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철 길거리 캐스팅 조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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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망 2만여명 카페 운영 ‘꽁치소녀’ 박환수씨의 조언

“이미 캐스팅을 끝내 놓고 작품 홍보용으로 여는 오디션에 헛걸음하지 마세요.” 소녀가 아닌 ‘꽁치소녀’ 박환수 씨의 조언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미 캐스팅을 끝내 놓고 작품 홍보용으로 여는 오디션에 헛걸음하지 마세요.” 소녀가 아닌 ‘꽁치소녀’ 박환수 씨의 조언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얼굴이 명함인데… 폼 나잖아요.” “내 끼와 감정을 연기로 분출해서 상대방이 전율을 느끼게 하고 싶어요.” “연예인…, 짭짤하잖아요. 관심도 받고요.”

연예계 진출을 꿈꾸는 회원 2만6000여 명. 이들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카페 ‘액터잡’의 게시 글들이다. 이 카페 운영자 ‘꽁치소녀’는 연예계 지망생들에게 전설적인 이름으로 통한다. 한 달에 30개가 넘는 영화와 드라마의 라인업에서 캐스팅 정보, 오디션 일정까지 정확하게 알아내 전달하기 때문이다.

한 회원은 “꽁치소녀의 최신 정보가 이 바닥에서 단비 같은 희망이다”라고 썼다. 배우 지망생이라기엔 정보가 너무 풍부하고, 현직 배우로 보기엔 너무 한가해 보이는 꽁치소녀는 누구일까.

○ “아는 동생에게서 아이디 빌렸죠”

본보 취재 결과, 꽁치소녀는 영화 관계자나 여배우 지망생이 아니었다. ‘꽁치가게 딸’은 더더욱 아니었다.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남자 박환수 씨(34)가 바로 그다.

2004년 캐스팅 디렉터로 일을 시작했고 배우 심혜진과 고창석의 매니저를 거쳐 현재 배우 김용림 가족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연극이 좋아 매년 30∼40편을 봤어요. 그때부터 좋은 배우가 될 만한 ‘감’들이 많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제대로 된 정보가 부족해 카페를 만들었죠.”

‘보안 유지’를 위해 아는 동생에게 도움을 구했다. “아이디를 빌려달라고 부탁했더니 저를 ‘꽁치소녀’로 만들어버렸어요. 그 아이디를 4년째 쓰고 있죠.”

○ 낮에는 매니저, 밤에는 꽁치소녀


“방송 관련학과 진학에 유리한 조건을 쌓으려던 여학생이 캐스팅 조건으로 5000만 원을 덜컥 사기당한 일이 있었어요. 돈을 요구하는 기획사는 ‘사기’입니다.”

꽁치소녀가 전하는 ‘사이비 기획사주의보’다. 그가 파악하기에 대학 진학과 연계된 ‘학원형 기획사’만 서울에 30곳이 넘는다. 대부분 데뷔 전 연습에 필요하다며 거액을 요구한 뒤 단역으로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시키고는 연락을 끊는다는 것. 입시철에는 수험생을 노리는 가짜 기획사가 활개 치니 주의해야 한다는 충고도 덧붙였다.

한창 성장하는 아역 배우들의 생활에 대해서도 그는 염려 겸 조언을 잊지 않았다.

“아역배우들이 김밥 먹고 쪽잠 자고 현장에서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건강을 해치기 쉽습니다. 부모들이 욕심 부리지 말고 아이들 건강도 챙기고, 공부도 기본만큼은 신경 쓰셨으면 합니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입시철#길거리 캐스팅#꽁치소녀#배우 지망생#연예계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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