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승도, 마지막 승리도 ‘李 한방’으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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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일 07시 00분


샴페인 세례도 클래스가 다르다. KS MVP로 선정된 삼성 이승엽(가운데)이 우승 확정 직후 동료들이 한꺼번에 퍼붓는 샴페인 세례를 받으면서도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샴페인 세례도 클래스가 다르다. KS MVP로 선정된 삼성 이승엽(가운데)이 우승 확정 직후 동료들이 한꺼번에 퍼붓는 샴페인 세례를 받으면서도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1차전 결승투런·6차전 쐐기 3타점
KS 6경기 8안타 7타점·타율 0.348
기자단 투표 71표중 47표 첫 MVP
10년 세월 무색케 한 라이언킹 포효

10년 전 스물여섯 살의 청년이었던 그는 어느 새 서른여섯 살의 베테랑이 돼 있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그는 야구에 스토리를 입히는 ‘국민타자’였다. 10년 만에 밟은 한국시리즈(KS) 무대. ‘라이언킹’ 이승엽(삼성)은 2012년 가을, 앞장서 어린 사자들을 이끌며 우렁차게 포효했다.

● 처음과 끝을 장식한 ‘국민타자’

이승엽은 SK와의 KS서 시작과 끝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1차전 1회말 선제 결승 좌월2점홈런으로 팀 승리의 선봉에 섰다. 2002년 KS 6차전서 6-9로 뒤진 9회말 거짓말 같은 동점 3점홈런을 날려 팀의 첫 KS 제패에 디딤돌을 놓았던 그는 10년 만에 복귀한 KS 무대서 다시 한번 홈런 스토리를 만들었다. 등번호 36번을 달고 36세의 나이에 3636일 만의 KS 홈런을 때려냈다. 포스트시즌(PS) 개인통산 13호 홈런으로 타이론 우즈(전 두산)가 보유하고 있던 역대 가을잔치 최다홈런 타이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1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최종 6차전. 이승엽은 뜨거운 방망이를 휘둘렀다. 4-0으로 앞선 4회초 2사 만루서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싹쓸이 3루타를 날렸다. 이 한방으로 6차전 승부는 물론 KS의 승부는 사실상 끝났다. 3루에 안착한 이승엽은 왼 주먹을 불끈 쥐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쳤다.

● 아팠기에 더욱 뜨거웠다!

시리즈 내내 맹활약했지만, 4차전에서 어이없는 주루 실수로 팀을 수렁으로 밀어넣기도 했다. 4회초 무사 1·2루 찬스서 최형우의 우익수플라이 때 타구판단 미스로 3루로 달려가다 아웃되면서 선취점 기회를 날려버렸다. 곧바로 4회말 3실점하면서 팀도 패해 그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2연승 후 2연패. 그러나 후배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되는 위치에 있었다. 다시 방망이를 잡았다. 그리고 또박또박 안타를 만들어나갔다. 5차전서 공·수·주에 걸쳐 더 집중하면서 팀 승리에 밑거름이 됐고, 6차전서도 팀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 다시 쓰는 ‘라이언킹의 전설’

이승엽은 KS 6경기에서 23타수 8안타로 0.348의 고타율과 7타점을 기록했다. 2루타, 3루타, 홈런도 1방씩 터뜨렸다. 기자단 투표에서 총 71표 중 47표를 받아 MVP(부상 트로피·소렌토R 승용차)에 올랐다. 일본 진출 전 9시즌 동안 활약하며 정규시즌 MVP만 무려 5차례(1997·1999·2001∼2003년) 수상한 그지만 KS MVP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에 우승했는데 내가 온 뒤 우승 못했다는 소리는 듣기 싫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던 이승엽. 전설의 ‘라이언킹’이 2012년 가을, 다시 한번 뜨거운 전설을 토해냈다.

● 삼성 이승엽= 10년 만에 우승해서 정말 기분이 좋다. KS 동안 경기를 응원해준 SK 팬들에게 고맙고 삼성 팬들에게 감사하다. 돌아온 첫 해 우승했고 한국시리즈 MVP도 처음 받는다. 앞으로 야구를 얼마나 할지는 모르지만 정말 뜻 깊은 순간인 것 같다. 사실 4차전에서 실수를 하고 나 때문에 진 것 같아 상실감이 컸다. 그래서 5차전부터 더 집중하자고 했다. 5차전이 끝나고 완전히 진이 빠진 느낌이라서 6차전을 걱정했는데 다행히 우승해서 감사하다. WBC 대표팀서 불러준다면 영광이다.

잠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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