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정미경]배울 것 많은 ‘범생이’ 미국 대선

동아일보 입력 2012-11-05 03:00수정 2012-11-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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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워싱턴 특파원
“우리 지역에서는 카지노가 최대 관심사예요.”

인근 메릴랜드 주에 사는 미국 친구에게 이번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 가운데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난데없이 카지노 얘기를 들고 나왔다. 그는 “오바마-롬니보다 대선 때 함께 치르는 주민투표의 최대 이슈인 카지노 개설 문제를 놓고 메릴랜드가 시끌시끌하다”고 했다. 요즘 기자가 사는 곳에서도 TV 선거광고의 대부분은 이 카지노 이슈를 다루고 있다.

내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대통령과 연방의회 상하원 의원을 뽑는다. 이와 함께 주민투표도 진행된다. 주민투표는 각 지역의 핵심 이슈에 대해 주민들이 찬반 의견을 표시하는 것이다. 올해 대선에서는 38개 주에서 176개 이슈에 대해 주민투표가 이뤄진다. ‘질의(Question) 1’ ‘제안(Proposition) 2’ 등의 형태로 각 지역이 당면한 핵심 이슈들이 투표에 부쳐진다. 카지노 개설, 세율 조정, 채권 발행 등 지역 재정과 관련된 이슈들이 대부분이다.

메릴랜드에서 카지노 이슈는 ‘질의 7’로 통한다. 현재 5개가 있는 카지노를 1개 더 개설하느냐, 슬롯머신과 함께 룰렛, 블랙잭 등으로 도박 종류를 확대하느냐가 관건이다. 메릴랜드에서는 카지노 문제를 놓고 수많은 공청회가 열렸다. 카지노가 핵심 이슈가 된 것은 교육문제와 연계되면서부터. 카지노로 인해 세수가 늘어나면 교육에 투자될 것이라는 찬성파와 카지노가 오히려 교육에 악영향만 미칠 것이라는 반대파가 팽팽히 맞서면서 ‘질의 7’은 메릴랜드뿐 아니라 비슷한 카지노 문제를 안고 있는 인근 주들에서도 올 대선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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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반부터 시작된 미국 대선 과정을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국민들이 선거를 바라보는 관점이 한국과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 국민들은 정책과 이슈 중심으로, 지역적 관점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경향이 높다. 대선과 함께 지역의 핵심 사안을 다루는 주민투표가 중요하게 취급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이슈를 공부해서 투표장에 가고 어느 후보가 내가 사는 지역을 더 발전시킬지 고민해서 한 표를 던진다. 후보 개인의 인물 평가와 과거 행적 공방, 거대 비전에 치중하는 한국 대선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한국 대선이 인물 중심적, 중앙 집권적이라면 미국 대선은 이슈 중심적, 지방 분권적으로 진행된다. 또 한국 대선이 과거 지향적이라면 미국 대선은 현재 또는 미래 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대선도 막바지에 달하면서 후보에 대한 공격과 비방이 많이 늘기는 했다. 그 주범으로는 TV 선거광고가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TV 광고를 통한 네거티브 선거전마저도 정책 공방 중심으로 진행된다. 대선 TV 토론이 끝나면 후보들은 언론의 ‘팩트 체킹’ 심판대에 오른다. 토론 때 후보들의 공약 내용 하나하나에 대해 언론은 치밀한 검증을 가해 사실과 어긋나거나 부풀려진 내용을 공개한다. 후보들은 토론 자체보다 언론의 팩트 체킹을 더 무서워한다.

상호 비방과 음모론 등이 판치는 흥미진진한 한국 선거판을 보다가 미국 대선을 보면 다소 무미건조하고 극적인 요소가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선거 중의 선거인 미국 대선 현장을 1년 넘게 지켜본 관전평은 우리보다 훨씬 내실 있고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물론 정치 역사와 선거 문화가 다른 한국과 미국의 대선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내일 실시되는 미국 대선이 43일 후에 열리는 한국 대선에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한국 정치권과 국민 모두 곰곰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정미경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대선#오바마#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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