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질문 하나도 안 받는 대선후보 기자회견

동아일보 입력 2012-11-17 03:00수정 2012-11-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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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 10시경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를 담당하는 취재기자들에게 긴급 기자회견이 예고됐다. 40분쯤 뒤에 안 후보가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 기자실에 나타나 ‘문재인 후보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회견문을 읽었다. 1000자 안팎의 회견문을 낭독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 정도에 불과했다. 안 후보는 회견문만 읽고 곧바로 퇴장했고, 기자들의 질문은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이 대신 받아 답변했다. 안 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놓고 기자들의 질문을 직접 받지 않은 것은 겸손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안 후보만이 아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이달 6일 정치쇄신안, 11일 가계부채대책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 때 발표문만 읽은 뒤 퇴장했고 질의응답은 캠프의 다른 사람이 맡았다. 두 후보에 비하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자문교수 등 다른 사람이 답변할 때도 있지만 자신이 직접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문 후보의 회견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충분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대선후보들의 기자회견은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고, 기자들은 국민을 대신해 질문한다. 기자들이 설사 거북한 질문을 하더라도 대선후보들은 성실하게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질문을 불편하게 여기거나 실수를 겁내 회피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대선후보들이 말끝마다 국민과의 소통을 내세우면서 정작 국민 앞에 나와서는 하고 싶은 얘기만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한 9월 이후 후보 토론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대선 때 후보 토론회가 처음 도입된 1997년 54회, 2002년 27회, 2007년 11회 대담 또는 토론회가 열린 것과 대조적이다. 언론단체 등에서 토론회를 열려고 해도 후보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기피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가 19일 문 후보, 20일 안 후보를 초청해 토론회를 여는 것이 처음이다. 채널A 등이 생중계할 예정이라니 지켜볼 일이다. 박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가 정해진 이후 토론회에 참가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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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막을 내린 미국 대선 때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밋 롬니 후보는 세 차례 TV 토론에서 시청자들이 손에 땀을 쥘 정도로 진지하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미국 국민은 두 후보의 자질과 비전을 비교하고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우리의 대선 풍토와 후보들의 폐쇄성은 정말 답답하다. 이러다간 유권자들이 주요 대선후보의 토론다운 토론도 보지 못한 채 투표장으로 가야 할지 모른다.
#대선#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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