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풍자와 극적 희열… 현대음악의 새로운 발견

동아일보 입력 2012-11-06 03:00수정 2012-11-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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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 시리즈 ★★★★★
1일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에서 소프라노 서예리(가운데)는 다채로운 표정과 음색으로 현대음악의 재미를 알려주었다. 서울시향 제공
현대음악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작곡가의 작품이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존 케이지는 이렇게 말한다. “음악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인식하는 것입니다. 예술은 경험하는 것입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 시리즈는 바로 그 경험을 제공하는 장이다. 1, 3일 펼쳐진 이 장은 정상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페테르 외트뵈시가 이끌었으며, 그 주제는 외트뵈시의 조국 ‘헝가리’였다. 어쩌면 ‘옛 헝가리의 추억’이 더 정확한 의미일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 연주된 작품의 작곡가들, 즉 죄르지 리게티와 외트뵈시가 태어난 트란실바니아와 벨러 버르토크와 죄르지 쿠르터그가 태어난 바나트 지방은 예전엔 헝가리였으나 지금은 루마니아의 영토이다. 그들은 20세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실향민이 되었으며 그들의 음악은 옛 헝가리인의 존재를 대변한다.

아르스 노바 시리즈로선 처음으로 전석매진을 기록한 1일의 실내악 연주는 이러한 추억에 대한 풍자, 유머, 극적 희열이 바탕에 있었다. 그런 점에서 리게티의 ‘마카브르의 신비’는 그 중심에 있었다. 오페라 ‘르 그랑 마카브르’ 중 비밀경찰이 부르는 아리아로서, 대상을 우스꽝스럽게 희화화했다. 독창을 맡은 소프라노 서예리는 강렬하고 과감한 검은 가죽 의상을 입고 거침없는 목소리와 적극적인 제스처로 의미를 극대화시켰다. 노래를 넘어 진실한 연기로 의미를 전달했으며 결국 좌중을 폭소하게 만들었다.

기악화한 노래와 알아듣기 힘든 가사로는 언어로서의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오히려 서예리는 음악을 통해 새로운 언어로 재창조했다. 외트뵈시의 ‘옥테트 플러스’와 진은숙의 ‘스내그스 & 스날스’에서도 관객으로부터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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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대규모 오케스트라 연주회의 중심은 서울시향과 베를린필 등이 공동 위촉한 외트뵈시의 ‘첼로 콘체르토 그로소’였다. 외트뵈시의 음악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언어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기에 한 편의 극음악과 같이 격동한다. 이 곡에서도 타악기를 비롯한 모든 악기가 별처럼 반짝이는 소리를 만들어내면서 환영의 세계를 이뤄냈으며, 그 드라마의 주인공 첼리스트 양성원은 첼로의 모든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연기했다.

생존해 있는 최고의 헝가리 작곡가로 추앙받는 쿠르터그의 ‘새로운 메시지’에서도 서울시향은 말하는 듯한 억양 속에 이미지를 응축시켜 강렬한 파문을 던졌다. 마지막 곡 버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오케스트라의 독특한 악기 사용, 독주 피아노의 초인적인 기교로 이해가 쉽지 않다. 하지만 외트뵈시와 김선욱이라는 이름은 신뢰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음 하나하나 악기 하나하나 신중을 기해 만들어진 걸작임을 알려주었다.

현대음악을 듣는 이유는 들은 적이 없는 새로운 음악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음악을 듣는 경험이 즐거움을 준다. 이것이 현대음악의 매력이며, 아르스 노바 시리즈는 이 매력으로 가득했다.

송주호 음악칼럼니스트
#공연 리뷰#서울시향#진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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