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컬처] 이지현의 아주 쉬운 예술이야기 어!, 그림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네요~…칸딘스키 'Compo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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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1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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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딘스키 ‘연속’ (1935년, 캔버스에 유채, 81×100, 워싱턴 필립스 컬렉션)
▲ 칸딘스키 ‘연속’ (1935년, 캔버스에 유채, 81×100, 워싱턴 필립스 컬렉션)

지친 몸과 마음을 뒤로 하고 잠시 삶의 매듭을 풀고 싶어지는 때, 축제처럼 즐거운 그림 한 편 만나보세요.
외계인의 악보인가? 아니면 미생물들의 향연?
알쏭달쏭한 추상화지만, 춤을 추고 있는 것도 같고 뭔지 모를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질서정연한 가운데 자유분방함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칸딘스키의 ‘연속’입니다. 자세히 보니 낮은음자리표나 샾(올림표)의 형태도 보여 음과 음표를 그려놓은 것도 같네요. 악보 삼아 연주하라고 하면 사람마다 다른 음악이 나올 거예요.
그렇다면, 칸딘스키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는 바그너 오페라 ‘로엔 그린’을 보며 “내가 아는 모든 색을 보았다”고 합니다. ‘로엔 그린’은 결혼행진곡이 나오는 유명한 오페라죠? 공연을 보며 느낀 감동이 모든 색채를 떠올리게 했다고 하니 갑자기 세상이 확 열리는 것 같았을 거예요. 음악을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 칸딘스키에게는 창작의 원천이었나 봅니다.
▲ 칸딘스키 ‘Composition II’ (1910년, 캔버스에 유채, 97.5×130.5cm, 뉴욕구겐하임미술관)
▲ 칸딘스키 ‘Composition II’ (1910년, 캔버스에 유채, 97.5×130.5cm, 뉴욕구겐하임미술관)

▲ 칸딘스키 ‘Composition X’ (1939년, 캔버스에 유채, 130×195cm,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미술관)
▲ 칸딘스키 ‘Composition X’ (1939년, 캔버스에 유채, 130×195cm,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미술관)


칸딘스키가 음악적 요소를 아예 작품의 주제로 삼은 ‘composition’, ‘improvisation’ 시리즈도 유명하죠? 위의 작품은 ‘composition(구성·작곡)’ 시리즈인데, 수 십 년에 걸쳐 계속된 10개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각기 다른 관현악을 듣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칸딘스키는 이렇게 음악과 미술, 두 분야 간의 벽을 허물었고 ⟪점 선 면⟫, ⟪예술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라는 책도 출간했으니 요즘 화두인 통섭을 일찌감치 실천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여러분도 음악을 들으며 어떤 그림이 떠오르든가, 그림을 보며 어떤 음악이 연상된 적이 있을 거예요. 작품을 감상하며 오감이 열렸다면, 그 순간만큼은 유토피아가 따로 없겠죠?
무르익은 가을, 음악이나 미술, 한 분야만 한정짓지 말고 예술 안에서 나를 풀어 놓아보세요. 그러면, 어느새 마음속 응어리를 풀고 있는 자신을 만날 지도 모르니까요.

글·이지현(‘예술에 주술을 걸다’ 저자)
글쓴이 이지현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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