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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이진영]중산층 별곡

입력 2012-10-22 03:00업데이트 2012-10-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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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불명의 ‘중산층 별곡(別曲)’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나라별 중산층의 기준을 비교해 놓은 글인데 한국은 ‘30평대 아파트, 월급 500만 원, 자동차 2000cc, 예금 잔액 1억 원, 해외여행 매년 1회’가 돼야 중산층이다. 미국에선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약자를 도우며, 불의에 저항하고, 테이블에 정기 구독지가 있어야’ 중산층으로 분류된다. 프랑스는 ‘외국어 하나 구사하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와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으며, 남다른 요리를 할 수 있어야’ 중산층이다. 인터넷에는 “한국은 물질적 가치에만 매달려 있다”는 반성의 댓글도 달리고 있다.

▷계층을 나누는 객관적 기준으로는 경제력 외에 문화적 취향이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계급을 구별하는 취향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같은 문화자본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그의 연구는 프랑스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바탕이 됐다. 조사 결과 상류층은 바흐의 평균율 피아노곡, 중간 계층은 ‘랩소디 인 블루’ 같은 재즈, 하위 계층은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처럼 쉬운 왈츠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르디외의 문화자본론은 계급문화가 남아 있던 1960년대 프랑스 사회를 벗어나서는 유효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 연구자들은 옴니보어(omnivore)론을 제시한다. 미국의 상류층은 잡식동물, 즉 옴니보어처럼 고급 저급 문화를 가리지 않고 고루 즐긴다는 것이다. 옴니보어론은 다양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절대적인 미의 기준을 거부하는 예술계의 변화를 반영한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중산층이라는 말을 들으려면 재즈와 힙합도 즐겨 듣고, 갭과 같은 실용적인 패션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한국은 귀족문화가 강한 프랑스보다는 고급문화의 전통이 약하고, 평등 지향적이며, 계층 이동이 쉬운 미국에 가깝다. 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팀이 지난해 발표한 논문 ‘한국인의 문화 소비의 양과 폭’에 따르면 중산층은 영화 연극 미술전시 뮤지컬 클래식 등 폭넓은 문화를 양껏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위 계층의 문화생활은 영화 관람에 그치고 있으며 이마저도 빈도가 낮았다. 문화 소비란 시간과 돈이 드는 일이다. 문화적 경험의 차이를 좁히는 ‘문화 민주화’ 얘기라도 나와야 할 판이다.

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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