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진익철]너무 아까운 세빛둥둥섬

동아일보 입력 2012-11-02 03:00수정 2014-08-1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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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익철 서울 서초구청장
지난주 일본 도쿄에 다녀왔다. 작년에 완공되어 이미 도쿄의 랜드마크가 된 634m 높이의 ‘스카이트리’에 올랐다. 원래 송수신탑으로 세워진 이 탑은 입장료만 2200엔, 우리 돈으로 3만 원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도 신청자가 하도 많아 3개월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올라가지 못한다고 했다.

스카이트리에 올라 나는 한강 위에 둥지를 틀었으나 현재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세빛둥둥섬을 떠올렸다. 가슴이 답답하고 아파 왔다. 도쿄 시는 이렇게 멋진 탑을 지어 올려 일부러 랜드마크를 만들고 있건만 우리 서울시는 어째서 기껏 지어 놓은 시설물을 고철덩어리처럼 방치한단 말인가. 그런 탄식이 절로 나왔다.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세빛둥둥섬은 1390억 원을 들여 3년에 걸쳐 지어 놓은 시설이다. 한강 가운데 놓였으니 시설물이라기보다는 섬이라고 부를 만하다. 지난해 개장식에도 참석했고 이전에도 여러 번 들른 적이 있다. 그곳에서 바라본 한강의 풍광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결코 손색이 없을 만큼 빼어났다. 하긴 세계 어느 도시가 한강처럼 강폭이 넓고 유속이 도도한, 거대한 강을 품고 있던가.

알려진 대로 세빛둥둥섬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르네상스 사업 중의 하나로 건설됐다. 지어지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것도 사실이다. 공사비 산정에 문제가 있었고 민간 건설업자와 서울시 간에 특혜 시비의 논란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지엽적인 문제다. 세빛둥둥섬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공공에 주는 혜택에 비하면 시의회 동의를 사전에 받지 않은 문제 등은 사소한 흠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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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에 얽매여 큰 것을 잃어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왕 만들어진 시설물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시민을 위해 개방하는 것이 순리다. 기업과 행정관청 간에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장기화되면 결국 손해 보는 것은 서울시민일 뿐이다. 해당 기업이 한 달 이자만 6억 원을 물고 있다고 비명을 지르지만 그것보다 더 큰 손실은 흉물이 돼 가는 시설물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하는 시민의 울화다.

비싼 세금을 들여 지어 놓은 공간이 제구실을 못한 채 버려져 있다는 것은 막대한 사회적 손해다. 사회학 이론 중에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방치해 두면 지나가는 행인들이 괜히 돌을 던져 그 건물의 남은 유리창마저 깨 버린다는 것이다. 10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아름다운 시설물을 이처럼 방치할 경우 망가지는 건 시간문제다.

서울시는 하루빨리 세빛둥둥섬을 한강의 주인인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무상 운영 기간을 논의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게 아니라 개장이 먼저다. 어차피 양측이 협의하지 못해 개장이 늦어지면 5년이 갈지 10년이 갈지 모를 일이다. 사업시행사인 플로섬에 따르면 세빛둥둥섬은 지난해 5월 서울시로부터 가사용승인을 받았고 9월에는 준공검사도 끝냈다. 다만 시행사와 서울시의 긴장 관계 때문에 임대 운영을 희망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박원순 시장이 행정의 묘를 발휘할 시점이다. 설령 전임 시장의 잘못이 있더라도 지금 주력할 일은 엄청난 세금을 들여 지어진 시설물을 좀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한강 위의 세빛둥둥섬은 그간의 사연이 더해져 화합과 상생의 랜드마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곳이 하루빨리 도쿄의 스카이트리 이상의 아름답고 긍지어린 장소가 되길 바란다.

진익철 서울 서초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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