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들이 몰려와 담배를 피우거나 본드를 흡입하는 탈선 장소로 이름이 높았다. 노숙인들이 집단 투숙하면서 저녁에 땔감을 가져와 불을 피우는 등 화재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은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등 공가와 폐가가 동네의 골칫거리였다. 주민 이모 씨(45·여)는 “공가와 폐가가 청소년 탈선 장소로 바뀌면서 저녁에 외출하는 것을 망설이게 됐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인천의 옛 도심권인 동구에서 흔히 벌어졌던 것과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달부터 어둡고 침침한 이 동네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가꾸기 공동체와 구청, 사회적 기업이 힘을 모아 골칫거리인 폐가를 꽃밭과 소규모 공원으로 조성했다. 집주인의 협조를 얻어 공가를 리모델링한 뒤 다문화가정 등 집이 없는 사회적 약자에게 임대해 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4일 동구는 금창동 19-4의 김모 씨(63·여) 소유의 폐가를 허물었다. 26.4m²의 낡은 주택을 철거한 뒤 최근 꽃밭을 조성했다. 양모 씨(41·여)와 송모 씨(47)도 깨끗한 동네를 만드는 데 적극 협조했다. 자신들이 소유한 공가를 개보수한 뒤 다문화가정 등 저소득 취약계층이 살 수 있도록 했다.
이 사업은 낡은 주택을 단장해 도심 환경을 개선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등 여러 가지 순기능 때문에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구는 금창동(82채)뿐 아니라 주민들이 마을가꾸기 공동체를 구성해 요구(공모 신청)할 경우 만석부두 입구 31채, 화수부두 일대 153채, 송림6동 풍림아파트 앞 28채 등의 공가와 폐가에 대해서도 같은 형태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택상 인천 동구청장은 “사회적 기업을 통한 공가, 폐가 정비사업으로 옛 도심의 슬럼화 현상을 막고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안정적인 거주지를 마련해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쪽방촌인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마을도 혼합 형태의 보금자리 주거지역으로 거듭난다. 괭이부리마을은 일제강점기에는 부두 노동자들의 숙소로, 6·25전쟁 이후에는 피란민의 정착촌인 이른바 ‘아카사키촌’으로 불린 빈민촌이다.
현재 다닥다닥 붙은 낡은 판자촌에 400여 가구 77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구는 기존 건물을 전면 철거하는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아닌 원주민 100% 정착을 목표로 한 ‘혼합형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추진 중이다. 110억9000만 원을 들여 빈집이나 허물어진 집들이 몰려 있는 구역에 영구임대주택과 장기 국민임대주택 98채를 내년 9월 완공한다. 주민 자활을 돕기 위해 김치공장 등 마을 공동작업장 4곳도 세운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