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공유하기
동아일보|문화

예술은 꼭 아름다워야 하나… 관습을 전복하다

입력 2012-09-25 03:00업데이트 2012-09-25 03:00
읽기모드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2012부산비엔날레 11월 24일까지 64일간 대장정
‘배움의 정원’을 주제로 열리는 2012부산비엔날레는 본전시와 공모로 선정된 신진 큐레이터 9명의 특별전으로 구성된다. 특별전 중 이훈석 씨가 기획한 ‘인식의 우리’전에선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러시아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반어법으로 일깨운다. 부산=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배움의 정원’을 주제로 열리는 2012부산비엔날레는 본전시와 공모로 선정된 신진 큐레이터 9명의 특별전으로 구성된다. 특별전 중 이훈석 씨가 기획한 ‘인식의 우리’전에선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러시아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반어법으로 일깨운다. 부산=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검은색 분진망에 비계까지, 공사현장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이 미술관 안팎에 널려 있다. 그림들 역시 철제 임시구조물에 걸려 있고 층층마다 레드카펫 아닌 고무 매트가 바닥에 깔려 있다.

‘2012 부산비엔날레’의 본전시가 열리는 부산시립미술관의 풍경이다. ‘배움의 정원’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는 22일부터 11월 24일까지 64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2007년 카셀 도쿠멘타 전시감독을 지낸 독일 전시기획자 로저 M 브뤼겔 씨가 꾸민 본전시는 정형화된 비엔날레의 틀을 허물고 새로운 소통을 모색하는 실험을 시도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공간연출의 전복, 예술은 삶과 멀리 있다는 생각을 뒤집는 데 초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만의 잔치에서 탈피해 부산시민 50여 명이 참여한 배움위원회를 구성하고 작가들과 소통하는 ‘협업의 과정’에 무게를 부여했다. 곳곳에 산재한 신축 공사장을 부산의 특징으로 해석해 전시장을 공사 중인 건물처럼 연출한 것도 위원회를 통해 나온 아이디어였다. 전반적으로 현대미술의 대중화를 앞세우며 기존 형식과 차별화하려는 노력엔 점수를 줄 만했으나 막상 전시는 어렵고 난해한 편이다. 미술평론가 홍경한 씨는 “상징적 의미만 부유할 뿐 시각적 결과물에서 기존 비엔날레와 큰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본전시는 참여 작가를 41명으로 줄인 대신에 이들의 작품세계를 심도 있고 차분하게 조명했다. 공모로 선발한 큐레이터 9명이 기획한 특별전에선 참신한 목소리가 돋보였다. www.busanbiennale.org

○ 배운 것을 비우다

본전시가 열리는 부산시립미술관은 공사중인 것처럼 공간을 꾸몄다.본전시가 열리는 부산시립미술관은 공사중인 것처럼 공간을 꾸몄다.
전시 주제 ‘배움’은 새로운 학습이 아니라 이전에 배운 것을 비우거나 선입견을 버리는 것에 비중을 둔 표현이다. 그래서 본전시 역시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내세운 전형적 비엔날레형 전시를 따르기보다 정해진 테마 없이 노동, 생태, 성, 정체성, 권위 등 현실에 질문을 제기한 작품을 뒤섞어 소개한다.

중국작가 아이웨이웨이는 2008년 쓰촨 성 지진 현장에서 가져온 철근과 이를 복제한 눈속임 철근작품을 선보였다. 공무원과 건설업자가 결탁해 얇은 철근을 사용했던 ‘두부-빌딩’의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이네스 도야크는 섬유노동자의 현실과 희생을 일깨우는 옷감 설치작품을 설치했다. 태국작가 사카린 그루에온은 멸종된 늪지 사슴뿔을 도자기로 재현한 설치작품으로 궁극적으로 자신을 파괴하는 데 자신의 두뇌를 쓰는 인간을 돌아보게 한다.



한국에서의 집은 무엇인가에 관심을 갖고 부산 좌천동의 아파트에서 작업을 진행한 메리 앨런 캐럴의 ‘18호’를 비롯해 토마스 바일레의 ‘코리안 묵주’, 프란츠 카퍼의 ‘법앞에서’ 등 우리의 현실을 소재로 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한국 작가로는 김용익 노원희 함양아 백승우 씨 등이 참여했다.

○ 관습적 사고를 벗어나다

예술가와 관객 사이의 문턱을 낮춘 소통이란 측면에선 젊은 큐레이터들이 꾸민 특별전이 돋보인다. 광안리 미월드, 부산문화회관, 부산진역사 등에서 65명의 180여 점을 펼쳐낸 전시에선 부산의 역사적 기억과 문화적 가치를 호명한 작업들, 평범한 사람들의 육성으로 현대인의 버킷 리스트를 돌아본 작품 등 대중에게 다가선 작업과 접할 수 있다.

이 중 ‘인식의 우리’를 주제로 한 특별전은 우리가 관습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진실인지를 되묻는다. 동토의 땅, 범죄자들의 천국, 보드카를 벌컥벌컥 들이마시는 국민 등 러시아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어주는 전시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을 가리키는 ‘우리’란 개념이 자신을 가두는 우리이자, 타자와의 소통을 막는 울타리는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부산=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지금 뜨는 뉴스