다. 암컷이 알을 낳고 그 위에 수컷이 정액을 뿌려 체외수정을 시키면 이 수정된 알에서 깨어 나온 새끼들은 대부분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고, 1%도 채 되지 않는 개체만이 성체로 살아남는다. 그러나 하등한 동물이라도 알을 막대한 양이 아닌 몇 개만 낳아 기르는 동물은 부모가 새끼를 돌본다.

동물의 세계에서 양육행동은 자연선택에 따라 진화되어 왔다. 이 양육행동은 암수가 모두 참여하는 경우도 있고 암수 중 하나만 참여할 수도 있다. 부모의 새끼 돌보기 참여에 따라 암수가 둥지에서 동시에, 혹은 교대로 같은 일을 하며 새끼를 돌보면 ‘양친가족’, 부모 중 암컷만 참여하면 ‘모친가족’, 수컷만 참여하면 ‘부친가족’으로 구분한다. 사람은 부모가 모두 양육에 참여하기 때문에 양친가족에 해당한다. 양친가족은 포유동물을 포함한 척추동물에서 존재한다.

물고기는 대개가 알을 낳기만 하고 돌보지 않지만 물고기 종의 약 25%는 부모가 새끼를 돌본다. 그중에서 약 절반은 수컷이 새끼를 돌보며 30%는 암컷이 돌본다. 사람처럼 암수가 함께 새끼를 돌보는 종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조류와 포유류는 대부분 부모가 새끼를 돌보는데, 암수가 함께 돌보는 경우는 포유류에 비해 조류가 흔하다.

새가 양친가족으로 진화하게 된 것은 어류와 달리 육상에 알을 낳고, 그것도 한 번에 낳는 수가 적기 때문이다. 포유류는 어미 배 속에서 태아가 자라기 때문에 출산은 전부 암컷의 몫이며, 새끼가 태어나도 어미의 젖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암컷 혼자 새끼를 기르는 모친가족이 많다.

조류는 그렇지 않다. 원앙새 같은 일부 종을 제외하고는 암수가 교대로 알을 품거나 새끼들에게 번갈아가면서 먹이를 먹인다. 이런 행동 가운데서도 암수가 작업을 분업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독수리나 매 같은 맹금류는 수컷이 먹이를 사냥해 오면 암컷이 그것을 새끼들에게 공급하는 분업을 한다.

수컷이 새끼를 돌보고 암컷은 알만 낳는 수컷가족은 조류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다. 도요류, 에뮤, 그리고 타조 몇몇 종에서 발견된다. 반면에 어류는 수컷만이 새끼 돌보기에 참여하는 종이 아주 많다. 큰가시고기 같은 물고기는 수컷이 집을 짓고 암컷을 집으로 유인하여 알을 수정시키면 수컷은 알을 부화시키는 것부터 새끼를 보호하는 것까지 혼자 도맡아 한다.

인간의 양육행동의 기원은 어땠을까? 원시 인류는 분명히 엄마가 아이에게 젖을 먹여 기르고 아빠는 그 시간에 사냥을 나갔던 수렵시대로부터 기원했다. 오늘날의 가족은 수렵시대에서 유래된 양육행동으로 엄마가 집 안에서 가족을 돌보면 아빠는 직장에 나가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는 양친가족이었다. 그러나 이런 가족제도는 최근에 와서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로 점차 바뀌고 있다. 우리 인간의 이런 변화가 가족제도의 진화로 선택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 것 같다.

박시룡 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동물행동학)

질문은 e메일(savoring@donga.com)이나 우편(110-715 서울 종로구 세종로 139 동아일보 문화부 ‘지성이 답한다’ 담당자 앞)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동물#양육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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