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돈크라이마미’ 남보라 “성폭행 장면 보신 아버지…”

동아닷컴 입력 2012-11-16 07:30수정 2013-01-2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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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남보라는 영화 ‘돈 크라이 마미’를 통해 “성폭행 피해자의 작은 목소리와 말 못 할 아픔을 풀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남보라(23)가 달라졌다. 2008년 13남매 대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KBS 1TV ‘인간극장’에서의 귀여운 소녀가 어느새 배우가 됐다. 지난해 영화 ‘써니’를 통해 주목받더니, 올 상반기 화제의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민화 공주 역으로 순수하면서도 애달픈 짝사랑을 잘 그려냈다.

22일 개봉하는 영화 ‘돈 크라이 마미’에서는 같은 학교 남학생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여고생 ‘은아’로 출연한다. 극 중 딸 은아의 복수를 대신하는 엄마 유림 역은 배우 유선이 맡았다.

“하루에 1kg씩 빠지는 것 같아요.”

최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만난 남보라는 전보다 마른 모습이었다. 살이 빠져 큰 눈망울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촬영과 홍보로 이어지는 강행군에 조금은 지쳐있었다.

하지만 영화 이야기가 시작되자 남보라의 눈빛은 어느새 단단하면서도 형형해졌다.


- 여배우로서 민감한 소재를 다룬 시나리오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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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너무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은아의 감정선이 좋았다. 제작사 측에서 나를 선택하길 기다렸다. 물론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큰 걱정을 덜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노골적으로 나서는 장면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장면들은 눈을 클로즈업하는 등 다른 기법으로 대신했다.”

- 가족의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부모님 반응은 어땠나.

“사실 부모님도 몰랐다. 걱정하실까 봐 대본을 보여 드리지 않았다. 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생초리’, ‘하울링’, ‘써니’가 거의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대화할 시간도 없었다. 영화 촬영이 끝나고 후반 작업이 진행될쯤 부모님께 대본을 내밀려고 했지만, 도저히 손이 안 떨어지더라. 최근 영화 홍보를 보고 아시게 됐다. 부모님께서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신데, 최근 아버지가 ‘이렇게 힘든 촬영을 하는 줄 몰랐다. 수고했다’고 하시더라. 찡했다.”

- ‘성폭행’… 경험하지 못한 것을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렵지 않나.

“맞다. 어려웠던 건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들을 연기하는 것이다. 영화 ‘하울링’에서의 마약 연기도 힘들었다. 이번 작품 역시 자료를 찾아가며 준비했지만 뭔가 부족하더라. 방법을 바꿔 ‘나라면 어땠을까’라고 상상을 하며 따라갔더니 은아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 촬영 중 힘들었던 점은.

“사건을 당한 이유부터가 힘들었다. 사건을 계속 생각해야 했고, 여자로서 수치심도 느껴야 했다. 머릿속으로 세뇌시키다 보니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촬영 다음 날까지 여운이 남아 있었다. 어느 날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오히려 눈물을 멈추려고 하기보다는 나를 놓고 눈물을 흘렸다.”

-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더라. 한번 울면 5시간도 펑펑 우는 나다. 현장에서도 울음을 멈추지 못해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내 눈치를 자주 봤다. 다음 신의 감정 연결을 위해 웃지 못하겠더라.”
배우 남보라.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제작발표회에서도 펑펑 눈물을 보였다.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인가.

“영화 ‘돈크라이마미’를 제작발표회를 통해 두 번 봤는데, 두 번 다 펑펑 울면서 봤다.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GV(Guest Visit: 관객과의 대화)를 하는 바람에 감정이 터져 나왔다.”

- 극 중 은아는 결국 죽음을 선택한다. 남보라라면…

“워낙 씩씩한 성격이라 은아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다. 13남매인 나는 형제가 많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힘들더라도 단단하게 다시 일어섰다. 둘째로서의 사명감이랄까. 때문에 은아의 처지에 놓이더라도 더 떳떳하게 살아갈 것이다. 피해자가 왜 학교에서 쫓겨나야 하나. 잘못된 어른들을 향해 큰 소리 내서 싸울 거다.”

- 영화 촬영 후, 성숙해진 느낌이다.

“많이 달라졌다. 연예뉴스보다는 사회 뉴스를 보게 됐다. 영화 홍보 중 사회 이슈에 관한 발언을 하는 내 모습이 나도 낯설다. 하지만 또 이러한 사건을 접하면 분노가 끓어오른다. 간접 경험자로서, 나는 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고 싶다.”

- 주연 배우로서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

“피해자의 작은 목소리와 말 못 할 아픔을 풀어내고 싶었다. 어쩌면 내가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기에 ‘아팠어요’라고 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들의 아픈 상처를 너무 쉽게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 역시 악성 댓글을 때문에 상처를 받고, 심지어 여자로서 수치스러울 때도 있다. 내가 독한 이미지로 보일지라도, 피해자들을 위해 더 꼿꼿해지고 강해지고 싶다. 지금은 그게 옳은 길이라고 생각한다.”

-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직까지 부끄럽기만 하다. 개봉 후 어떤 얘기들이 오갈지 궁금하다. 개봉 후 관객들이 내게 하는 얘기들을 듣고 싶다. 많이 배우겠다. 센 캐릭터를 했으니, 다음 작품은 멜로를 해보고 싶다. 가녀리고 보호받는 이미지의 여배우는 어떨까.”

동아닷컴 한민경 기자 mkhan@donga.com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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