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금 ‘오마주 투 유’전… 깨알같은 진주로 책을 지워버렸다

동아일보 입력 2012-11-06 03:00수정 2012-11-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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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대신 작은 인공진주로 책을 필사한 고산금 씨의 작품. 선컨템퍼러리 제공
하얀 나무 패널에 깨알 같은 인공진주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작가가 인상 깊게 읽은 책의 대목을 활자 대신 4mm짜리 진주로 치환해 일일이 손으로 붙여서 완성한 작업이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갤러리 선컨템퍼러리에서 25일까지 열리는 고산금의 ‘오마주 투 유’전에선 조르주 페렉의 ‘인생사용법’ 등 문학작품부터 민법과 형법 등 딱딱한 법전의 내용까지 한알 한알 진주로 ‘필사’한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작은 진주를 하나씩 접착제로 붙여나간 작가의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수공의 결과물에선 아무런 내용을 읽을 수 없지만 왠지 가슴을 먹먹하게 파고든다. 인간의 고독과 고통, 슬픔의 시간이 선명하게 스며든 작품 속에서 ‘침묵과 소란, 있음과 없음, 부재와 현존’의 대비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수한 활자를 흰 색 진주로 대체한 작품들은 삶의 이야기에 대한 ‘번역’인 동시에 눈의 기능에 대한 ‘반역’을 시도한 작업이다. 글을 지우는 과정을 통해 마침내 작가 자신마저 사라지는 듯한 작업은 소멸하는 것에 대한 애잔함과 경의를 엿보게 한다 02-720-5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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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금#필사#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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